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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 “‘군복무 크레딧’ 실효성 없어”… 병사 국민연금 의무 가입 검토 논란

복무기간 6개월만 인정하는 ‘군복무 크레딧’… 소득인정액도 절반 뚝
병사 국민연금 강제가입 논의… “‘군복무 크레딧’ 개선부터 우선해야”

입력 2023-06-11 15:33 | 신문게재 2023-06-1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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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병
(사진=연합)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에 시동을 걸면서 ‘군복무 크레딧’ 제도도 함께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군복무 크레딧’은 적용 대상과 인정 기간, 인정 소득 등 보장성이 현저히 낮아 오래전부터 개선 요구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국고가 투입되는 재원 문제 등의 이유로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 그러니 이번 연금개혁 과정에서 ‘군복무 크레딧’을 포함한 국민연금 크레딧 제도를 본래 취지에 맞게 개선하자는 것이 연금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일각에서는 군 복무 기간 병사의 국민연금 가입을 추진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병사 월급 200만원’이 국정과제로 올라 오는 2025년까지 단계적 실현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방부는 2025년까지 병장 봉급을 월 150만원으로 하되 군인 적금 지원금을 55만원 지급해 월 205만원을 가져갈 수 있게 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실효성 없는 ‘군복무 크레딧’을 폐기하고 이참에 병사도 국민연금 가입을 시키자는 제안이 나온 배경이다.

다만 이 같은 병사 국민연금 의무가입은 실제로 추진될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는 게 연금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병사 월급 200만원’의 대상자가 전체 병사에서 병장으로 한정된 데다 의무가입으로 인한 병사 반발이 예상된다. 김설 연금유니온 집행위원장은 “병사 국민연금 의무가입은 향후 모든 병사의 임금이 최저임금 상당으로 현실화한다는 조건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그전까지는 ‘군복무 크레딧’의 인정 기간과 인정 소득 등을 먼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복무기간 6개월만 인정하는 ‘군복무 크레딧’… 소득인정액도 절반

국민연금 크레딧 제도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행위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해 주는 제도다. 현재 군복무·출산·실업 등의 크레딧 제도가 시행 중이다. ‘군복무 크레딧’은 지난 2008년 이후 군에 입대하고 6개월 이상 현역병이나 사회복무요원(공익근무요원) 등으로 복무한 자가 대상이다. 이들은 노령연금 수급권을 취득하는 시점에 군에서 복무한 6개월을 연금 가입기간으로 인정받는다.

문제는 ‘군복무 크레딧’의 인정 기간이 다른 크레딧 제도보다 현저히 짧고 인정소득도 절반인 데다 수급시점에 인정해 주는 사후지원 방식으로 인해 군복무의 사회적 중요성 인식 및 기여에 대한 보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또 올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소득 월액(A값)이 286만1091원인데 ‘군복무 크레딧’이 인정받는 소득은 이 A값의 50%인 143만원이다. 군복무가 20대 초반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인정소득이 혜택이 될 수 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적어도 가입인정 기간을 군복무 기간만큼 늘리고 A값도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인영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19년 기준 ‘군복무 크레딧’ 수급자의 급여 인상액(월)은 9570원에 불과하다”며 ”‘군복무 크레딧’의 지원을 확대하고 인정소득을 A값 50%에서 100%로 끌어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 주요국의 경우엔 우리나라 보다 군복무에 대한 인정이 넓은 편이다.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에 따르면 독일의 군복무 인정기간은 최대 23개월이고 인정 소득액은 전체 가입자 평균 소득의 60%다. 스웨덴은 복무 전 기간을 인정하고 있으며 인정 소득액은 전체 가입자 평균 소득의 50%다.

우리나라는 모병제인 해외 국가와 달리 징병제를 운용하고 있다. 징병제란 강제병역제도의 하나로 징집 대상자의 의사와 관계 없이 강제징집해 군무에 종사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징병제는 국가가 개인의 자유의지를 억압하는 행위다. 모병제인 다른 나라보다 징병제를 택한 우리나라에서 군복무에 대한 보상이 더 낮다는 점은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다.  

 

국민연금 개혁 (PG)
(사진=연합)

◇병사 국민연금 강제가입 논의… 우선 ‘군복무 크레딧’ 개선부터

이런 이유로 윤석열 정부는 군복무에 대한 보상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병사월급 200만원’이 대표적이다. 국방부도 병사 월급 인상에 박차를 가한다. 국방부에 따르면 병사 월급은 이병 기준으로 작년 51만100원에서 올해 60만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일병은 55만2100원에서 68만원, 상병은 61만200원에서 80만원, 병장은 67만6100원에서 100만원이 됐다.

상황이 이래지자 ‘병사월급 200만원’ 시기에 맞춰 그동안 실효성이 낮았던 ‘군복무 크레딧’ 대신 병사의 국민연금 가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에 제10차 회의에서 제기됐다. 이날 회의에서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이번 기회에 ‘군복무 크레딧’ 대신 병사 의무가입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복무기간의 납부예외 제도를 폐지하고 병사의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국민연금에 가입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병사월급 200만원’을 전제로 ‘군복무 크레딧’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정인영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나중에 병사의 월급이 더 올라간다면 적극적으로 검토가 가능할 것”이라며 “군복무의 경우 군인 신분이므로 군인연금으로 가입시킬 필요는 없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낮은 군복무의 처우 개선을 위한 개선책으로 ‘병사월급 200만원’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것이 ‘군복무 크레딧’의 개선책으로 치환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한 관계자는 “병사의 국민연금 의무가입은 장래에 생각해 볼 문제이긴 하나 지금 당장 실현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가장 우선돼야 하는 것은 ‘군복무 크레딧’의 확대를 위한 재정당국의 국고투입 의지”라고 전했다.

김설 연금유니온 위원장은 “군복무는 근로가 아닌 복무의 형태인데 병사 월급이 인상된다고 일반 직장인과 똑같이 매달 4.5%씩 보험료를 걷어가는 게 맞냐는 의문이 든다. 병사 입장에서는 군복무도 하는데 연금도 떼간다는 반발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며 “병사 국민연금 가입은 점진적으로 논의하되 가장 시급한 건 크레딧 기간을 전체 복무 기간으로 늘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이정아 기자 hellofeliz@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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