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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 대화와 타협은 어디로…노동개혁 앞두고 악화일로 치닫는 노정관계

윤석열 대통령, 신년사 통해 ‘노동개혁’ 강조…구체적 과제 곧 제시 될 듯
연장근로 단위 바꾸고 임금체계 개편…노조 재정 투명성 강화 내용 포함 예고
노동계 반발 격화…전문가 “근본적 문제 해결 위해 노정간 소통해 문제 풀어야”

입력 2023-01-08 13:53 | 신문게재 2023-01-0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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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신년사<YONHAP NO-2357>
지난 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 신년사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과제 중 최우선 과제로 지목된 노동개혁이 새해에는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될 전망이다. 다만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노동계와는 해를 넘긴 갈등이 이어지고 있어 새해에도 노정관계 갈등 해소는 요원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갈등의 근본 원인을 찾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걸린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가장 먼저 노동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나가야 한다”며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바꾸면서 노사·노노 관계의 공정성을 확립하고 근로 현장의 안전을 개선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직무 중심, 성과급 중심의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과 귀족 강성 노조와 타협해 연공 서열 시스템에 매몰되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역시 차별화돼야 할 것”이라며 “노동개혁의 출발점은 노사 법치주의다. 불필요한 쟁의와 갈등을 예방하고 진정으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할 수 있는 길”이라며 노동개혁 추진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이정식 장관도 신년사를 통해 “노동조합의 회계투명성을 높이고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엄정 대응하며 노사의 채용강요나 비리를 근절하는 등 누적돼 온 불합리한 관행이 개선되도록 할 것”이라며 “지난해 미래노동시장 연구회가 제안한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권고를 실천해 나가겠다. 올해는 노동시장 개혁의 원년”이라며 이를 뒷받침했다.



◇미래노동시장 권고문 토대로 개혁과제 마련…‘노조회계’ 개혁도

정부의 공언만큼 3대 개혁과제 중 노동개혁의 추진 속도는 매우 빠르다. 노동시장 개혁과제를 논의해 온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는 지난해 12월 정부 권고문을 통해 노동개혁 과제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노동부는 조만간 새해 업무보고를 통해 노동개혁 로드맵과 추진 방향을 구체화 할 예정이다.

노동개혁 추진 방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권고문을 통해 대략적인 내용은 추정할 수 있다.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는 주 단위 연장근로 단위 기간을 최대 연단위로 바꾸고,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기간과 적용대상을 늘리는 것을 제안했다. 임금체계와 관련해서도 연공성을 완화하고, 직무·성과를 반영하는 임금체계 개편에 나서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격차 해소를 위한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미래지향적 노동법제, 자율과 책임에 기초한 노사관계 구축, 노동시장 활력 제고를 위한 고용정책 강화 등도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1953년 근로기준법이 만들어진 이후 70년간 이어져 온 노동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여기에 노동조합 회계 개선방안도 개혁방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노조활동도 투명한 회계 위에서만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노조 재정 투명성 강화 방안을 발표한 뒤 지난달 300여곳에 대해 자율점검 안내문을 보내고 그 결과를 이달까지 노동부에 보고하도록 했다. 

국회 앞에서 결의대회하는 민주노총<YONHAP NO-2266>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조법) 2조·3조 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연합)


◇노동계 “노조 전체 비리 온상 모는 것…노동개혁 아닌 ‘개악’”

정부의 노동개혁의 주체가 된 노조는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연구회 권고문에 대한 반발에 이어, 최근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노조회계 투명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와 업무개시명령으로 인해 벼랑 끝에 몰린 노정관계는 회계 투명성 강화방안을 계기로 더욱 악화되는 분위기다.

노조회계 투명화에 대해 노조들은 자주성 침해라는 입장이다. 일부 비리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이를 모든 노조에 투영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노총은 회원조직들이 감시·감독기능을 하고 있고, 기업별 노조도 이와 마찬가지다. 일부 비리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그 역시 조직 내부에서 밝혀지고 처리돼 왔다”며 “마치 노동조합 전체를 비리의 온상으로 모는 것은 비열하다”고 밝혔다.

미래노동시장 연구회 권고문에 대해서도 노동계는 ‘노동개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인 불평등·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아닌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모든 것을 사용자가 힘의 우위를 가지고 현장에서 밀어붙이며 정부가 제도와 정책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결과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노정간 대화·소통 부족…노동기조 전환 고려해야”

이런 가운데 노동개혁을 앞두고 현안에 대한 노정간의 대화와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해 말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꼽힌다. 앞서 지난해 6월 화물연대와 정부는 안전운임제에 대한 지속 추진과 품목 확대 논의에 합의했지만, 이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아 집단운송거부가 또다시 발생했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노조를 구석으로 모는 행위는 상황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다.

노사관계 전문가인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해 화물연대가 왜 시위를 하는지 뿌리가 되는 문제를 같이 찾고 풀었어야 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게 현행 노동정책의 가장 큰 문제”라며 “업무재개명령 등 강경한 대책을 통해 백기투항을 받아낸 경험이 있어 억누르려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노동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만, 일방적인 노동개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노동계와 어떤 방식으로든 타협을 이루지 않은 상황에서 한쪽의 입장만 듣고 규제개혁에만 매몰된다면 노동현실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면서 “협치까지 가기는 사실상 어렵지만, 최소한 갈등만 키우는 것이 아닌 문제의 원인에 대해 소통하고 대화로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본부장도 “강대강 대치로는 노사관계 문제를 풀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며 “법과 원칙이 아닌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과거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합의가 있었지만 다시 장시간 노동사회로 회귀하려 한다. 화물연대에 대해서도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반노동 기조 하에 나오는 정책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도 우려가 크다. 노동개혁인지 노조탄압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대화와 타협을 위해 노력하고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하는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반노동 기조 하에서 나오는 정책에 대해 노동계와 원만한 대화 자체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불평등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시장이 악화되는 조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노동정책에 대한 기조를 전환해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성서 기자 bibleki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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