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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 노조방탄법? 노동자권리보장법?…'노란봉투법' 놓고 노사·여야 갑론을박

노조법 2·3조 개정해 근로자·사용자·쟁위 범위 넓히고 파업시 손배 청구 제한
쌍용자동차 파업 손배 이후 논의 시작…대우조선 파업 이후 수면위로 재부상
입법 논의할 여야·당사자 노사 모두 입장차이 커 “입법·시행 모두 고비 많을 듯”

입력 2022-11-06 13:46 | 신문게재 2022-11-0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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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정기국회 중 처리 촉구 기자회견<YONHAP NO-2721>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무소속 등 현역 의원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9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노란봉투법 정기국회 중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

 

국회에서 국정감사가 마무리된 후 여야의 본격적인 입법전쟁이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에 대한 공방이 치열할 전망이다. 의석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은 노란봉투법의 정기국회 통과 의지를 보이고 있는 반면 정부·여당은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한쪽에서는 ‘노동자 권리 보장법(야당)’, 다른쪽에서는 ‘노조방탄법(여당)’이라고 날을 세우는 노란봉투법은 이미 노사관계의 뜨거운 감자다.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이 끝난 뒤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에서 노조는 약 47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후 이를 접한 한 시민이 언론사에 4만7000원을 든 노란봉투를 보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노란봉투 캠페인이 시작됐다. 캠페인과 함께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제한하고 있는 노조법 3조를 개정하자는 내용을 담은 노란봉투법 추진 운동도 본격화됐다.

지난 2015년 첫 발의 이후 번번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던 노란봉투법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파업 이후 또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파업 이후 사측이 노조 집행부에 47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입법 움직임이 본격화 된 것이다.

정의당 의원 전원인 6명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46명 등이 발의한 노란봉투법은 근로자와 사용자, 노동쟁의의 개념을 담고 있는 노조법 2조를 개정해 근로자·사용자, 노동쟁의의 범위를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노조법 3조를 개정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서 발생한 피해 중 폭력·파괴 등으로 인한 직접 손해를 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야당 “손해배상, 노동자 파업권 무력화”vs당정 “불법파업 면죄부 부여 안돼”

노란봉투법에 대한 여야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지난달 진행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도 이 법안은 도마에 올랐는데, 당시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노조에게 면죄부를 주는 노조방탄법”이라고 날을 세웠고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하청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노동자권리 보장법”이라고 맞섰다.

법안 발의에 동참한 민주당은 노란봉투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기업은 천문학적 금액의 손해배상 청구로 노동자의 파업권을 무력화시키고, 노조 파괴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원청기업에 하청노동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요구를 전달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과 원칙을 무시한 입법이라고 반박한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법이 도입되면 사측은 폭력과 파괴로 인한 직접적인 손해에만 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다. 노조의 불법파업에도 면죄부를 부여할 수 있어 위헌적”이라며 “사측에게는 손해배상 청구가 불법파업의 제동을 거는 유일한 수단인 만큼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관부처인 노동부도 사실상 반대 입장이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국정감사 당시 “노동자들이 법을 지키며 생존권 문제나 절박한 요구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찾는 것은 정부의 일”이라며 “노조법 한둘을 건드려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노사관계는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하고, 불법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노동부는 지난달 손해배상 소송 및 가압류 사건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손해배상이 노사관계 전반의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이더라도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법원이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외국에서도 불법행위에 대한 면책을 법률료 규정한 사례가 없다는 내용도 설명 자료에 포함됐다. 우회적이지만 적확하게 반대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전해철 환노위원장, 손경식 경총 회장 접견<YONHAP NO-4679>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지난 9월 14일 국회를 찾은 손경식 경총 회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을 접견하고 있다. 손 회장은 이날 노란봉투법과 관련,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면책을 부여하는 법은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보기도 어렵다는 내용을 담은 경영계 검토 의견서를 전달했다.(연합)


◇노사관계 전문가 “입장차 큰 만큼 조정할 기구 있어야”

법안을 논의할 여야의 입장차만큼 당사자들인 노사의 입장도 극명히 갈리고 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근로자, 사업자, 노동쟁의의 개념이 확대되면 단체교섭 질서를 교란하게 되고 사용자 개념이 상당히 모호해진다. 법률의 명확성 원칙에도 위배돼 법적 안정성을 침해하는 동시에 노사관계를 크게 후퇴시킬 것”이라며 “손해배상 청구 제한은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며, 세계적으로 입법례를 찾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법안 자체가 산업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고, 위헌성 소지도 상당히 있어 보인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논의가 있겠지만,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오래전부터 사용자들이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남용하다 보니 헌법상 노동3권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하청노동자·특수고용노동자 등은 고용관계가 복잡해지면서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며, 진짜 사장을 찾아 나서고 있다”며 “헌법 취지와 국제노동기준에 맞게 손해배상 청구권을 남용하지 않도록 노사관계의 기본원칙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전문가는 노사의 입장차가 큰 만큼 이를 조정할 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노사관계 전문가인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대우조선해양 사례에서 단적으로 문제점이 들어난 만큼 외주화 조건 속에서 노동자들의 활동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야당이 당론으로 관철시킨다 하더라도 정부와 여당의 반대가 뻔한 만큼 입법과정부터 법 시행까지 고비가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노사간 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정부가 조정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노사의 대립관계가 워낙 뿌리 깊다 보니 이런 쟁점 법안을 만들 때 정부의 역할이 크다. 그러나 정부가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다 보니 큰 논쟁이나 갈등이 예상되는 것”이라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사회적 대화기구라고는 하지만 대통령 자문기구인 만큼 대통령의 입장을 떠받치는 한계와 제약조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럽과 같이 정당과 노사를 떠난 위치에서 이슈를 조정하고,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사회적대화기구가 해야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세종=김성서 기자 bibleki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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