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정치 · 정책 > 정책

[르포] 세계의 지질공원 꿈꾸는 자연의 보고(寶庫) ‘백령도’를 가다

국가지질공원인 백령도, 보물 같은 지질·지형 품어
최근 세계지질공원 지정 위한 도전. 첫 발
지자체 협력 프로그램 만들고, 지속가능 발전 꾀해야

입력 2023-07-09 13:59 | 신문게재 2023-07-10 14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IMG_8838(크롭5)
백령도 두무진에서 괭이갈매기가 비상하고 있다(사진=곽진성)
서해 최북단 백령도는 만고(萬古)의 흔적이 새겨진 지질유산을 지닌 곳이다. 태초의 비밀을 머금은 듯한 기암괴석, 촘촘하고 단단한 모래사장 해변과 물범 등 희귀 동식물이 노니는 자연의 보고(寶庫)다.

국가지질공원에 속해있는 백령도는 최근 세계지질공원 지정이란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 자연보존과 번영 두 가지 꿈을 머금은 백령도의 도전은 결실로 이어질 수 있을까.



◇백령도, 태고의 섬. 보물 같은 지형·지질을 머금다

국토 최북단, 미지의 도서로 들어서는 데에는 뱃길로 장장 4시간여가 소요된다. 멀고, 긴 여정 끝에 밟은 땅 끝. ‘백령도’라는 큼지막한 안내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최근 환경부 출입기자단이 방문한 백령도의 첫 인상은 ‘수평선 가물가물 갈매기 날고(백령도사나이, 김상배)’나 ‘서해의 해금강 두무진 바위며(백령도, 정희)’라는 노랫말을 절로 떠올리게 했다. 곳곳이 절경이었다.

빼어난 풍경의 백령도는 특별한 내력(來歷)을 머금고 있다. 백령도의 지질은 10억년전 신원생대의 변성퇴적암층을 7000만년전 중생대 암석이 뚫고 들어왔고, 600만년전인 신생대에 분출된 용암이 그 위를 덮고 있는 특징을 지닌 구조다.

백령도가 우리나라 유일의 10억년 전·후 원생대 지질사를 규명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지형 또한 기이하다. 섬 전체는 대체적으로 완만하지만 해안가에 시스택과 침식봉락형 동굴, 해식절벽, 만입지, 대규모 해안사구가 발달해 있다.

퍽 인상적인 백령도의 암석과, 해변, 해안은 하나하나가 진귀했다. 대표적으로 천연기념물 391호인 사곶해변을 들 수 있다. 이곳 해변은 매우 곱고 균질한 모래로 이뤄져서 치밀하고 단단한 모래사장을 형성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손에 꼽는 천연비행장 이용가능 한 지역으로, 조수의 차이로 인한 현생 연흔구조를 관찰 할 수 있는 곳이다.

완_IMG_8744
백령도 사곶해변, 천연비행장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모래사장이다(사진=곽진성)

 

천연기념물 392호인 콩돌해안도 흥미롭다. 백령도의 주요 암석인 규암이 지각 변동으로 인해 노출돼 파도의 힘에 의해 떨어져 나간 후 원마도가 높은 작은 콩모양의 자갈로 바뀐 특징이 있는 해안이다.

천연기념물 507호인 용트림바위 역시 이목을 모은다. 10억 년 전 퇴적된 지층이 그 후(약 2억5000만년전) 강한 지각변동에 의해 지층이 휘어지고, 끊어지면서 특이한 지질구조가 형성돼 있다. 한반도의 지각변동 특성을 연구하는데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명승 제8호인 두무진도 주목된다. 얕은 바다에서 퇴적된 사암층이 지하에서 압력을 받아 단단한 규암(사암의 변성암)으로 변했으나 물결무늬, 사층리(물이 흐른 퇴적구조) 등 원래의 퇴적 구조를 잘 간직하고 있어서 10억 년 전 퇴적환경을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자연 보존해 번영 이루리”…국가지질공원을 아시나요

백령도의 지형과 지질은 천연기념물 명승 등 제도와 더불어, 또 다른 제도로 보호, 인정받고 있다. 바로 국가지질공원 제도다. 백령도(백령·대청국가지질공원)는 울릉도·독도 국가지질공원, 청송 국가지질공원 등 국내 13곳 뿐인 국가지질공원 중 하나다.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에 의하면, 지질공원의 정의는 명료하다. ‘단일의 통합된 지리적 영역으로서, 국제적인 지질학적 가치를 가지는 명소이며, 보호·교육·연구·지속 가능한 자연자원 및 문화자연과 연계해 이용하는 지리적 공간’을 뜻한다.

