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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 정년연장이 소득 크레바스 메울까…고령자 계속고용 논의 본격화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2033년부터 정년 5년 뒤 연금수급 시작
단계적 정년 연장 이뤄낸 일본, 노사·사회적 합의 후 법정 정년 연장
노동계 연장 촉구 속 경영계 ‘난색’…경사노위, 하반기 계속고용 집중논의

입력 2023-08-21 07:00 | 신문게재 2023-08-2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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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현행 60세인 정년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60대로 접어든 베이비붐 세대는 기존 노년 세대보다 일자리를 지속하려는 의지가 높은 만큼 연금 수급 연령과 정년을 맞춰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법적 정년을 연장하는 것이 오히려 장년층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최근 출산율 저하로 인한 저출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노년 인구 급증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오는 2025년이면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60세 정년 이후 고용연장 추진 (PG)
(사진=연합)
이에 현재 60세인 정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법정 정년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에 따라 60세로 결정돼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033년부터 국민 전체의 연금 수급 연령이 65세로 변경되는 만큼 정년 이후 최소 5년 동안 소득 공백이 발생하는 ‘소득 크레바스’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 찾기 나선 4050<YONHAP NO-2614>
지난 6월 15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3년 서울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참여 업체의 채용공고를 둘러보고 있다.(연합)

 

◇‘정년 연장’ 팔 걷은 노동계…노사 임단협 뇌관으로

노동계는 정년 연장에 적극적이다. 일례로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약 요구안을 통해 현행 60세인 정년을 64세까지 늘려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아차 노사 역시 정년을 62세로 늘리는 노조의 요구안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법정 정년을 맞춰야 한다며 고령자고용법 개정을 위한 국민동의청원에 나서기도 했다. 이 청원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고령자고용법 제19조 1항을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 다만, 정년은 국민연금법에 따른 노령연금 수급개시연령과 일치하도록 단계적으로 적용한다’고 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까지의 소득 공백을 줄여 노후불안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한국노총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 후 질 낮은 일자리로의 이동하는 관행이 60대 비정규 노동을 늘리고 노인 빈곤 문제를 더욱 고착화하고 있다”면서 “법정 정년 연장을 통해 적정한 소득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고령자 고용대책”이라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보다 빨리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에 단계적인 정년 연장이 이뤄졌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달 발간한 ‘일본 정년 제도의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1994년 60세 이상 정년 의무화를 도입한 뒤 2012년 계속 고용을 희망하는 근로자 전원을 65세까지 고용할 수 있도록 사업주에게 의무를 부과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베이비붐 세대를 뜻하는 단카이(團塊) 세대의 대규모 은퇴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초고령사회 계속고용 연구회 발족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지난달 27일 초고령사회 계속고용 연구회를 발족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제공)

 

◇중장년 고용 악영향 우려도…“임금체계 개편 우선”

반면 법적 정년을 연장하는 것이 중장년층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재정포럼에 담긴 ‘정년 연장의 고용효과에 대한 소고’ 보고서에 따르면 정년 연장 법안이 통과하기 전 정년 연장의 대상자인 50~54세 근로자 비중이 높았던 사업체는 대상자의 비중이 높지 않았던 사업체에 비해 고용 증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해당 법안이 통과된 지난 2013년 기준 1명의 정년 연장 대상자가 많았던 사업장은 2013~2016년 15~29세 근로자는 0.37명, 30~44세 근로자는 0.61명 추가 고용했지만 45~54세 근로자는 0.19명 적게 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년 연장 법안 통과 이후 중장년층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나타냈다는 의미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이환웅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통적으로 학계와 정책당국은 정년 연장에 따른 고령층 고용의 증가가 청년층 고용에 끼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해 왔다. 그러나 정년 연장이 되려 중장년층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계 또한 정년 연장에 소극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30인 이상 기업 1047곳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고령자 계속고용 정책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25.0%만이 ‘정년 연장’이라고 응답했다. 가장 많은 답변은 67.9%가 선택한 ‘재고용’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경우 연공형 임금체계가 지배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호봉제로 대표되는 연공형 임금체계는 기업에 오래 다녀 연차가 쌓일수록 임금이 높아지는 특성이 있다. 이에 정년이 연장되면 기업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고령자고용법 제21조에 규정된 재고용을 선호하는 것이다. 재고용의 경우에는 임금 결정을 이전과 다르게 결정할 수 있다.

이에 정년 연장을 위해서는 임금체계 개편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가장 시급한 정부지원책으로 꼽은 ‘임금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취업규칙 변경 절차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 사회적 대화 통해 고령자 계속고용 방안 논의

노동개혁에 나서고 있는 정부도 고령자의 계속고용에 대한 논의를 한창 진행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초 제4차 고령자 고용촉진 기본계획을 통해 노사 협력을 바탕으로 한 정년 연장 등 계속고용 제도 도입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사회적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논의체를 구성, 사회적 논의를 진행한 뒤 계속고용 로드맵을 마련할 방침이다.

경사노위도 지난달 초고령사회 계속고용 연구회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논의에 나섰다. 연구회 공동 좌장인 김덕호 경사노위 상임위원은 “올해 연말에서 내년 초 결과물 마련을 목표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반기 집중 논의를 진행할 예정으로, 논의의 결과물은 노동부 계속고용 로드맵의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부에서 30여년간 고용정책 분야를 담당했던 김영중 한국고용정보원장은 “상대적으로 생활에 안정적인 경우 정년 퇴직을 하는 비율이 높다.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로, 정년 연장이 무조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위험한 접근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연령이 49세 정도인 만큼 그 이후에는 대부분 불안정한 노동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다.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일할 환경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며 “65세 이상을 실업급여 대상에 포함하는 것도 일종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세종=김성서 기자 bibleki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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