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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 한국형 DARPA…성공의 관건은 속도 아닌 ‘방향’

책임PM 권한 범위 규정 모호…정부, 올 상반기 중 법적 근거 갖춰 제정
인력지원 방향성 시간 필요, 성과보다 연구현장과 발 맞춰야

입력 2024-01-21 13:46 | 신문게재 2024-01-2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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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하는 이종호 장관<YONHAP NO-4897>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023년 3월 9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계도전 R&D 프로젝트 킥오프’에서 축사하고 있다.(연합)

 

정부는 최근 올해 ‘한계도전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한국형 다르파(DARPA)’의 출격이다. ‘한계도전 R&D 프로젝트’는 실패 가능성이 크지만, 성공하면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고위험·수익형 R&D 추진을 골자로 한다. 미국, 일본 등 주변국보다 늦은 감이 있지만 R&D 혁신을 위해 ‘첫발’을 내디뎠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실패를 자산으로 삼은 DARPA…한국형 DARPA 성공 관건은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지난 1958년 설립된 이후 변화를 거듭해 미국 혁신 연구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발단은 미국과 소련의 체제 경쟁으로부터 비롯됐다. 소련이 지난 1957년 세계 최초로 스푸트니크 1호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자, 위기감을 느낀 미 대통령 아이젠하워가 이를 따라잡을 소위 ‘R&D 특공대’를 설립한 것이다.

DARPA의 대표적인 기술은 △인터넷(아르파넷) △위성항법장치(GPS) △음성인식 기술 △자율주행자동차 △USB 플래시드라이브 △태양열판 △전자레인지 △스텔스 기술 등이다.

군사 목적으로 개발됐지만 현재 인터넷, GPS, 음성인식 등은 스마트폰의 주요 기능 중 하나로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돼있다.

연구개발부서와 행정부서를 합쳐 약 200~300명으로 운용되는 DARPA는 큰 조직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비약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DARPA만의 독특한 연구 시스템의 역할이 컸다.

DARPA는 속도가 아닌 ‘방향’에 집중했다. 즉, 실패를 자산으로 삼은 것이다.

이를 위해 ‘책임 프로젝트 매니저(PM)’를 통한 자율성 극대화를 비롯해 관료제 타파, 과감한 사업추진, 명확한 목표 수립, 예산 전폭 지원 등이 뒷받침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처음으로 지난해 초 ‘한계도전 R&D 프로젝트(한국형 DARPA)’를 통해 한국 R&D를 혁신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그간 한국 R&D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위험 회피·관료주의·단기성과 위주 평가 등을 극복한다는 것이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한계도전 R&D 프로젝트가 특공대와 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한국형 DARPA는 앞으로 5년간(2024~2028년) 3개 기술 분야(바이오, 기후·에너지, 소재)에 총 490억원이 투입된다. 각 프로그램별 연간 예산은 30억~50억원 내외, 프로그램 하부 과제별 연간 예산은 10억원 내외다. 올해는 책임PM이 선정한 연구주제 공고 및 의견수렴, 기술제안토론회가 순차적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아울러 1분기 중으로 현장 의견이 반영된 과제제안요청서 공고를 통해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한국형 DARPA와 기존 R&D의 가장 큰 차이는 책임PM 선정으로 볼 수 있다.

기존 R&D의 PM이 운영·기획에만 국한됐다면, 한국형 DARPA는 책임PM의 권한을 극대화해서 연구자 주도의 연구개발을 추진한다. 책임PM별 1개 프로그램 내 3개 내외의 연구주제가 기획 및 운영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책임PM이 사업을 운영하고 필요하면 책임PM 주 도하에 사업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것이 기존 PM과의 차이”라면서 “시스템의 권한이 기존보다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과학기술계에서는 책임PM의 권한을 어디까지 설정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한 관계자는 “학계에서는 DARPA 시스템이 들어왔을 때 책임PM들의 권한을 어디까지 확보할 수 있느냐를 관건으로 보고 있다”며 “권한과 책임 사이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아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사업들을 운영할 수 있는 요소들이 다 만들어져도 관행적으로 그전에 R&D사업을 수행하던 주체들이 다시 관리하게 되면 이전 기준을 적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책임 권한이 명확히 설정되지 않으면 해당 분야의 연구자들은 이를 R&D혁신으로 받아들인다기보다 자칫 정부 과제가 는 것쯤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기존의 과학난제도전 융합연구개발사업, 혁신도전 프로젝트 같은 사업은 책임PM 문제를 제외하고 보면 한국형 DARPA 프로젝트와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책임PM 권한설정은 법적 근거를 가지고 설정해야 하므로 근거를 올해 상반기 중에 만들 예정”이라며 “우려하는 것과 달리 여러 의견을 듣고 있고 지속해서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형 DARPA 관건은 속도 아닌 ‘방향’…현장과 발 맞춰야

태재미래전략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DARPA는 책임PM별 5~6명의 인력을 지원받고 지원인력 또한 각 1~2명의 인력지원을 받는다. 한국형 DARPA는 ‘한국연구재단의 한계도전전략센터’에서 책임PM을 지원한다. 센터는 현재 약 4명의 인원이 책임PM을 지원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다만, 과제 선정에 수개월 또는 1년 이상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인력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관련 예산의 규모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 DARPA의 2023 회계 보고서를 보면 예산은 38억6800만달러(한화 약 5조원)인 반면, 한국은 490억원이다. 하지만 각국의 재정 규모를 따졌을 때 직접 비교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본 IMPACT(혁신적 R&D 프로젝트)의 경우도 예산은 약 16~48억엔 사이다. 이유는 대부분 프로젝트가 외주업체를 통해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책임PM의 사업 단위 예산 자체는 크게 잡히지 않는다. 다만, 예산이 크면 장비 구매 등의 이점은 있다.

한국형 DARPA의 예산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신청이 미승인된 것과 관련된다.

작년 8월 과기정통부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신청했지만, 기획재정부가 이를 거부하면서 과기정통부가 예타 승인 기준(500억원)을 피하고자 490억원으로 축소했다.

STEPI 관계자는 “예산이 크다고 무조건 의미 있다고 볼 수 없다”며 “DARPA는 대부분 외주업체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예산이 크면 좋긴 하지만, 우선 한국 실정에 맞게 올바르게 안착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일관된 정부 기조로 안정적인 예산만 확보된다면 프로젝트 진행에서 문제 될 것은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도 “예타를 거친 사업 확대는 지속해서 추진 중이다”며 “개선 사항들이 발굴되면 타 사업 R&D에도 적용할 것을 계획 중이고, 예산 여건 등에 따라 상황이 좋아지면 추가 PM 선임도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학 한 연구소 관계자는 “성과는 있어도 열약한 연구 시설이 많다”며 “연구 현장 특성상 정부 정책이 나와도 파악하기 어려워 지원 및 공모 방식에 차이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세종=정다운 기자 danjung63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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