유완상 국가지질공원사무국 연구원은 “(지질공원제도)는 2000년도 유럽지질공원네트워크(EGN)에서 개념이 생겨났고, 2004년 세계지질공원(GGN) 네트워크가 만들어져 25개 (세계) 지질공원이 첫 출범 했다. 2015년 유네스코 공식프로그램이 됐다”며 “제도가 그렇게 오래된 제도가 아니다. 이제 겨우 20년이 지났다”고 설명했다.  

기_완_IMG_8747
콩돌해안의 아기자기한 자갈들(사진=곽진성)

 

우리나라의 국가지질공원 제도는 지난 2011년 7월 ‘자연공원법’을 개정해 이듬해 도입됐다. ‘지질유산을 관광자원화하고,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통해 국가브랜드 향상에 기여하고자’하는 것으로 제도 취지를 분명히 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가지질공원이 되기 위해선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우수한 지역으로서 이를 보전하고 교육·관광사업 등에 활용한다는 점을 환경부장관으로부터 인증 받아야 한다.

그 기준으로 특별한 지구과학적 중요성, 희귀한 자연적 특성은 물론 지질유산의 보호와 활용을 통해 지역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곳, 지질공원 안에 지질명소 또는 역사적 유물이 있고 자연경관과 조화돼 보존의 가치가 있는 지역 등을 중히 본다고 사무국은 덧붙였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가지질공원의 주요 특징은 용도지구 설정과 재산권 제약 등 규제가 있는 다른 보호제도와 달리 행위제한이 없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지질공원 도전, 지역 주민에 혜택 주면 보호로 이어질 것

지난 2015년 유네스코는 지질유산을 보전하고 교육·관광을 통해 지역발전에 기여하고자 세계지질공원 인증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유네스코 3대 보호제도로 알려진 세계지질공원 제도는. 지질·역사·문화·생태 등 다양한 유산을 지질공원으로 활용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를 골자로 한다.

백령·대청국가지질공원은 최근 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정을 위한 도전을 시작해 결과가 주목된다. 인천시는 백령도·대청도 지질공원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 첫 관문인 국내 후보지 선정을 위해 지난달 30일 환경부에 후보지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기_완_IMG_8845(1)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백령도 두무진(사진=곽진성)
유 연구원은 “국가지질공원이 세계지질공원으로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후보자격을 얻어야한다. 후보자격이 얻기 위해서는 국가지질공원 1년이 지나야 후보지신청을 할 수 있다”며 “전문위원 함께 국가지질공원사무국에서 신청서를 받아서 검토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의 세계지질공원은 제주도(2010년 인정), 청송군(2017년 인정), 무등산권(2018년 인정), 한탄강(2020년 인정) 등 총 4곳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도 48개국 198곳 정도다.

자연스레 세계지질공원 선정을 통한 실익에 궁금증이 모아진다. 국가지질공원사무국에 따르면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된다 하더라도 유네스코나 정부의 특별한 지원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유네스코라는 브랜드가 주는 효과를 통해, 향후 주민들이 관광 산업 등에 있어 경제적 효과를 누리는데 기여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지질공원은 자연 보호 측면에 앞서 지질지형적인 유산들을 보호하고 활용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주민들에게 지질공원이란 관광·역사 문화 자원을 통해 경제적 혜택을 얻게 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 격인 주변 자연 환경에 대한 보호가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란 것이 제도가 지닌 취지로 읽힌다.

백령도는 지금 이 세계지질공원 선정을 통해 자연보전과 지역주민의 번영을 꿈꾼다. 과제도 있다. 국가지질공원으로서의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점이다.

유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지질공원을) 지자체가 관리운영하게 돼있기 때문에 지자체 협력해서 프로그램 만들고 지속가능한 발전이 돼야한다. 그런 것들이 지금 아주 잘 이뤄지진 않고 있다”며 “백령·대청(국가지질공원)은 지역주민이 많지 않다보니,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않다. 더 신경 써야 하지 않나 싶다. 그것이 당면과제”라고 말했다.

백령도=곽진성 기자 pen@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