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Welfare(복지서비스)

[정책탐구생활] '출산 지원책 따라 이사해야 하나'… '전국 꼴찌' 서울 출산율, 강남만 증가한 이유

강남구, 합계출산율 서울서 하위 5등 → 1년새 13.5% 늘어… "지원금 효과"
서울은 자치구 5곳만이 '첫째 아이에 출산양육지원금 지급'
비수도권 지자체도 출산 단계 집중 지원 지역서 출산율 증가

입력 2024-02-04 13:55 | 신문게재 2024-02-05 13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출산 전 카시트 준비<YONHAP NO-3138>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맘스홀릭베이비페어’를 찾은 예비 부모들이 전시된 카시트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

 

심각한 저출생으로 지역 존폐를 넘어 국가 존폐의 위기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타개책을 내놓는 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중앙 정부 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경쟁적으로 유인 정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서울 강남구의 정책이 빛을 봤다. 지난해 강남구의 출생아가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증가한 것이다.

최근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구 출생아 수는 2350명으로 전년도(2070명)보다 280명(13.5%) 늘었다. 지난 2022년 전국 합계출산율은 0.77명,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59명이었다. 같은 해,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도 하위 5번째(0.49명)로 꼴찌나 다름없었던 강남구 출생아가 극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에 대해 강남구는 당시 출산양육지원금을 파격적으로 증액한 데 따른 정책적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05_출산율13면_7

강남구는 저출생 문제에 대응해 기존 첫째 자녀 30만원, 둘째 자녀 100만원이던 출산양육지원금을 지난해부터 모두 200만원으로 증액했다. 이에 따라 첫째 아이를 낳으면 소득 기준과 무관하게 현금과 바우처를 포함해 첫 달에 최대 740만원을 받게 된다.

구 관계자는 “이 증액이 파격적인 이유는 2022년 보건복지부에서 첫 만남 이용권 바우처(200만원)를 도입하면서 대부분의 서울시 자치구들이 출산양육지원금을 중단했기 때문”이라 말했다.

현재 첫째 아이에게 출산 양육 지원금을 주는 서울의 자치구는 강남구 외 광진구, 동작구, 중구, 중랑구 등 5곳이다.

05_출산장려금등록률_3
이 중 강남구는 첫째 아이 출산 시 200만원을 지원해 가장 큰 금액을 주고 있다.

구는 “첫째 아이에 주목하는 이유는 관내 첫째, 둘째 자녀의 출생이 전체 출생아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들에 대한 지원금을 늘리는 것이 출산가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향이라 봤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출산지원책은 올해도 이어진다. 강남구 가정에서 첫째를 낳으면 첫 달에 출산양육지원금(200만원)외에 산후건강관리비용 최대 50만원을 별도 지원한다. 여기에 정부 지원사업으로 △첫만남 이용권(200만원, 바우처) △부모급여(100만원/월, 현금) △아동수당(10만원/월, 현금) △임산부교통비(70만원, 바우처)를 지원받고, 서울시 지원사업으로 △서울시 산후조리경비(100만원, 바우처) △서울 엄마아빠택시(연 10만원, 바우처)를 지원받게 되면 최대 74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출산장려지원금뿐만 아니라 난임 부부 지원사업 등에서 소득 기준을 모두 폐지하고 서울시 자치구 중 유일하게 남성 난임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구민 입장에서는 높은 정책 실효성으로 혜택 폭이 늘었지만, 금전적 지원인 만큼 지속가능성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강남구는 “출산지원금의 경우 지난해부터 시행해 늘어난 금액을 해당 부서에서 미리 감안해 증액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첫째 출산부터 도와야 그 다음도…

광진구도 양육비 부담을 덜기 위해 첫째 자녀까지 출산축하금을 확대 지원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셋째 이상 출산 가정에만 축하금이 지급됐지만, 지난해 7월 출산 장려 대책으로 ‘광진구 출산·양육 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함에 따라 올해부터는 첫째 자녀 출산 시에도 출산축하금을 받을 수 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1일 이후 출생한 첫째 아이부터 셋째 아이까지 각 100만원을 지급하며, 넷째 출산 시 200만원, 다섯째 이상 출산 가정은 300만원을 각각 지급한다. 축하금은 모바일 광진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된다.

