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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 글로벌 기업이 쏘아올린 물 복원 ‘워터포지티브’…나비효과는 우리에도 '성큼'

사용한 물보다 더 많은 물을 자연 복원 목표 ‘워터포지티브’
잇따르는 극심 가뭄에 기업들 물절약·관리 화두
국내 기업, 수자원공사, 환경부 ‘워터포지티브’ 협력 첫발

입력 2024-04-21 13:21 | 신문게재 2024-04-2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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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 소재 한국수자원공사 아산신도시물환경센터 직원이 역삼투(RO)설비를 점검하는 모습. 하수처리설비의 방류수를 역삼투(RO)설비에서 이온성 물질까지 제거하게 하며, 철저한 설비·수질관리로 생산된 최상 수준의 물을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 중이다(사진=수자원공사)

 

기후위기 시대, 글로벌 기업들의 적극적 물 관리 움직임이 나비효과를 내고 있다. 워터포지티브에 동참하는 기업이 늘며, 지구촌에 ‘사용한 물보다 더 많은 물을 자연으로 복원’하는 변화의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속가능한 수자원 관리를 목표로 한 기업의 노력은 국내에도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국내 기업은 물론 정부부처인 환경부, 공공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가 워터포지티브에 함께 참여, 지속 가능한 물 관리 실현을 위해 나선 것이다. 이들이 마련할 ‘워터포지티브’, 새로운 물 위기 대응 솔루션 모델 발굴·구현에 대한 기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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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혼쭐 난 대만…물 부족에 첨단산업 위기 남의 일 아니다

지난 2021년 대만은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에 직면했다. 56년 만에 최악의 가뭄, 대만 지역의 강수량이 감소로 말미암은 물 리스크는 대만을 강타했고, 충격의 여파로 TSMC(대만 반도체 개발업체)는 반도체 생산 중단 위기에 내몰렸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만 정부는 반도체 공장 가동 중지를 막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100만 가구에 물 배급제를 실시하고, 농부들을 설득해 농업용수까지 동원하기에 이르렀다.

가까스로 위기는 벗어났다. 그러나 목 타는 갈증은, 급기야 한 국가의 핵심 산업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를 심어주기 충분했다. 우리나라 가뭄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수년 전 극심한 남부 지역 가뭄 등을 겪는 등 물 부족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정부는 미래 먹거리로서 ‘첨단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는데, 자연스레 물먹는 하마로 평가되는 국내 첨단산업부문에 대한 염려 또한 클 수 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인구 증가, 도시화, 산업화로 전 세계의 물 수요가 매년 1%씩 증가한다고 예측하고 있다. “앞으로 25년 이내에 5개국 중 한 나라가 심각한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국제식량기구연구소장(앤더슨)의 전언이나, “이제는 1970년대 석유파동(oil shock)이 아니라 물파동(water shock)에 대비해야 한다”는 세계경제포럼 수자원 이니셔티브 보고서는 수자원의 파국적 고갈을 막기 위해, 보다 적극적이며 능동적 대처를 주문한다. 이러한 가운데 국제사회에서는 정보통신(IT)기업을 중심으로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 결과, 나름의 해결책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 중 워터포지티브는 최근 글로벌기업 사이에 번지는 적극적 물관리 기여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워터포지티브란 개념은 약속된 용어가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하나 둘 사용하는 과정서 워터포지티브가 널리 퍼지게 됐다”며 “기업이 사용하고 있는 물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지원을 통해) 물을 복원하는 활동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IT기업들이 나선 ‘워터 포지티브’…나비효과 뚜렷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워터포지티브 개념은 구체적인 부분이 정립되진 않았다. 다만 넓은 의미에서 워터포지티브는 물 사용량 저감(Water efficiency)과 물 보충(Water replenishment), 지역 협력(Community engagement)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수자원 관리 및 모든 사람의 깨끗한 물 접근성을 향상시키며, 사용한 물보다 더 많은 물을 자연으로 복원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업을 주축으로 이해관계자와 함께 책임 있는 물 관리 실현을 이뤄 기후변화로 인한 물 위기 해소에 이바지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글로벌 IT 기업들은 일찌감치 물 사용량 절감, 공급망 전반의 효율적 물관리를 통해 ‘워터 포지티브’를 추진에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MS는 오는 2030년까지 워터포지티브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물 소비 절감·재이용과 공급업체 기술지원, 물 보존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구글은 2030년까지 소비되는 물의 120%의 회복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책임감 있는 물 사용 개선, 데이터센터 물 재순환, 공급업체 물관리 개선과 더불어 물 건강 프로젝트로 강 유역 물에 대한 좋은 수질 유지, 깨끗한 식수에 대한 접근성 확대, 물 위생 및 생태계 보호를 지원하는 등 지역 물 문제를 해결에 나서고 있다. 구글은 애리조나의 3개년 수자원 보존 프로그램에 총 3800만 달러(약 500억원) 기부하기도 했다.

