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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메트 오페라의 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 "오페라는 인간이 만든 완전한 최후의 예술형식"

[人더컬처]야닉 네제 세갱(Yannick Nezet-Seguin)이 이끄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한국 무대 오르는 메트 오페라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Lisset Oropesa)
모차르트 레치타티보와 아리아 ‘베레니체에게...태양이 떠오른다‘와 콘서트 아리아 ‘나는 가리라, 그러나 어디로?’

입력 2024-05-20 18:00 | 신문게재 2024-05-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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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
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오페라는 인간이 만든 완전한 최후의 예술 형식 중 하나입니다. 인간이 쓰고 인간이 노래하고 인간이 악기를 연주하고 인간이 지은 극장에 인간이 꾸린 세트에서 신에 관한 이야기이거나 허구일지라도 인간의 이야기를 들려주죠.”

성악가들의 꿈의 무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The Metropolita Opera, 이하 메트 오페라) 주역인 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Lisset Oropesa, 이하 오로페사)는 6월 19, 20일 내한공연을 앞두고 진행한 서면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이 예술 형식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는지 그리고 이미 얼마나 많은 세대의 삶에 감동을 전해주었는지 놀라울 정도죠. 저는 오페라가 인위적인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만든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많이 진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인간의 손길이 느껴지고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없거든요. 앞으로도 그렇게 유지해야죠!”


◇극강의 콜로라투라, 야닉 네제 세갱이 인정한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 리제트 오로페사

더 메트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포스터(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마에스트로는 모든 면에서 훌륭합니다. 그는 솔리스트든 앙상블이든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서 최선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알고 있죠. 음악에 대한 그의 사랑은 전염성이 강해요. 항상 축하 이벤트를 준비하는 듯한 마음가짐으로 예술 형식과 아티스트 자체를 사랑하고 존중하죠. 개성과 기쁨으로 청중을 사로잡는 방법을 진정으로 아는 사람이에요.”

오로페사는 현재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예술감독이자 지휘자 야닉 네제 세갱(Yannick Nezet-Seguin)이 “누구보다 모차르트를 잘 구현하는 가수”라고 인정한 메트 오페라의 소프라노다.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출신의 오로페사는 2019년 제14회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비벌리 실즈 아티스트 어워드(Beverly Sills Artist Award) 및 리처드 터커 어워즈(Richard Tucker Award) 수상자로 극강의 콜로라투라(Coloratura, 빠른 패시지나 트릴 등 기교적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선율)를 구사하는 소프라노다.

그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의 레치타티보와 아리아(Recitativ und Arie) ‘베레니체에게...태양이 떠오른다‘(A Berenice...Sol nascente K.70)와 콘서트 아리아 ‘나는 가리라, 그러나 어디로?’(Vado, ma dove? K. 583)를 선보인다.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아르투로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 등 내로라하는 음악가들이 수석지휘자로 이끌기도 했던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국(6월 19, 20일 롯데콘서트홀)을 시작으로 일본(6월 22~27일), 대만(6월 29, 30일)으로 이어지는 아시아 투어에서 선보일 두 곡에 대해 오로페사는 “전혀 다른 곡”이라고 표현했다.

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
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모차르트가 11, 12세 무렵에 작곡한 ‘베레니체에게...태양이 떠오른다’는 극도의 기교와 목소리를 위한 악기 선율, 화려한 오케스트라의 감흥으로 완성되는 곡이에요. 젊은 모차르트의 놀라운 기교를 한껏 보여주죠. 색채가 있고 긴 구절과 큰 도약도 있어요. 인간의 목소리가 치러야할 장애물 경주 같은 작품이죠.”

또 다른 곡인 ‘나는 가리라, 그러나 어디로?’는 33살 무렵의 모차르트가 소프라노를 위해 작곡한 마지막 아리아다. 이에 대해 오로페사는 “모차르트가 극적인 영역에서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는 특별한 아리아”라고 털어놓았다.


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
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모차르트!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

 

“더 단순한 선율, 더 수월한 음역, 더 간결한 음악 구조로 텍스트 뒤에 숨겨진 정서에 집중해야 하는 곡이에요.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건 ‘나는 가리라, 그러나 어디로?’ 같은 단순함이죠. 아리아가 짧고 기교가 덜 드러나는데도 노래하기 매우 어려운 이유는 바로 감정 때문입니다.”

이어 “모차르트의 곡은 보기에 쉬워 보일수록 부르기에는 어렵다”며 “보컬적으로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더 투명하게 들리고 결함이 더 쉽게 노출된다”고 덧붙였다.

“모차르트 작품을 부르기 위해서는 정말 제대로 테크닉을 갖춰져야 해요. 가수의 역량 창고에 정말 많은 것이 있어야 하죠. 저는 깔끔한 패시지 작업, 감정적 뉘앙스, 실제 선과 구절의 방향을 강조하면서 쉽게 들리도록 하는 훈련을 합니다. 하지만 이건 첫 번째 레벨일 뿐이죠. 이보다 더 자연스러워야 하거든요. 긴장하거나 지나치게 통제된 것처럼 들리면 진정으로 ‘쉽게’ 들리게 하는 자유를 잃게 되니까요.”

