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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 한달 임금 38만원…장애인 근로자, 최저임금 제외 합당한가

최저임금법 7조에 ‘장애로 근로능력 낮으면 최저임금 제외’ 명시
적용 제외 장애인 근로자 해마다 늘어…임금 상승도 사실상 멈춰
유엔, 폐지 권고…노동계 “장애로 최저임금 미적용, 부당한 차별”
민관 논의에도 결론 못내…“중증장애인 고용 불안·생계 위협 우려”

입력 2023-04-23 13:22 | 신문게재 2023-04-2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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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가 표류하고 있지만, 이 논의와 상관 없는 사람들이 있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된 장애인 근로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매년 장애인 약 1만명은 최저임금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월 38만원 가량을 받으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최저임금법 7조는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경우에는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장애인을 고용한 사업주는 고용노동부에 최저임금 적용 제외 신청을 한 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작업능력평가를 거쳐 인가를 받으면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받는다.

이는 일반근로자에 비해 노동생산성이 낮거나,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취업을 하지 못할 수도 있는 중증장애인에게 근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시작됐다. 또 중증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주의 부담도 낮춰주는 효과도 있다.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되는 장애인 근로자 대부분은 일반 사업장이 아닌 보호작업장 등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근무한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일반 작업환경에서 일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 직업훈련이나 직업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이다. 구체적으로 직업능력이 있는 장애인이 일하는 근로사업장, 직업능력이 낮은 장애인이 활동하는 보호작업장, 작업능력이 극히 낮은 장애인이 훈련을 받는 직업적응훈련시설 등으로 나뉜다.
 

전장연, 장애인최저임금적용 제외 조항 폐지 촉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 등이 지난 2월 17일 오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경총 최고경영자포럼 강연이 예정된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앞에서 장애인최저임금적용 제외조항 폐지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연합)

 

◇최저임금 적용 제외 장애인 근로자 매년 늘어…임금도 제자리 수준

문제는 최저임금 적용에서 빠진 장애인 근로자들이 해가 갈수록 늘어난다는 점이다. 지난 2019년 8971명이던 최저임금 적용 제외 인가자는 2020년 9005명, 2021년 9475명으로 점차 늘어나다가 지난해 1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 신청을 할 경우 대부분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의 지난 2021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작업능력평가를 진행한 장애인 근로자들의 최저임금 적용 제외 인가 비율은 직전 5년간 평균 98%를 상회한다.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는 장애인 근로자들의 임금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동부와 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8월 기준 최저임금 적용이 제외된 장애인 근로자들의 월 평균 임금은 37만9622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월 기준 최저임금(191만4440원)의 19.8%에 불과한 것이다.

이들의 임금 인상도 사실상 멈춘 상황이다. 최저임금 적용 제외 장애인 근로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2019년 38만169만원, 2020년 37만1790원, 2021년 37만461원으로 40만원을 채 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최저임금은 전년대비 2019년 10.9%, 2020년 2.87%, 2021년 1.5%, 2022년 5.05% 각각 올랐다. 올해 최저임금도 5.0% 올랐다. 

 

 

◇장애인단체 “최저임금법 7조 삭제하고 공공일자리 제도화해야

이에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장애인권리협약 제2·3차 병합 국가보고서를 심의한 뒤 최종 견해를 통해 ‘최저임금법을 검토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보장하고,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된 장애인에게는 보상금을 지급할 것’을 권고했다.

장애인단체도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규정이 담긴 최저임금법 7조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금액을 지급하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 장애인들의 일반 노동시장 진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다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장애인들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폐지하면 사업장에서 고용을 기피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태생적으로 낮은 생산성을 전재로 하는 만큼 수익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경쟁력이 없는 산업을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하면서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평균 연매출은 근로사업장 약 24억원, 보호사업장 약 4억원에 그치고 있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장애인들의 월평균 임금은 근로사업장 126만원, 보호작업장 50만원이다. 최저임금 적용 제외 장애인 근로자 10명 중 9명은 보호작업장에서 활동한다. 직업적응훈련시설의 경우 직업훈련만 실시하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그는 “장애인들에게 최저임금도 주지 않으면서 억지로 노동력을 창출하도록 훈련하는 방식이 아닌, 장애인 당사자들의 최저임금 이상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적절한 대안일 것”이라며 “국가의 역할은 장애인 근로자들이 일할 수 있는 직무를 개발하고,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는 공공일자리를 제도화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계에서도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대노총은 이달 4일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을 발표하면서 “최저임금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이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라며 “장애를 이유로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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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 TF 논의에도 결론 못내…별도 사업으로 보호·지원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 최저임금 보장을 위한 별도의 사업도 진행되고 있는데, 장애인고용공단이 진행하고 있는 장애인 표준사업장이 대표적이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고 장애인 근로자를 최저임금 이상, 7년 이상으로 다수 고용하는 사업장을 뜻한다. 지난해 말 기준 620곳이 장애인 인증을 받아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모기업을 두고 있는 곳은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불린다. 이 경우에는 표준사업장의 고용인원을 모기업이 고용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모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률 달성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구체적인 정책 개편 논의도 있었다. 노동부는 지난 2018년 최저임금 적용 제외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민관합동으로 ‘최저임금 적용제외 제도 개편 TF’를 구성한 바 있다. 당시 TF에서는 장애인고용공단의 직업능력평가 적용 기준을 90%에서 70% 이하로 강화해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을 줄이는 방안이 확정돼 시행 중에 있다.

다만 최저임금 적용 제외 제도 폐지는 중증 장애인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무산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당장 일하고 있는 장애인 근로자들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면서 “보호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일반 노동시장에 편입될 수 있도록 훈련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최저임금 적용제외 근로자 전환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증 장애인 근로자들은 전국민 평균 출퇴근 비용보다 2.5배에 달하는 출퇴근 비용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이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도 별도로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세종=김성서 기자 bibleki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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