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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 시행 앞두고 다시 멈춘 ‘1회용컵 보증금’ 제도…해법 찾을까

‘경제 부담’ 가맹점주 거센 반발에 제도 유예
환경단체 “시대 역행 환경정책”, 환경부는 갈팡질팡
6개월 유예기간 속 해법 마련 주목… ‘1회용컵 보증금 제도’ 확대 주장

입력 2022-05-29 14:45 | 신문게재 2022-05-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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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의 숙고(熟考)를 거쳐 시행을 눈앞에 뒀던 ‘1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다시 멈춰섰다. 환경부가 반대 여론을 해소치 못해, 장기간 추진해 온 정책을 갑작스레 유예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환경단체는 ‘시대를 역행하는 환경정책’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환경부는 6개월의 유예 시한동안 가맹점주의 부담을 해소하고 다시 자원순환의 기치를 올릴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환경부,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공개 시연회<YONHAP NO-3542>
1회용컵 보증금 제도 유예 결정 전인 지난 5월 시연 모습 (사진=연합뉴스)


◇ 자율적 협약 좌초 후 10년의 숙원… ‘1회용컵 보증금’ 제도 시행

1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일정 규모 이상의 프렌차이즈 카페·제과점 등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 1회용 컵에 보증금 300원을 내고,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 2020년 6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도입됐으며, 내달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었다.

관련 자율적 협약이 좌초된 이후 장장 14년의 기다림이었다. 1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지난 2002년에 관련 업계와 자발적 협약을 추진했다가 벽에 가로막혀 6년 만인 2008년 폐지된 바 있다. 이후 장기간의 심사숙고와 각고의 노력 끝에 법적 근거 마련을 통해 거보(巨步)를 내딛었다.

1회용 컵을 주로 쓰는 커피전문점, 제과점, 패스트푸드점(가맹점 기준) 수는 지난 2008년 3500여 곳에서 10년만에 3만49곳으로 급증했다. 1회용 컵 사용량도 지난 2007년 약 4억2000만개에서 2018년 25억개로 폭발적 증가했다. 반면 1회용 컵 회수율은 수직 낙하했다. 2009년도 37%에서 2018년도에는 5%대까지 곤두박질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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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부분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1회용 컵 문제를 해소하는 역할로 1회용컵 보증금 제도에 대한 기대는 상당했다. 보증금제 대상은 100곳 이상 매장을 가진 카페·제과점 등을 골자로 하며, 대상 사업장만 3만여곳이었다. 관련 제도가 시행돼 1회용 컵 회수율이 높아지고, 재활용이 촉진되면, 기존에 1회용 컵을 재활용하지 않고 소각했을 때와 비교해서 온실가스를 66% 이상 줄일 수 있고, 연간 445억원 이상의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가맹점주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며 제도 시행은 갑작스런 유예를 맞이했다. 환경부는 지난 20일 “1회용컵 보증금제의 시행을 2022년 12월 1일까지 유예한다”고 밝혔다. 자원순환을 목표로 내딛었던 큰 발걸음이 경제논리에 발목을 잡힌 셈이다.


◇멈춰선 ‘1회용컵 보증금 제도’…길 잃은 ‘자원순환 목표’

20일 환경부는 “순환경제 및 탄소 중립 이행을 위해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준비해 왔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기를 견디어온 중소상공인에게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올해 6월 10일 예정된 동 제도의 시행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막상 시행 앞두고부터, 라벨구매 등에 대해 소상공인이 체감을 엄청나게 한 것 같다. 그냥 시행하기에는 너무 큰 반발이 있었다”며 “시행보다는 제도적 논란이 있겠지만 조금 시간을 두는 것이 좋겠다 생각했다”고 귀띔했다.

제도 시행을 며칠 앞두고 들려온 갑작스런 ‘1회용컵 보증금’ 제도 유예 결정에 환경단체의 반발이 나왔다.

염정훈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원래 2020년에 시행돼야할 제도인데,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서 2년 유예 됐었다. (현재의 상황은) 2년 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환경부가) 구체적 방안을 마련 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환경부 발표처럼 (1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탄소배출을 줄이고 컵회수 등 자원순환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였는데 그것이 더 늦춰졌다”고 아쉬워했다.

이미 해외 선진국은 플라스틱병 보증금 제도 등 자원순환과 관련해 속속 제도를 시행하거나 도입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관련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고 회수율이 97%에 달하고 있다. 또 독일과 슬로바키아는 올해부터 플라스틱병 보증금 제도를 도입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시행예정이던 ‘1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경제논리란 벽에 가로막혀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 ‘시대를 역행하는 결정’이라는 강도 높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영업자 고충 토로, 환경론자 제도 확대 요구…‘갈팡질팡’ 환경부 대안 찾을까

프렌차이즈 업계 현장에선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내달 10일 당장 제도가 시행됐다면, 자영업자들은 보증금 반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컵에 붙일 라벨 스티커를 개당 17원에 구입해야 했고, 반환된 컵을 수거·보관하면서 컵 한개당 300원씩 반환을 위한 노동력과 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했다는 점 등에서다. 이들은 유예기간 동안 환경부가 부담 완화를 위한 행정·경제적 방안 마련을 기대하고 있다

환경부 또한 앞서 12월로 제도 시행 유예 결정을 밝히며 “유예기간 동안, 중소상공인 및 영세 프랜차이즈의 제도 이행을 지원하는 한편, 제도 이행에 따르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행정적·경제적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밝 힌바 있다. 그러나 환경부 내부에서 조차 갑작스런 제도 유예에 곤혹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금까지 열심히 준비해 온 매장도 있다. 1회용 수거 분들도 있고, 보증금관리센터도 시스템 구축하고, 조폐공사도 라벨인쇄하고 하기 위해 계약 등을 했다. 그런 분들 있어서는 (실망하신다던지 그런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환경단체에서는 제도 유예를 전화위복 삼아 ‘1회용컵 보증금 제도’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현행 점포 100개 이상 프렌차이즈 회사만 적용대상이다. 그걸로만 한정해서는 1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100% 활성화 된다고 볼 수 없다”며 “유예 된 6개월 동안 다른 카페들까지 다 함께 제도 적용될 수 있도록 유예기간 중 대체기간 마련해서 보증금제 효과를 극대화시키면 좋겠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가맹점주 등과의 협의를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책을 마련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금은 모든 것을 열어놓고 있다. 가맹점에서도 100개 이상 매장을 가진 브랜드 대상으로만 하는 것은 부적절하지 않냐. 오히려 더 넓히자. 그런 부분을 가맹점주들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 시행령에는 100개 이상으로만 하는 골자를 담고 있어, 개정이 필요하다”며 “대상 확대는 굉장히 큰 문제이며, (만약 그렇게 되면) 다시 사회적 협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곽진성 기자 pe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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