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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 발달장애 질환자 25만명…'우영우'를 위한 정책은 어디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인기↑
우리나라 발달장애인수 25만명
올해 발달장애인 ‘참사’ 잇달아
병원 등 지원정책 미비에 한숨
“드라마 인기 관심으로 쏠려야”

입력 2022-07-31 13:28 | 신문게재 2022-08-0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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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사진=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

 

“저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어 여러분이 보시기에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어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을 사랑하고 피고인을 존중하는 마음만은 여느 변호사와 다르지 않습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주인공 우영우가 재판에 앞서 모두진술 하는 장면이다. 극중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이다. 이 질환은 발달장애의 한 종류로 타인과의 의사소통과 정서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이전에는 모두 ‘자폐증’이라 불렸지만, 최근 들어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군을 포함하기 위해 ‘스펙트럼’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자폐는 의사소통이 아예 되지 않는 저기능 자폐부터 고기능 자폐까지 그 범위가 넓은데, 우영우는 ‘고기능 자폐’에 해당한다.

자폐의 특성을 그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첫 회 시청률 0.9%에서 최근 방영한 10회 시청률 15%를 돌파하며 인기몰이하고 있다. 드라마를 감상한 시청자들은 ‘자폐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는 드라마’, ‘요새 드라마 같지 않은 힐링물’ 이라는 감상평을 남겼다.

문제는 우리 주변에서 우영우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수는 지난 2019년 24만1614명에서 지난해 25만5207명으로 1만3593명 증가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자폐성 장애인 수도 지난 2019년 2만8678명에서 지난해 3만3650명으로 4972명 늘었다. 이중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장애인은 평균 2~30% 내외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황선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책팀장은 “보통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은 우영우처럼 고기능 자폐성 장애인이 아닌 분들이 대부분이다. 우영우 대한 관심이 현실에서 살아가는 보통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으로 옮겨져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되풀이되는 발달장애인 참사…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수립 촉구”

지난 5월 23일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던 40대 A씨는 발달장애가 있는 6살 아들을 안고 아파트에서 몸을 던졌다. 같은 날 인천에서는 60대 B씨가 중복장애가 있는 30대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미수에 그쳤다. 그리고 올해 들어 총 8명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세상을 등졌다.

장애인 단체와 시민사회는 이를 국가의 지원체계 부재로 발생한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며 ‘발달장애인 참사’라고 명명했다. 이런 참사가 반복되자 시민사회와 정치권은 비극의 고리를 끊고자 ‘발달장애인 참사 대책 마련을 위한 촉구 결의안’과 ‘발달장애인 탐사 대책 특별 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마련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여야 170여명의 의원이 공동으로 발의한 이 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발달장애인 참사 특위가 설치된다. 특위는 발달장애인 지원정책을 점검하고 제2차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개선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다.

장애인 단체는 지금껏 발달장애인을 위한 제대로 된 정책은 없었다고 비판한다. 일례로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9년 장애등급제를 단계적 폐지하면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판정체계를 인정조사에서 서비스지원 종합조사로 변경했다.

당시 장애인 단체는 장애 유형별 특성과 환경 반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기존 수급자의 서비스 시간 하락과 장애 유형별 경합이 발생할 것이라 우려했지만 보건복지부는 기존 시행안을 시행했다. 그 결과 기존 수급자의 서비스 시간이 대규모 줄어드는 사태가 벌어졌고 장애인 단체의 반발이 거세자 보건복지부는 인정조사 당시 서비스 시간을 최초 1회, 3년 동안만 보전하는 산정특례 조치를 실시했다.

이 산정특례 조치는 이달부터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돌연 기존 수급자에 대한 산정특례 조치를 지속·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산정특례 조치의 부작용을 고려한 조치다.

사회복지분야 한 관계자는 “산정특례가 시행된 지난 3년간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했다”며 “실제로 서비스지원 종합조사 이후 사실상 수급에서 탈락한 장애인 중 60%가 발달장애인이라는 점에서 다시 재고해봐야 할 정책”이라고 제언했다.


◇발달장애인 25만명… 관련 복지 정책·예산 늘려야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현대에 들어서며 유전적 결함 등 생물학적 요인이 원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직까지 명확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자폐성 장애인에 대한 사회성 훈련 또는 상담 및 행동 교정 등 사후적으로 삶의 질을 개선하는 서비스가 지원된다. 그러나 이들의 치료를 돕고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부족해 보인다.

대표적으로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요구에 맞는 의료를 지원하는 발달장애인 거점병원은 서울대학교병원을 비롯해 전국 10곳에 불과하다. 전남, 충남과 같은 일부 지역의 발달장애인은 의료 질이 낮은 수준이다. 또 자해 등 행동 문제로 인해 일상생활에 곤란을 겪는 발달장애인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행동발달증진센터는 전국에 서울대학교병원 딱 한 곳뿐이다.

이 밖에도 발달장애인 가족지원서비스 중 하나인 부모상담지원사업의 예산이 지난 2013년 12억7900만원에서 지난해 7억3000만원으로 사업 초기 대비 43% 삭감됐다. 이용자 수가 같은 기간 367명에서 812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한 점을 보면 예산 확충이 시급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부처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 정책을 확충하려면 예산이 수반돼야 하는데 현재 그런 부분에 대해 논의 중이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황 정책팀장은 “우리나라 대부분 자폐성 장애인분들은 국가의 지원이 절실한 분들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신 분들은 우영우가 겪는 어려움이 일반 자폐성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절대 그렇지 않다. 이들이 필요한 지원은 딱 하나로 정의하기 어렵다. 주거와 일자리 그리고 일상생활 전반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자체는 물론 정부 차원에서 예산을 만들고 지원을 확대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세종=이정아 기자 hellofeliz@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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