동작구는 지난해 1월부터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산모·신생아 건강관리비 본인부담금을 전액 지원해 오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9월부터는 지원대상자의 관내 거주기간을 완화하고 지원 기준을 확대해 관내 출산 가정의 산후조리비용을 출생아 1명 기준 최대 169만원까지 확대했다.

중구도 지난해부터 출산양육지원금을 확대해 첫째 100만원, 둘째 200만원, 셋째 300만원, 넷째 500만원, 다섯째 이상 10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중구의 이 같은 ‘산후조리·출산양육 지원 정책’은 지난해 7월 주민 설문조사 결과 ‘칭찬하고 싶은 중구의 10대 정책’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구는 밝힌 바 있다.

중랑구는 첫만남이용권으로 출생아 당 200만원의 바우처를 국민행복카드로 지급하고 있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지난 23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서울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저출생”이라며 서울시의 모든 저출생 정책에 소득 기준을 없애는 내용의 ‘서울형 저출생 극복모델’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처럼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여야 '저출생' 대책 총선 공약 발표<YONHAP NO-4469>
(연합)

◇출산지원 ‘경쟁’, 실효성 드러나는 지점

지난 18일 행안부 출생등록자 통계에 따르면, 비수도권은 기초 지자체 160곳 중 120곳(75%)에서 출생아 수가 줄었다.

행안부의 2022년 12월부터 2023년 12월까지의 주민등록 인구 기타 현황(주민등록기준 지역별 출생등록) 통계를 조회한 결과, 1년 내 출생등록수가 증가한 광역자치단체는 △울산(348명→377명) △충북(526명→554명) △전남(534명→542명) 등 3곳에 불과했다.

복지부가 발간한 ‘2022년도 지방자치단체 출산지원정책 사례집’을 살펴보면, 2022년 지방자치단체 출산지원정책은 2340건으로 전년 대비 30건이 늘었다. 생애단계별로 출산 821건(35.1%), 육아 666건(28.5%), 임신 439건(18.8%) 순으로, 출산지원정책이 임신·출산·육아 중심으로 추진된 것으로 분석된다.

주목할 점은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년 새 출생등록수가 증가한 울산, 충북, 전남의 출산지원정책 사업 비율이다. 3곳의 2022년 출산 단계 사업 비중은 울산 52.5%, 충북 39.8%, 전남 43.2%로 출산 단계 정책에 가장 비중을 많이 둔 상위 3개 지역인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 내 가장 많은 금액을 지원하는 울주군은 첫째아 70만원, 둘째아 250만원, 셋째아 500만원을 분할 지급했다. 이 밖에도 울산시에서 보육료 차액 지원, 어린이집 필요경비·식비 등을 지원한다.

충북 제천시는 둘째를 낳으면 600만원, 셋째 이상을 출산하면 3000만원을 현금으로 준다. 영동군은 올해부터 ‘1억원 성장 프로젝트’에 나선다. 결혼 후 관내에 정착하는 45세 이하 청년부부에게 지급하는 1000만원의 정착지원금을 비롯해 국비·도비로 지원되는 각종 장려금에 군비 사업을 합한 금액으로 영동에서 결혼해 아이를 낳아 키우는 부부에게 최대 1억2400만원이 지급된다.

전남 강진은 226개 기초지자체 중 출산장려금을 가장 많이 주는 곳이다. 첫째 아이 출산시부터 5040만원을 준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65.69% 치솟았다.

이처럼 수도권, 비수도권할 것 없이 각종 출산 지원정책을 통해 인구 감소 억제를 넘어 증가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제부터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어떤 파격적인 출산양육 지원에도 냉담한 젊은이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금전적 지원책을 넘어, 아이를 ‘낳고 싶은’ 사회적·환경적 변화 제고가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임지원 기자 jnews@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