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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사회적 시선에 '육휴' 망설이는 아빠들 용기내세요"

[맘 with 베이비] 삼성전자 출신 전업·육아대디 황인수 작가
“아빠육아 경험은 아내를 이해하고 아이와 교감할 소중한 시간입니다”

입력 2022-10-18 07:00 | 신문게재 2022-10-1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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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수 작가

  

“삼성전자 반도체 수석연구원으로 17년간 근무하다 지금은 전업 대디, 육아 대디인 황인수입니다. 온라인상에서 ‘워리치’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경제 칼럼 ‘금융스케치’를 연재하는 경제 칼럼니스트이자 전업투자자이기도 합니다. 최근 <왕초보도 성공하는 지식산업센터 투자가이드>라는 책을 출간해 작가로도 활동 중입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다니며 치열하게 살아온 황인수 작가. 그는 아이가 태어나고 육아가 시작되자 깊은 고민 끝에 아내의 뒤를 이어 아빠 육아휴직을 선택했다. 그것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대기업 월급쟁이 대신 ‘전업 대디’와 경제 칼럼니스트, 전업투자자에 이어 이제는 <왕초보도 성공하는 지식산업센터 투자 가이드>까지 낸 황인수 작가를 만나 육아 대디의 어려움, 작가로 변신하기까지의 이야기 등을 들어보았다. 

 

 

- 안정적인 대기업에서 퇴사를 하셨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요.

“삼성전자에 입사했을 때는 정말 다 가진 것 같았어요. 열정적이었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상사에게 인정받으며 진급도 순조로웠고 같은 직종의 아내를 만나 결혼도 했습니다. 대기업 맞벌이라 사회적·경제적으로도 안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결정하고 책임질 부분이 많아지면서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내향적이고 거절하지 못하는 성향인데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있어 내 일과 남의 일을 구분하지 못해 팀에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럴 즈음에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딱딱 맞아떨어져야 움직이는 톱니바퀴 인생이 시작되면서 결국 가족의 삶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난치성 질환까지 불쑥 찾아와 몸과 마음이 모두 무너졌습니다. 문득 ‘이게 내가 바라는 행복일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월급 외에 경제적인 부분이 뒷받침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퇴근 후 투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오래 걸리지 않아 부동산 투자로 경제 대책을 마련하고 난 뒤 17년간 근무한 회사를 떠났습니다. ‘삼성전자 부장’이라는 명함 대신 온전한 시간을 선물받은 것입니다.”



- 퇴사 이후의 삶은 어떠셨나요.

“처음에는 경제적인 부분만 해결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전업투자자로 수익을 내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줄 알았지요. 하지만 크게 놓친 것이 바로 ‘시간’이었습니다. 시간에 대한 준비가 없었던 것이죠. 통제되지 않은 시간이 쏟아지는데, 조절하거나 다룰 줄 모르니 귀한 시간을 탕진하고 매일 들쑥날쑥 시간을 소비했습니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이러려고 퇴사한 건 아닌데?’ 라며 퇴사를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대기업 명함을 뗀 ‘인간 황인수’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까지 미쳤습니다. 일단 뭔가를 채워야겠다는 생각에 각종 수업을 듣게 되었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한 성장커뮤니티에 가입해 다양한 사람의 생각을 듣고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워리치님 글이 잘 읽혀요’. ‘글이 재미있어요’ 같은 피드백을 처음에는 부정했지만 내심 진짜인가 싶어 더 노력하게 되었지요. 작은 피드백의 파편이 점점 커져서 책을 써보겠다는 결심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 <왕초보도 성공하는 지신산업센터 투자가이드>는 어떤 책입니까. 출간 후 근황은 어떠신지요
 

