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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 대우조선 파업으로 드러난 노동시장 이중구조…해결 방안 두고 노사 ‘동상이몽’

‘정규직’ 1차 노동시장·‘비정규직’ 2차 노동시장으로 나뉘어
노사 해결 필요성엔 동의하지만…방안 두고는 서로 ‘이견’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서도 논의할 듯…‘국가 개입 과도’ 지적도

입력 2022-08-21 13:43 | 신문게재 2022-08-2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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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의 협상 타결로 51일 만에 마무리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노동조합의 파업사태는 우리 사회에 여러 고민거리를 남겼다. 특히 원청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임금체계가 크게 다르다는 것이 드러나며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현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남 거제 대우조성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농성을 벌였던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22년차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기준 세후 208만원 가량의 월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우조선 정규직 용접공의 월급은 500~6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업무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원·하청 직원의 임금에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정규직·비정규직 근로자, 원청·하청 근로자의 임금과 처우가 차이나는 것을 의미한다. 임금이 높고 고용안정성이 뛰어난 대기업·유노조·정규직 노동자의 1차 노동시장과 이에 미치지 못하는 중소영세기업·무노조·비정규직 노동자의 2차 노동시장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기업규모, 원하청관계, 성별 등 복합적이고 파편적인 구조로 인해 노동시장 분절구조라고 불리기도 한다.

정부도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같은 기업 내에서 같은 노동을 하는데 정규직과 파견근로자, 대기업과 소기업 사이의 양극화와 분절은 우리가 개선해야 할 문제임이 틀림없다”며 “노동에 대한 보상이 과연 정당한지, 노동시장 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대안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대우조선해양 사례로 드러난 이중구조·양극화 등 구조적인 문제는 노동시장의 해묵은 과제”라며 “정부는 급변하는 노동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노동시장을 구축하기 위해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며 개선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대우조선 하청노조 선박 점거 농성<YONHAP NO-4937>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가 지난달 12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1도크를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연합)

 

◇경영계 “직무·성과급제 도입·대기업 임금조정”vs 노동계 “정규직화·취약계층 임금상승 우선”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대해 노사 모두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서로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경영계는 대부분 호봉제로 이뤄진 임금체계를 직무·성과제로 변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대기업 근로자들이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연령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연봉이 늘어나는 연공서열형 임금구조를 직무·성과제로 바꿔 공정한 임금체계를 만드는 한편 임금유연성을 조금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대기업·중소기업의 양극화는 결국 원·하청의 격차로 이어지는데, 대기업 임금 인상을 자제해 협력업체를 지원할 수 있는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노동계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저임금 취약계층 임금 상승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지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은 “국내 노동시장은 정규직이라는 안전망에서 한 번 추락하면 영원히 비정규직을 전전하거나, 처음 비정규직으로 입사하면 끝까지 비정규직으로 일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비정규직은 고용불안이라는 불리함을 가지고 있는 차별적 고용형태인 만큼 사용 사유를 제한해 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기업·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끌어내려 하향평준화를 통해 이중구조를 완화하는 것이 아닌, 중소기업·비정규직의 저임금을 올리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아러고 덧붙였다.

노사가 각각 제시한 해법에 대해서도 서로의 의견은 엇갈린다. 직무·성과급제 도입에 대해 이 대변인은 “현재 중·장년층은 초기에 임금을 적게 받다가 최근 임금이 늘어난 구조로 들어섰다. 이를 직무·성과급제로 바꾸자는 것은 결국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것”이라며 “숙련공에게 더 많은 임금을 준다는 취지가 고착화 되어 왔던 것이고, 중·장년층의 경우. ‘동일노동 동일임금’ 자체보다는 중장년층·고소득 노동자의 임금을 깎으려는 의도가 분명한 만큼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황 본부장도 노동계의 주장에 대해 “사업운영에 있어서 적정운영인지, 외주를 운영할지 등은 경영자들이 판단할 경영적 문제”라며 “능력에 따른 임금체계가 자리 잡아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없어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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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킥오프 회의가 열렸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 연장근로시간 월 단위 관리 허용,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등에 대해 논의하며 올해 10월까지 운영된다.(연합)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방안 논의될 듯

노사의 첨예한 대립 속에 결국 중간자적 역할을 하게 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대통령이 노동개혁에 대한 의지를 천명한 가운데,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권고안을 논의·마련하는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에서도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논의 될 것으로 보인다.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제도를 들여다보면 결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까지 연결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구회 좌장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동일 유사 직무를 수행하는데 고용형태에 따라 임금격차가 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이를 초래하는 원인이 무엇인지는 분석하는 과정에 있다”며 “노사, 전문가 등 최대한 많은 이들로부터 의견을 듣고 현장의 실태를 면밀히 파악해 우리 노동시장에 맞는 합리적인 정책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협의를 통해 결정할 문제를 과도하게 국가가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노동계 인사는 “오랜 시간 동안 노사가 형성해 온 문제를 당사자는 제외한 채 국가가 나서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지금은 분석할 때가 아닌, 이해 당사자들과 대화를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연구회 전문가 간사인 권혁 부산대 교수는 “노사가 스스로 합의한 임금체계는 존중해야 하는데, 노사 합의의 산물인 임금체계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당위성이 필요하다”며 “현재 당위성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임금 격차가 사회의 소모적인 분쟁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격차를 줄이는 임금체계 구축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적절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김성서 기자 bibleki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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