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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 ‘개점휴업’ 마치고 사회적대화 준비하는 경사노위

근로시간·정년·산업전환 주제 논의 전망
근로시간 노·사 입장 ‘첨예’…정부 의도 관철 시 ‘들러리’ 비판 가능성
인구 변화, 기후위기 대응 중장기 의제 다뤄야 지적

입력 2024-01-28 13:58 | 신문게재 2024-01-2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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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신년인사회, 인사말 하는 김문수 경제사.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시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열린 노사정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밑줄 왼쪽부터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연합)

 

지난 2022년 9월 13대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취임 후 이렇다 할 사회적대화를 추진하고 못하고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사회적대화가 내달부터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시간 개편과 정년 연장 등 계속고용, 산업전환 등이 주요 논의 주제가 될 전망이다. 논의 주제들은 하나 같이 미래 노동시장과 관련해 중요한 주제들이지만 노·사 간 입장차이가 첨예한 부분도 적지 않아 어느 일방의 입장을 관철시키려 한다면 사회적대화 파행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다.

김덕호 경사노위 상임위원은 지난 18일 경사노위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덕호 상임위원은 최근 진행 중인 경사노위 부대표자급 논의 내용을 설명했다. 김덕호 상임위원의 말을 종합하면 본위원회는 내달 중 개최 가능성이 높고 사회적대화 논의 주제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근로시간 개편·고령화에 따른 정년 연장 등 계속 고용·산업전환 대응 등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김덕호 상임위원은 “(본위원회는)2월쯤 하면 좋겠는데 변수들이 있다. 노동계가 (위원)추천도 해야 하고 공익위원 검증도 끝내고 의제도 정확하게 나와야 된다”며 “그렇게 진행하려고 하는데 그 날짜를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경사노위, 본위원회 내달 개최 예정…의제도 의견 모아져

사회적대화 의제에 대해서는 “4주체(노동·사용자·공익·정부)가 공통적으로 필요한 과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현안이 무엇이냐고 했을 때는 저출산이 큰 문제라고 공히 생각했다”며 “왜 저출산 문제 발생하냐 했을 때는 일 하는 방식, 일·가정 양립, 장시간 근로, 결국 근로시간이 문제로 근로시간을 다루는 부분이 하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상임위원은 “노동계는 정년 연장을 원하고 있고 정부도 계속 일할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사측도 마찬가지다”라면서도 “다만 은퇴 시기에 임금이 많으니까 부담이 많고 그래서 임금 체계 개편을 수반해야 된다는 얘기도 있어 공통적으로 현안으로 다뤄야 된다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의제는 저성장·불공 격차 등 위기의 노동시장, 산업전환이 될 수 있다고 김 상임위원은 설명했다.

김 상임위원은 “산업 전환의 문제가 있다. 정부도 법을 만들었고 노동계도 산업 전환 문제를 크게 생각하고 있고 불공정 격차 문제도 있다. 그 다음에 지금 저성장이기 때문에 노동시장에 활력을 줘야 되는 부분도 있고 또 노사관계도 활력을 얻기 위해서는 노사관계도 원활하게 잘 이뤄져야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본위원회가 열려 향후 논의 주제들의 확정되고 본격적인 사회적대화에 들어가면 가장 첨예한 의견 대립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의제는 근로시간 개편이 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추진하다 주69시간 근로 논란으로 제동이 걸린 근로시간 개편은 경사노위를 통해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도 대국민 설문조사·면접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노·사·정대화를 통해 상반기 근로시간 제도개편 보완 방완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노동시장 이동성 강화와 직무중심 인사관리 도입, 임금격차 해소 등을 위한 이중구조 개선대책도 경사노위에서 논의 후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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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브릿지경제)

 

하지만 사회적대화 한 축인 한국노총은 근로시간 개편과 ‘직무급제’ 도입 등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4일 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논평에서 “임금체계와 노동시간과 같은 노·사 자율의 영역까지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또다시 국민에게 부정적인 여론으로 작용해 정부에 부메랑이 될 것이 자명하다”며 “어렵게 다시 엮은 사회적대화를 정부가 나서서 언급하는 것도 옳지 않다. 아직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내 그 어떤 논의 의제도 협의되지 않았다. 정부가 의제를 언급하는 것은 시작 단계부터 사회적대화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근로시간 개편, 노·사 의견 첨예해 사회적대화 ‘화약고’ 될 수도

반면 또 다른 사회적대화 주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동계와 정반대의 입장이다. 경영자총협회는 지난해 11월 노동부의 근로시간 개편 방향에 대해 “지난 3월에 발표한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에 못 미치는 내용이고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하지 않아 경영계는 아쉽다”며 “조사 결과, 현행 근로시간 제도로는 갑작스러운 업무량 증가 등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현장의 실태가 확인됐고 상당수의 국민이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를 원하는 만큼(동의 46.4%, 비동의 29.8%) 정부는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 등 근로시간 제도 개선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노동부는 근로시간 개편 논의를 일·가정 양립과 연동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성희 노동부 차관은 지난 15일 출입기자간담회에서 “근로시간 개편만을 논의하는 건 당연히 부담스러울 것으로 일·가정양립을 포함하지 않을까한다”며 “근로시간 하나만 논의하는 건 다른 방식으로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김덕호 상임위원은 지난해 노동부가 밝힌 주 52시간제 틀을 유지하되 우선 적용 업종·직종, 연장근로 관리단위 및 상한 등을 중심으로는 근로시간 개편을 논의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덕호 상임위원은 “근로시간을 지난번에 부처(노동부)가 발표한 것을 기초로 개편하자 이런 것은 아니다”라며 “근로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더 좋은 대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산업구조 전환에 대해서는 당장 노·사 의견 차이가 크지 않아 첨예한 대립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 경제 저성장, 기후위기 대응에 따른 산업구조 재편에 대해 노·사가 모두 대응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각론에서 입장 차이가 나올 수 있다.



“정부 안건 중심으로 다룬다면 ‘노동개혁’ 들러리 비판”…“노동계 적극 참여해야, 공익위원 선도 역할 필요”

내달 본회의가 열려 의제 및 위원회 운영 등을 확정해 본격적인 사회적대화에 들어가더라도 실제 성과를 내기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 전에는 논의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경사노위는 정치 상황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총선 결과에 따라 사회적대화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가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 사회적대화를 이용한다면 파행과 ‘식물 경사노위’는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하고 논의됐던 노사관계나 취약·사각지대 이중 노동시장만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고려될 의제들이 논의되는 게 바람직한데 인구 구조 변화, 고령화, 인공지능(AI), 일자리, 기후 위기 등은 앞으로 중요 의제이기 때문에 너무 현안에 얽매이지 말고 그런 의제를 연구회 혹은 의제별위원회에서 다뤄야 경사노위가 본연의 사회적 합의 논의 기구로서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진 소장은 이어 “정부 의도에 맞는 안건 중심으로 다룬다면 ‘노동개혁’의 들러리 수단으로 활용되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경영계 주도적인 의제만 다루면 비판과 우려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노동계의 적극적인 참여와 공익위원의 역할, 논의 결과에 대한 정책·제도화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경사노위 한 공익위원은 앞으로 운영이 잘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동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지 않다. (노동계는)노사정 한축이고 이해관계 당사자니까 적극적으로 대화 의지를 갖고 참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공익위원들의 선도적 활동도 중요하다”며 “논의된 것들이 정책에 반영되거나 입법으로 반영되는 선순환 구조가 계속 만들어져야 된다. 사회적대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원배 기자 lwb2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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