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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 윤석열 정부 원전 확대 정책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어떻게 하나’

연간 약 1만3800다발 발생…원전 비중 늘면 폐기물도 증가
“화장실없는 아파트 같은 상황” 대책 마련 목소리
현재 원전 내 임시보관…9년 뒤부터 순차 포화
영구 처리하려면 처리장 마련해야…부지 선정, 기술 개발 등 난제 산적
사회적 공론화 필요성 제기

입력 2022-07-24 14:20 | 신문게재 2022-07-2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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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를 뒤집고 ‘친원전’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면서 환경 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따르면 한국에는 현재 한빛 6기(전남 영광), 월성 3기(경북 경주), 신월성 2기(경북 경주), 고리 3기(부산 기장), 신고리 4기(울산 울주), 한울 6기(경북 울진) 등 모두 24기의 원전이 가동 중에 있다.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는 수명 종료로 지난 2017년 6월, 2019년 12월 각각 영구정지 됐다. 건설 중인 원전은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6호기 등 4기이다.

원전은 가동하면서 반드시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한다. 폐기물은 방사능·열발생량 등에 따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로 구분한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알파선 방출 핵종농도 4000Bq(배크렐)/g, 열발생량 2kW/㎥ 이상인 폐기물로 원전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 등에서 나온다. 사용후핵연료 등이 대표적이다. 사용후핵연료의 독성은 10만년이 지나야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원전과 방사성동위원소 이용 산업체, 병원 등에서 발생하며 작업복, 장갑, 폐필터, 폐농축액 등이 있다.
 

한국형원전 APR1400 브리핑받는 윤석열 대통령<YONHAP NO-3158>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에서 한국형원전 APR1400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연합)


10만년 지나야 독성 사라지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현재 원전에 임시 보관, 9년 뒤부터 순차 포화



사용핵연료는 경수로형에서는 연간 1기당 약 32~61다발 등 총 약 755 다발이, 중수로형에서는 1기당 4300다발 등 총 1만2957다발이 각각 발생한다. 문제는 이 같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이마저 곧 포화된다는 점이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원전가동을 가정 시 모든 원전에서 설계수명 만료까지 13만520다발이 추가 발생해 누적 63만5329다발이 나올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현재 원전부지 내 임시저장시설도 포화가 임박해 고리·한빛은 9년 뒤인 오는 2031년, 한울은 2032년, 신월성은 2044년 각각 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대로라면 고리·한빛에서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는 당장 10년 뒤에 큰 골칫거리가 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원전 확대(원전 발전 비중 지난해 27.4%→2030년 30% 이상)를 추진하면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더 많은 발생이 예상되지만 부지 확보 등 처리 방법 마련은 사실상 난망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환경단체에서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대책이 없는 원전 확대 정책에 대해 ‘화장실없는 집’을 짓고 있는 것과 같다고 비판하고 있다.

쌓여가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영구 처리·보관하기 위해서는 처리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처리장을 만들기 위한 부지 선정과 처리 방법 마련, 기술 개발, 주민 동의, 건설까지에는 상당한 시간과 기술 난제 해결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실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을 만든 나라는 원전을 운영하는 38개 국가 중 핀란드가 유일하다.



부지선정, 기술 개발 등 처리장 마련에 시간 상당 소요…외국 부지선정에 30~40년



핀란드의 경우도 부지를 선정해 시설을 만들기까지 약 40년이 소요됐다. 핀란드는 지난 1983년 처분시설 부지 확보 작업에 들어가 2001년 올킬루오토(온칼로)를 부지로 결정하고 2016년 착공해 최근 온칼로 처분장을 완공했다. 원전 강국인 프랑스도 아직 처리장을 마련하지 못했다. 1987년부터 부지 확보에 들어가 2010년에야 뫼즈·오트마른 경계를 부지로 결정하고 건설 허가를 진행 중이다. 미국은 부지 선정에도 애를 먹고 있다. 1983년부터 처분시설 부지 확보에 착수해 1987년 유카산을 부지로 결정했지만 2010년 주민 수용성을 이유로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해 사업이 잠정 중단됐다.

한국은 처리장 마련에 대한 대략적인 계획도 세우지 못하는 등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설치는 난망한 상황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12월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마련했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제시하지 못했다. 부지선정 절차 착수 이후 37년 내에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하고 투명한 정보공개, 유치 지역을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도시로 조성한다는 로드맵 제시가 전부다. 언제 부지선정 절차에 들어가고 이에 따른 중간저장시설 설치, 기술 개발, 소요 예산 등의 구체적 계획은 나와 있지 않다.


산업부, 부지선정 착수 후 37년 안에 시설 확보 계획…예정대로 진행돼도 2059년에나 마련

산업부는 부지 선정을 위한 조사계획 수립 후 부지 확정까지 약 13년, 부지에 중간저장시설을 만드는 데 7년, 영구처분시설 건설·인허가 10년 등 총 37년 안에 처리장을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부지선정에만 30~40년이 소요된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37년 안 처리장 건설 계획은 상당히 낙관적인 전망이다. 올해 부지선정 작업에 착수해 정부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해도 처리장은 2059년에나 건설된다.

부지 선정뿐 아니라 폐기물의 안전한 운반 및 보관 등의 기술 개발도 갈 길이 멀다. 산업부는 지난 21일 발표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R&D(연구개발)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 R&D로드맵은 내년부터 2060년까지 운반·저장·부지·처분 등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4대 분야에 대해 전문가들이 상세하게 분석한 요소기술과 국내 기술수준, 기술개발 일정·방법, 소요 재원 등을 담았다. R&D 로드맵에서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관리에 필요한 핵심 기술로 104개 요소기술과 이를 구체화한 343개 세부기술을 도출했다.

한국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술은 미국·스웨덴·핀란드 등 외국 선진국 대비 운반은 84%, 저장은 80%, 부지는 62%, 처분은 57% 수준에 그친다. 또 요소기술 104개 중 국내 확보한 기술은 22개에 그쳤고 49개는 개발 중, 나머지 33개는 앞으로 개발이 필요한 상황으로 기술 확보도 풀어야 할 과제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설치는 안전한 부지 선정, 부지 선정에 따른 사회적 갈등은 물론 기술 수준도 아직 낮아 풀기가 매우 어렵다는 지적이다.



“화장실없는 아파트 같은 상황” 특별법 제정 목소리…폐기물 양 줄이고 사회적 공론화 필요

산업부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와 관련해 일정·방식 등을 담은 특별법을 마련하고 국무총리 산하에 전담조직을 신설해 부지 선정 절차 착수 등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6일 한국원자력산업협회가 주관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정책 포럼’에서 황주호 원자력진흥위원은 “원전 가동이 계속되고 이에 필연적으로 발생되는 사용후액연료 저장 용량 부족이 다가오는데 화장실 없는 아파트 같은 상황이며 이 같은 비난을 피하려면 임시저장이든 영구처분이든 시급해 해결해야 한다”며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전문가인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는 부지 선정과 운반 문제, 처리 기술 개발 등 뭐하나 쉬운 일이 없는데 그동안 과학에 기반하고 민주적 방식·절차를 통한 사회적 논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폐기물 양을 크게 늘리지 말고 부지 선정을 위한 지질조사,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 안재훈 국장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마련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원전만 확대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지금도 문제를 해결하는 게 참 쉽지 않은데 악화되는 상황으로 문제를 만들어 버리면 해결이 더 어려운 상황이 되지 않겠냐, 정부는 어떤 대책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세종=이원배 기자 lwb2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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