애플은 업계를 선도하는 물 책임 관리를 천명했다. 물관리연합(AWS) 프레임워크를 적용해 오리건주 지역 유역 물 문제를 개선, 프라인빌 데이터센터의 AWS 인증을 획득했다.

애플은 협력업체 등 관련 기업에 AWS 표준을 알리고, 채택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AWS는 기업, 비정부기구(NGO) 및 공공부문으로 구성된 글로벌 파트너십 협업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물 책임관리 관행 실천에 필요한 기본 틀과 기준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 글로벌 기업이 적극적으로 워터포지티브에 나서는 이유가 관심을 모은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애플이나 구글이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들의 적극적 역할은 (워터포지티브가)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은 워터포지티브를 통해 기업이 구축한 물 관련 연결망을 확대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국내기업도 워터 포지티브 적극 나서…환경부와 수자원공사도 손 걷어부쳐

국내 기업 물 관리 사업 현황은 그동안 워터포지티브와는 거리감이 있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업장 내 물 사용량 저감 활동은 활발했으나 강유역환경 개선 활동 수준의 사업은 소규모에 그쳤다는 평가가 있다. 이는 물위기에 대한 개념이 최근까지 국내서 크지 않았기 때문으로 읽힌다. 하지만 최근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특히 물 관리에 대한 변화의 조짐이 뚜렷하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국내 유수 기업들이 워터포지티브란 목표아래 함께 나아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2일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삼성전자·SK하이닉스·LG전자·포스코·네이버, 민간기구인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코리아 등이 맺은 물 위기 인식 제고와 공동 대응을 위한 업무협약(MOU)이 대표적이다.

이 협약은 정부, 공공기관, 기업, 민간 단체가 기후변화로 인한 물 위기 인식 공유와 더불어 워터포지티브 구상에 주도적으로 대응코자 마련됐다는 것이 환경부 설명이다. 주요내용은 기후변화로 인한 물 리스크 인식 제고 및 공동 대응 강화, 유역 내 물 확보, 수질개선 사업 등 지속 가능한 물 관리 협력과제를 발굴· 추진하고, 물 관리 모범사례 발굴·확산을 위한 인센티브, 연구개발(R&D) 등 정책지원 등이다.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MOU를 넘어 보다 적극적인 기업과의 협업을 준비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하는 워터포지티브에, 정부와 공공기관 등이 함께 협업하는 것은 외국에도 거의 없는 일”이라며 “워터포지티브가 기업의 자발적 주도로 이뤄지다 보니까 정부가 어떤 역할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MOU를 체결하고, 실무협의체를 마련했다. 현재는 기업들이 워터 포지티브에 틀이 없다. 복원량 산출 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체계가 없다”며 “ 워터포지티브와 관련해 어떤 사업을 하면 좋을지 과제 발굴이나 모델을 같이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곽진성 기자 pe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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