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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 복지부 건정심은 왜 개혁 대상이 됐나

복지부가 위원 구성·운영 좌우·안건상정 자의적 지적
전문가 66.3% ‘일반 보험 가입자 입장 충분히 반영 어렵다’
“복지부 기득권 내려놔야” 목소리…건강보험법 개정 필요해 국회 의지가 중요
복지부는 구조 개편 필요성 ‘비동의’

입력 2023-01-15 14:08 | 신문게재 2023-01-1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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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축소를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건강보험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다시 나왔다.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 후퇴 문제점과 대응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김윤 서울대 교수(의료관리학교실)는 건정심이 보건복지부에 좌우된다며 논의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윤 교수는 위원회 구성과 안건 상정 등 운영에서 보건복지부가 과도한 영향력을 끼친다며 독립된 사무국 설치, 위원 구성 개편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정심은 국민건강보험법(4조)에 따라 보건복지부에 설치·운영되며 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과 요양급여비용(수가), 보험료 등 건강보험 정책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건정심 위원은 위원장 1명(복지부 2차관)과 부위원장 1명을 포함해 25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25명의 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가입자 대표 8명, 의약계(공급자) 대표 8명, 공익대표(정부·공공기관 등) 8명이며 임기는 3년이다.
 

제22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YONHAP NO-5368>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지난해 11월 23일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에서 열린 ‘제22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

 

◇김윤 “건정심에 복지부 과도한 영향력”

김윤 교수는 건정심 위원회 구성·운영에서 복지부가 시민단체·공익위원 등의 선정을 통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위원회 구성상 정부 영향력 안에 있는 공익위원이 사실상 ‘정부편’으로 정부 의도대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건정심 개편안을 제시했다. 건정심과 의료기술평가 관련 위원회를 통합해 구성하도록 제안했다. 위원 구성에 대해서는 의약계 등 공급자 위원 8명은 유지하고 가입자 8명은 근로자 단체 및 사용자 단체가 추천하는 각 2명 총 4명, 농어업인 단체 및 자영업자 단체 추천 각 1명씩 2명,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이 추천하는 각 1명씩 2명으로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공익위원은 8명에서 4명으로 줄이고 공급자 및 가입자 단체가 추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승인하도록 했다. 시민·소비자·환자 대표 4인을 포함하되 의결권은 주지 않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윤 교수는 통화에서 “위원 숫자보다 지금 복지부가 임명권을 갖고 있는 그런 위원을 국회 추천을 받거나 자체적으로 위원회 산하에서 대표를 뽑아서 추천하는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 위원 구성의 핵심적인 요소”라며 “공익대표를 위원장(상근)으로 하고 독립된 사무국 설치, 독립된 사무국을 두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관련 조직을 위원회 산하로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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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통제 장치·전문성 부족…견제·균형, 건강보험정책 결정 기구 신설 목소리

 

건정심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지는 어제 오늘이 아니고 학계·의료계와 시민단체뿐 아니라 감사원에서도 나왔다. 김준현 건강정책참여연구소장은 지난해 10월 ‘참여연대 월간복지동향’에 쓴 글(건정심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서 건정심에 건강보험 관련 정책 전반에 대한 심의·의결권을 모두 부여하고 있어 독점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건정심이 복지부의 독점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한 체계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준형 소장은 건정심의 독점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것은 이를 견제할 만한 외부적인 통제 장치가 없다는 것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한국과 같이 사회보험형 의료보장을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의 경우 중앙정부 및 정부위원회, 보험자, 국회 등 건강보험에 개입하는 각 주체 간 상호 견제와 역할 배분 속에 균형적인 거버넌스를 유지하고 있다.

김 소장은 “현재와 같은 복지부 및 건정심을 중심으로 한 하향식 의사결정 방식을 탈피하고 권한 배분을 통한 상향식으로 거버넌스 구조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복지부는 건강보험 운영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산하 기관에 대한 관리 책임 및 권한 부여, 정책 집행 과정에서의 위기 관리나 소통·중재 중심으로 역할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정심은 건강보험 주요 사항에 대한 심의·의결에서 의결권을 배제한 심의·조정으로 권한 범위를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요양급여기준과 요양급여비용은 심의 대상이지만 보험료 심의·의결권은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운영위원회로 이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임지연 연구원은 지난 2020년 발표한 ‘건정심의 합리적 의사결정구조 개선 방안’에서 건정심은 공익위원이 주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로 구성돼 있어 정부 입장을 고수하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이며 사회적 합의(조정 및 중재) 기구 역할 미흡, 요양급여 여부 및 적정 기준 심의를 위한 전문성 부족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건정심의 과도한 권한을 축소하고 정부 영향을 줄이기 위해 별도의 건강보험정책 결정 기구를 신설하는 등 의사결정구조를 재정비하고 공정성 확보를 위해 정부 영향을 받지 않는 전문가를 늘리는 등 위원 구성 비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감사원도 지난해 7월 건강보험 재정관리 실태 감사보고서를 통해 건정심에 대한 외부 통제가 약하고 복지부가 건정심 안건을 자의적으로 상정하는 등 부실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복지부는 2017년부터 2021년 11월까지 요양급여의 적용 기준 및 방법에 관련된 세부사항은 복지부 장관이 고시하도록 위임돼 있다는 사유로 고시 개정사항을 건정심에 상정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 전체 고시 개정 안건 312건 중 207건(86.5%)에 대해 별도의 자문회의 등만 거친 후 고시를 개정했다. 이에 따라 6407억원의 재정의 투입이 예상되는 요양급여의 세부기준을 변경했다.

전문가들의 건정심 개편에 대한 목소리도 컸다. 감사원이 2021년 12월~2022년 1월 한국재정학회(57명)·한국보건경제학회(43명) 회원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건강보험 재정관리체계의 적정성 및 외부통제의 필요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8.7%가 현재의 복지부·건정심 중심의 건강보험 관련 주요 정책 수립 및 예산 편성·결산 심의 등이 재정관리 측면에서 적절하지 한다(다소 54.5%, 매우 24.2%)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66.3%는 현 위원회의 구성상 일반 보험 가입자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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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복지부도 운영 효율화 모색…보고서 미공개·구체 개선안도 안 내놔

복지부도 개선 방안을 고민한 바 있다. 복지부는 지난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건정심 운영 효율화 방안’을 연구하기도 했다. 이 건정심 운영 효율화 방안 연구에서는 건정심의 위원 구성 대표성 및 중립성에 대한 문제 제기 지속, 안건 상정의 원칙 모호, 건정심 지원 조직과 인프라 미흡 등의 지적이 있다며 건정심 거버넌스 개편을 통한 효율적 운영 방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연구 결과를 공개하지도 않고 있고 구체적인 개선 및 운영 효율화 방안도 내놓지 않았다.

이에 기득권을 갖고 있는 복지부가 스스로 건정심 개혁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며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건정심 위원 개편과 회의록 공개, 건정심 역할 축소 등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3건 발의됐었지만 임기만료로 모두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는 아직 건정심 개편과 관련한 법률안은 발의되지 않은 상황이다.

복지부 보험정책과 관계자는 “법에 의해 구성돼 각각 역할을 하며 운영되는데 어떻게 복지부가 좌지우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개편 필요성에 대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고 그런 상황이 되면 잘 검토를 해야겠지만 저희가 검토를 해보겠다 이렇게 말씀을 드릴 구체적인 것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김윤 교수는 “복지부가 (건강보험에 대한)자기 권한을 내려놓고 싶지 않아 건정심 개편이 잘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회에서 의지를 갖고 법 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원배 기자 lwb2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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