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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그만의 '원더랜드' "나는 배우 박보검, 아티스트 그리고 엔터테이너가 될꺼야"

[人더컬처] 영화 '원더랜드' 박보검, 1인2역 도전
"누군가의 경쟁보다 나와의 경쟁에서 이기고 싶다"

입력 2024-06-10 18:30 | 신문게재 2024-06-1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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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검11
3년 전 촬영을 마친 영화 ‘원더랜드’를 들고 온 박보검. 지난 5일 개봉,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흥행 순항중이다.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더블랙레이블)

 

“관객들에게 질문을 많이 던지는 영화가 됐으면 해요.”


영화 ‘원더랜드’ 시나리오를 받은 건 군입대 전이었다. 당시만 해도 AI기술이 지금 같지 않은 시절이었는데도 박보검은 ‘보고 싶은 사람과 화상 전화로 소통하는 서비스’에 대한 울림이 컸다. 사실 그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남겨진 가족이나 지인, 연인들은 가상공간에서 생전의 기억 혹은 자신들이 설정한 모습대로 살아가는 AI들의 연락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

 

원더랜드 메인포스터.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다. 김태용 감독이 ‘만추’ 이후 13년 만에 내놓은 작품으로, 탕웨이,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 등이 출연한다.(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그가 1인 2역을 맡아 열연한 ‘원더랜드’ 속 태주는 사고로 식물인간이 됐다. 같은 항공사에 근무했던 연인 정인(수지)은 그를 원더랜드를 통해 먼 우주에 파견나가 있는 남자친구로 복원시켰다. 기상알람과 비타민을 챙겨주는가 하면 자신의 비행 스케줄까지 훤히 꿰고 있다. 마른 얼굴에 장발로 병원에 누워 있는 태주가 현실이지만 가상세계의 태주는 여전하다. 장난 잘 치고 다정한 평소 모습 그대로.

“촬영 당시에는 AI로 복원해 그리운 사람을 만난다는 게 정말 신기했어요. 실제로 그런 서비스가 있다면 신청할 거란 생각이 컸어요. 그런데 완성된 걸 보니 할 것 같지 않아요.(웃음) 현실에서 너무 생각날 것 같아서요. 시나리오에는 자세한 서사가 나오진 않아서 정인이랑 태주가 어떤 삶을 공유했고 어떻게 사랑했는지를 정하는 게 중요했어요.”

그의 표현대로 ‘원더랜드’ 서비스로 복원된 태주와 정인은 유일하게 혈연관계가 아닌 사이다. 박보검은 ‘어떻게 연인끼리 저렇게 애틋하게 생각하며 살지?’란 궁금증으로 접근해 결국 두 사람은 “고아원에서 만나 서로를 의지하며 자랐고 사랑하는 사이가 됐기에 사망에 준한 상태를 못 견디는 것”이라고 설정했다. “사람의 온기는 없고 기술만 있어도 서로밖에 없는 관계니까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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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검은 “감독님께서 인공지능 ‘태주’를 연기할 때는 밝고, 활기차고, 기쁨을 배로 표현하는 건강한 이미지였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면서 “그 말을 듣고 깨어난 뒤에는 몸과 마음이 이상한 상태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더블랙레이블)

 

하지만 기적적으로 현실의 태주가 깨어나고 죽다 살아난 그의 성격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한 시상식의 MC로만 만났던 수지를 상대 배우로 만난 건 이 영화의 천운이었다. 친구이자 오랜 연인의 느낌을 살리는 적당한 친분, 연기가 아닌 실제 상황과도 같은 호흡에 개봉과 동시에 ‘실제로 사귀었으면 좋겠다’는 대중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런 반응들이 정말 즐거워요. 둘이 서로 ‘정말 어리고 예뻤네. 저 당시에는’하면서 감탄했죠. 진짜 잘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고 통하는 게 많았습니다. 솔직히 개봉이 늦어진 속상함보다 지금 개봉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친한 사이에는 문자나 카카오톡 보다는 영상통화를 주로 하는지라 요즘 시대에 잘 맞는 것 같아요.”

 

박보검
최근 여러 음악 무대에서 뛰어난 피아노 연주와 노래 실력을 선보인 박보검. “사실 ‘뮤직뱅크‘ MC를 할 때부터 가수들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때 받은 에너지와 경험을 통해 아티스트,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다”는 속내를 밝혔다.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더블랙레이블)

 

김태용 감독은 두 사람이 현실에서 처음으로 다시 마주보는 장면에 유리창을 넣었다. 차례로 머리를 부딪히는 장면을 통해 직접 대면하는 시대가 되려 어색해진 상황을 아우른다. 그 의도를 정확히 표현하는 박보검의 연기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인지부조화 상태에서도 연인에게 끌리는 본능, 가상 현실의 세계에서 존재하는 자신을 바라보는 허망한 눈빛까지 과하지 않은 수트를 입은 듯 반짝거린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스타덤에 오른 뒤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영화 ‘서복’에 이어 뮤지컬 데뷔작 ‘렛미플라이’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는 원동력은 다재다능한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란다. 

“연기도 잘하고 음악적인 능력도 출중하고 싶거든요. 누군가를 경쟁자로 삼지 않고 나 자신과 노력한달까. 끊임없이 발전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끊임없이 공부하는 편입니다.”

박보검2
그는 가족들에게도 집안의 막내로서 늘 에너지 120%를 발휘하고 자주 영상통화를 하는 편이라고 밝혔다.(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더블랙레이블)

 

무엇보다 군 제대 후 박보검의 생활은 변한 게 없다. 하지만 생각은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상대방이 편해야 자신이 편했다면 ‘그렇다면 나는 누가 챙겨주지?’라는 질문이 많아졌다. 일부러 휴대폰 없이 입대했던 것도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였다. 아예 연락 자체가 안됐던 그 시기가 마음의 안정과 위로를 받은 시기였던 것.

“마음의 주머니가 더 커지게 된 계기가 됐어요. 그 전에는 모든 걸 챙기고 아우르려 했다면 지금은 내 자신을 더 챙기고 행복해야 된달까? 예전보다 나에게 포커스를 맞추려고 합니다. 늘 변함없는 건 작품을 결정하는 기준입니다. 나중에 제 가족들에게 ‘아빠가 이런 작품 했어’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어야 하죠. ‘우와’라는 감탄사가 나왔으면 하거든요.(웃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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