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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8년 만에 BIFF 방문한 진가신 감독 "영화감독이 아닌 삶은 상상할 수 없다"

[人더컬처] 8년만에 부산국제영화제 찾은 진가신 감독
"K콘텐츠의 힘,예전부터 남달라...한국 웹툰 원작의 영화화 준비중"

입력 2022-10-10 18:30 | 신문게재 2022-10-1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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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가신 감독2
진가신 감독이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체인징픽쳐스)

 

“제 영화의 화두는 언제나 ‘사람과의 관계’였습니다.”

영화 ‘첨밀밀’ ‘금지옥엽’ ‘명장’ ‘무협’ 등으로 국내에 두터운 팬층을 지닌 진가신 감독이 8년 만에 제 27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아시아를 넘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러브콜을 한몸에 받았던 그는 최근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소년시절의 너’의 기획자이자 ‘커피 오어 티’의 제작자로 연출보다는 작품 개발에 집중해왔다.

붉은색 자켓에 지디(GD)가 즐겨 신는다는 오프 화이트의 하이탑 운동화를 신고 흡사 10대처럼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그는 “얼마 전 드라마 ‘D.P’를 봤는데 오프닝 장면에 나오는 부산을 보고는 ‘내가 알 던 곳이 아닌데?’ 싶더라”면서 “개인적으로 한국의 작품들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현상을 그저 한때의 유행으로 치부하지 않는 학문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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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에서 열린 ‘필름메이커스 토크: 진가신과의 대화’에 참석한 진가신 감독.(사진제공=체인징픽쳐스)

 

도시의 외형적인 발전만큼이나 전세계에 불고 있는 K콘텐츠 열풍을 정확히 짚으면서도 “예전부터 한국이 가진 스토리텔링의 힘은 유명했다”고 극찬했다. 한국·홍콩·태국 합작 공포영화 ‘쓰리’를 통해 한국과 인연을 맺은 진가신 감독은 과거 뮤지컬 영화 ‘퍼햅스 러브’에 춤과 노래에 능한 유덕화 대신 지진희를 캐스팅 할 정도로 한국 작품을 꼼꼼히 챙겨보기로 유명하다. 

“이제는 더 이상 ‘첨밀밀’ 같은 사랑이야기를 만들 수는 없어요.(웃음) 저는 젊다고 생각하지만 그때의 감성으로 돌아가서 찍을 수는 없으니까요.”

진가신 감독이 ‘첨밀밀’을 찍었던 나이는 서른 둘. 그는 “마흔이었어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미소지었다. 이어 “이제는 사랑에 대한 달콤함을 다루기에는 나이가 있지만 내가 겪고 있는 삶의 시기와 지금 고민이 투영된 작품에 끌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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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가신 감독(사진제공=BIFF)

 

진가신 감독은 영화계통에서 일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감독을 꿈꾸며 자랐다. 1980년대 홍콩에서 현장 통역 담당으로 영화계에 첫발을 내딛은 후 프로듀서와 조감독을 거치며 바닥부터 경험을 쌓았다. 이후 장편 데뷔작 ‘쌍성고사’가  최우수 작품상을 받으며 스타감독의 대열에 올라섰다.

“지금의 한국영화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그때는 홍콩영화가 아시아의 대세였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축복받았죠. 게다가 이제는 언어의 장벽없이 공감되는 작품들이 미니시리즈나 영화로 전세계에 공유되는 시기잖아요. 저같은 ‘올드맨’ 감독에게는 해방의 시기죠.”

그는 긴 시간 연인이었던 홍콩 여배우 오군여 사이에서 16세 딸을 둔 늦둥이 아빠기도 하다. 각각 금마장의 여우주연상과 감독상을 거머쥔 ‘금마커플’로 유명하지만 딸이 태어난 이후 일을 줄이고 가족과의 시간에 모든 것을 할애하며 개인의 행복에 집중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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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해운대에서 만난 그는 이번 영화제 방문의 의미에 대해 “감독 이전의 삶, 감독 데뷔, 그 이후의 작업과 프로듀싱 경험까지 제 성장 과정에 관해 솔직하게 터 놓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제공=체인징픽쳐스)

 

“딸아이와 소통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장르의 작품들을 함께 봤죠. 10대인 딸은 제가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작품을 보고 웃기도 하고 딸이 웃는 영화에 저는 찡해서 눈물이 나기도 해요. 그것은 아마 인생의 경험 차이에서 오는 거겠죠. 그 부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면서 공통적으로 연결되는 지점을 찾고 그걸 직업적으로 풀어내는 요즘이 정말 행복합니다.”

지난 10년간 진가신 감독은 범아시아 공동작업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지만 이제는 본인의 전공인 연출로 돌아올 예정이다. 그는 차기작에 대해 “남편을 토막살인 한 여자의 실화를 다룬 이야기인데 4시간 이하 영화로는 도저히 만들 수가 없어서 사실상 포기하고 있었다”면서 “미니시리즈야말로 어쩌면 수준 높은 단편영화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관객들도 그걸 소비할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장쯔이 출연이 확정된 ‘더 머더러’(The Murderer)로 OTT개봉을 준비 중이다. 최근 제작사 ‘체인징 픽처스’(Changin’ Pictures)를 설립한 그는 자체 콘텐츠 외에도 대한민국 10대를 주인공으로 한 2편의 작품도 준비 중이다.

“좋은 소재만 있다면 한국에서의 활동도 이제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예전에는 언어의 장벽 때문에 고민만 하고 있었는데 세상이 바뀌었잖아요. 도전해볼만 하다고 생각해요. 전도연 배우와 꼭 한번 작업해보고 싶습니다. 어제 송강호 배우를 만났는데 ‘칸 영화제가 당신의 가치를 지금에서야 인정하다니 너무 늦었다’고 말해줬습니다.(웃음)” 

부산=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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