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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말랑말랑 톡 쏘는 ‘젤리피쉬’ 작가 벤 웨더릴 “자신이 선택한 사랑을 할 자격에 대하여”

[人더컬처] 연극 ‘젤리피쉬’ 작가 벤 웨더릴

입력 2024-05-27 18:00 | 신문게재 2024-05-2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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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피쉬_작가_벤 웨더릴(Ben Weatherill) (1)
연극 ‘젤리피쉬’ 작가 벤 웨더릴(사진제공=스튜디오 야간)

 

“이 이야기가 다운증후군 혹은 장애를 가진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로 일반화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그네스와 켈리라는 두 개인이 인생에서 아주 큰 변화를 겪고 있음을, 그 과정에서 어떤 감정적 경험을 하며 갈등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사람의 사랑이야기 보다는 모녀, 그 두 사람의 이야기죠.”

한국에서의 작품개발 쇼케이스를 위해 내한한 작가 벤 웨더릴(Ben Weatherill)은 연극 ‘젤리피쉬’(Jelly Fish)에 대해 “두 모녀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그는 데뷔작 ‘치킨 더스트’(Chicken Dust)를 시작으로 ‘젤리피쉬’ 그리고 영국 윈저 로열 시어터에서 이안 멕켈런(Ian Mckellen) 주연으로 상연된 ‘프랭크와 퍼시’(Frank and Percy)까지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주목받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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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젤리피쉬’ 작품개발 쇼케이스 공연 장면(사진제공=스튜디오 야간)

 

그의 두 번째 작품 ‘젤리피쉬’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스물일곱 켈리(백지윤)와 그런 그의 곁을 지켜온 엄마 아그네스(정수영) 이야기다. 재단법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연극 ‘비 Bea’ ‘튜링머신’ 등의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이 협업해 작품개발 쇼케이스로 선보이는 ‘젤리피쉬’의 켈리는 실제 다운증후군 발레리나 백지윤이 연기한다.

‘나무 위의 군대’ ‘아몬드’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온 더 비트’ ‘아들’ 등의 민새롬 연출이 이런저런 실험 중인 작품으로 이번 작품개발 쇼케이스는 배우들을 비롯해 스태프들과 프롬프터 배우 등이 극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형식의 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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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젤리피쉬’ 작품개발 쇼케이스 공연 장면(사진제공=스튜디오 야간)

 

바다를 산책하고 승진에 기뻐하며 꽤 평화로웠던 모녀의 일상에는 켈리가 장애인이 아닌 아케이드 직원 닐(김바다)과 사랑에 빠지면서 갈등이 불거진다. 두 사람이 연인이 되고 결혼해 출산을 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엄마 아그네스의 반대와 더불어 사기나 범죄, 소아성애, 변태 등 취급을 하는 세상의 편견을 맞닥뜨린다.

2018년 영국 런던 부시 시어터 초연에 이어 영국 내셔널 시어터, 호주 뉴시어터 등 무대에 올랐던 ‘젤리피쉬’의 시작은 영국 맨체스터에서 ‘크로커다일’이라는 작품 중 춤을 추는 작은 역할로 출연한 다운증후군 예술가 사라 고디(Sarah Gordi)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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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젤리피쉬’ 작가 벤 웨더릴(사진제공=스튜디오 야간)

 

“이 사람을 위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에서의 공연을 보면서 그때로 돌아간 타임머신을 탄 듯한 경험을 했죠. 하지만 사라 고디 자체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재능 있고 멋있는 사람을 위한 공연을 만들고 싶었어요. 극 중 켈리의 발랄함, 유머, 넘치는 에너지 등 정도만 사라 고디에서 가져왔을 뿐 그 사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매일 해안가를 걸으며 조개를 비롯한 이것저것을 줍는 엄마와 딸 이야기를 담은 책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죠. 첫 장면에서 켈리가 죽은 게를 가지고 노는 장면 등이 그래요.”

제목 ‘젤리피쉬’에 대해 “보기엔 말랑말랑한데 톡 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해파리가 이 작품과 이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에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부연한 그는 “제가 비장애인이기 때문에 이 이야기에 접근하는 데서 조심스러웠다. 최대한 진정성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영국에 있는 발달장애인, 인지장애인을 돕는 자선단체에서 충분히 자문을 받으면서 대본을 썼어요. 이 작품의 정서가 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연민이기 보다는 공감이기를 바랐습니다. 사실 ‘젤리피쉬’라는 작품이 어떤 답이나 교훈을 주기를 바라진 않았어요. 모든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이 선택한 사랑을 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죠. 그에 대한 답은 관객분들이 공연을 관람하고 스스로 생각해 보시기를 바랐습니다.”

다운증후군을 가졌지만 누구보다 당당하고 일에 적극적이며 유머러스한 켈리, 그를 보살피고 보호하느라 지치고 예민해져 버렸지만 누구보다 딸을 사랑하는 엄마 아그네스, 켈리를 사랑해 연인이 됐지만 불쌍한 장애인 등쳐먹는 사기꾼, 변태, 소아성애자라는 세간의 시선으로 갈등하는 닐, 퀴즈를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퀴즈쇼 출연까지 감행하는 도미닉(김범진)까지.

“이 4명의 캐릭터 모두가 자신의 입장과 생각이 있어요. 그것 자체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작가인 저도 누가 맞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것 같거든요. 관객분들께서 이 공연을 보고 어떤 대답을 얻어가지는 못하시더라도 자신의 선입견을 깨는 경험을 하시기를 그리고 모든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이 선택한 사랑을 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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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젤리피쉬’ 작품개발 쇼케이스 공연 장면(사진제공=스튜디오 야간)

 

이후 ‘젤리피쉬’ 행보에 대해 벤 웨더릴은 “연극과 더불어 영화화를 위해 시나리오를 썼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치면서 다소 지연 중”이라며 “이 작품이 다양한 포맷으로 변주되거나 다른 버전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굉장히 재밌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다양한 포맷이나 버전으로의 변주도 좋지만 장애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장애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작품들이 영화든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다양한 분야에서 많이 만들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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