그리곤 “이것이 바로 훌륭한 모차르트 해석가와 단순한 음악가 사이의 핵심적인 차이”라며 “기계처럼 들리면 안된다. 음율을 만든 사람이 사람이고 사람이 음율을 연주하는 것처럼 들려야 한다”고 부연했다.

“마치 훌륭한 아이스 스케이트 선수를 보는 것과 같아요. 보는 사람들이 ‘와, 정말 쉬워 보이는데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하죠. 저 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모차르트가 어려운 이유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우리는 음악을 사랑하고 그래서 음악을 해석하는 일은 언제나 경이롭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6월 19, 20일 내한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함께 하는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에 대해서는 “훌륭한 친구이자 동료로서 존경하는 사람들”이라며 “그들은 매일 성악가들과 함께 작업하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특별한 요구 사항, 개별 솔리스트의 소리와 능력이 어떻게 다른지에 매우 민감하며 제가 최선을 다해 노래하도록 영감을 주는 아름다운 앙상블”이라고 소개했다.

“그들은 제가 스타일을 쉽게 바꿀 수 있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협력해요. 음악 스타일과 지휘자의 요청뿐 아니라 주어진 순간에 성악가들을 항상 존중합니다. 쉼표가 필요하든, 강조를 위해 시간을 멈춰야 하든 늘 그들이 함께 하죠.”


◇비올레타, 마농, 줄리엣, 아미나 그리고 엘비라, 마르게리타, 노르마

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
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의 비올레타(Violetta)와 쥘 마스네(Jules Massenet) 오페라 ‘마농’(Manon)의 주인공 마농, 샤를 구노(Charles Gounod)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의 줄리엣 그리고 빈센초 벨리니(Vincenzo Bellini) ‘몽유병의 여인’(La Sonnambula) 아미나(Amina)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역할이자 지금도 무대에 올라 연기하는 인물들이죠.”

이렇게 전한 오로페사는 “베르디 ‘리골레토’(Rigoletto)의 질다(Gilda), 가에타노 도니제티(Gaetano Donizetti)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Lucia di Lammermoor)의 루치아,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수잔나(Susanna)도 좋아하지만 더 이상 그 배역으로는 무대에 오르지 않는다”고 말을 보탰다.

그리곤 스코틀랜드의 여왕 메리와 잉글랜드 여왕 엘리자베스 1세의 삶을 소재로 한 도니제티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Maria Stuarda) 무대에 처음 오른 기쁨을 전하기도 했다.

“앞으로 벨칸토 오페라와 프랑스 작품을 레퍼토리에 더 추가할 생각입니다. 향후 3~5년 동안은 콘서트 오페라로만 불렀던 벨리니 ‘청교도’(I Puritani, The Puritans)의 엘비라(Elvira), 구노 오페라 ‘파우스트’(Faust)의 마르게리타(Marguerite)를 추가하고 가능하다면 노르마(Norma) 역에도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Georg, Friedrich Handel)헨델, 조아키노 로시니(Gioacchino Rossini), 벨리니도 계속 노래할 거예요.”


◇조수미, 홍혜경, 한국 그리고 꿈꾸는 사람들

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
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조수미 선생님을 정말 좋아해요. 그런 그녀를 만났고 너무 친절하셨어요. 선생님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프라노 디바 중 한분이죠. 제가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주인공) 수잔나를 부를 때 첫 백작부인이었던 홍혜경 선생님을 존경해요. 훌륭한 가수일 뿐 아니라 정말 놀라운 분이셨죠.”

그는 한국인 성악가들과도 인연이 깊은 소프라노이기도 하다. 오로페사는 “라 스칼라에서 멋진 베이스 바리톤 박종민, 비엔나에서 유쾌하고 재능있는 젊은 베이스 스테파노 박과도 함께 공연했는데 정말 대단했다”고 밝혔다.  

 

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
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한국의 성악가들 뿐 아니라 “한국드라마도 좋아한다”는 그는 “특히 ‘오징어게임’(Squid Game)과 ‘더 글로리’(The Glory)를 정말 좋아한다. 김치 등 한국 음식도 좋아해서 직접 채식주의자인 저만의 비건 레시피로 만드는 법도 배웠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저희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아시아에는 오페라와 성악가들에 매우 열정적인 관객들이 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와의 아시아 투어는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꿈꾸는 사람들, 특히 뉴욕 메트 오페라 극장 무대에 서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조언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큰 꿈을 꾸는 건 근사한 일이죠. 뉴욕 메트로폴리탄 혹은 작은 동네 극장에서 노래하는 것이 꿈이든 꿈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곳을 상상하며 구체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고 그것을 위한 준비를 하세요.”

이어 “어떤 사람들에게는 성공이 쉽고 빠르게 다가오지만 누군가에게는 많은 좌절이 따르는 어려운 길이기도 하다”며 “그럼에도 정말 원하는 꿈이라면 쉽지 않더라도 쫓아가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상에 오른다고 해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정상을 유지하기란 정말 어렵거든요. 늘 스스로로 존재하세요.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와 생각을 부정하거나 외면하지 마세요. 나만의 개성은 나를 돋보이게 하죠. 연약함은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게 만들 것이고 강인함은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게 할 테니까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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