워리치 도서

“대개 ‘부동산’ 하면 아파트를 떠올리지만 이 책은 지식산업센터 투자에 관해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소개한 재테크 책입니다. 직접 현장에 있는 듯한 상상을 할 수 있게 썼습니다. 퇴사 이후의 삶을 준비하려면 우선 ‘투자’가 필요함을 알려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현금흐름이 생기는 투자처를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5개월에 걸쳐 책을 완성했습니다. 지식산업센터가 무엇인지, 어떤 과정으로 살 수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등을 독자들이 차근차근 따라갈 수 있게 설명했습니다. 초보 투자자가 부자가 되려면 가져야 할 마음가짐도 소개했습니다. 부동산 투자에 대한 유연함을 갖고, 지식산업센터 임장을 가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책이 나오면 끝인 줄 알았는데 부읽남TV, 웅달책방, 렘군TV에 출연해 인터뷰하면서 작가라는 타이틀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10월 22일에는 오프라인 북토크에서 독자들과 처음 소통하는 시간도 갖습니다. 퇴사하고 경력 단절이 된 지 1년 남짓 지났는데, 이 한 권의 책이 제2의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 직접 경험해 본 남성 육아휴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업 육아 대디로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2016년에 아내의 육아휴직이 끝나고 저도 육아휴직을 신청했습니다. 당시 제 팀원이 300명 정도였는데 사내에서 아빠 육아휴직 신청은 제가 처음이었습니다. 정부가 남성 육아휴직을 장려하긴 했지만 선뜻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였어요. 하지만 승진을 포기한 ‘승포자’ 였기에 용기를 냈습니다. 이후 선후배들이 육아 대디를 자처하며 휴직을 선언하는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낍니다. 딸아이가 갓 돌이 지나 기저귀도 떼지 않고 막 이유식을 시작할 무렵이었어요. 아내 출근 후 아이를 돌보는데, 처음엔 아이도 당황했고 저도 어쩔 줄 몰랐어요. 이런 어려움을 얘기할 사람이 없다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퇴근하는 와이프를 붙들고 하소연하는 게 전부였어요. 아내가 중국 출장을 갔을 때는 울면서 도저히 못하겠다고 전화한 적도 있었습니다. 제가 육아휴직을 안 했다면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평생 몰랐을 겁니다. 기저귀 갈기나 목욕시키기는 반복해 경험하면 누구나 할 수 있겠지만, 울음과 웃음만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아이와의 소통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만일 아내가 지금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많이 안아 주기 바랍니다. 그리고 많이 들어주세요. 육아휴직의 경험은 저에게 ‘아내의 마음, 엄마의 마음’을 심어 주었습니다. 다시없을 귀한 경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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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수 작가

 

- 앞으로 계획이 궁금합니다.

“퇴사 이후 방황하던 저에게 변화의 시작은 ‘책’이었습니다. 책으로 논리와 공감을 배웠고, 나아가 ‘세상’을 알게 됐습니다. 배움은 끝이 없고, 지금도 저는 배움의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는 것이 인풋(input)인데 생각을 표현하는 아웃풋(output)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북클럽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작가와의 만남을 통한 인풋과 아웃풋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준비 중입니다. 깊고 좁은 시야를 지닌 전문직에서, 폭 넓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북클럽 운영자로 또 한 번의 변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성장과 변화가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잡아주는 일, 제가 기획 중인 ‘인아웃북클럽’의 목표입니다.”

 


- 워킹맘 남편으로 육아휴직이나 육아 대디를 계획하는 아빠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사회의 시선으로 보자면 경력이 단절된 아빠가 된 셈입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엄마가 중요합니다. 생물학적으로 포유류 동물은 엄마의 젖을 먹고, 엄마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이 지나면 남녀 누구든 양육자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사랑을 줄 수 있고, 보호받고 있다는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존재라면 아빠도 충분합니다. 아이가 주는 긍정적이고 순수하고 행복한 감정은 오히려 큰 선물이 됩니다. 모든 아빠가 육아휴직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는 선에서 아빠의 육아 경험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육아 경험은 아내의 고충을 이해하고, 아이와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혹시 타인의 시선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면, 육아 대디가 낸 책을 먼저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용기를 내세요!”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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