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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 “그렇게 피우는 거 아니야”… 청소년 흡연 조장 미디어, 규제 마련 시급

입력 2022-04-0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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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은 정부의 정책을 조목조목 따져봅니다. 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 이유를 살펴보고 정부가 놓치고 있거나 마련하지 못한 대책을 점검·제시합니다. 그래서 기획 이름도 정책탐구생활로 정했습니다. 매주 토요일 새로운 정책탐구 내용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 가겠습니다.

장르만 로맨스 흡연 장면

영화 ‘장르만 로맨스’ 흡연 장면

 

최근 미디어 내 흡연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하면서 청소년의 흡연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흡연 장면을 규제할 방안이 없어 청소년 건강권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해 개봉한 만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인 ‘장르만 로맨스’에는 청소년 흡연 장면이 등장한다. 영화에서 청소년인 ‘성경’의 이웃으로 나오는 성인 ‘정원’은 집 앞 분리수거장에서 성경이 흡연하는 장면을 발견하고 성경과 함께 같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다. 게다가 정원은 “그렇게 피우는 거 아니야”라며 성경에게 담배 피우는 방법을 가르치기도 한다.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청소년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의 콘텐츠에 나오는 흡연 장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청소년들이 흡연 장면에 노출될 경우 흡연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해 담배를 접할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에서는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은유’와 성인 ‘편상욱’은 건물 난간 앞에 함께 서서 담배를 피운다. 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에도 교복을 입은 청소년의 흡연 장면이 나온다. ‘스위트홈’과 ‘지금 우리 학교는’의 흡연 장면이 담긴 짧은 영상은 유튜브에서 연령 제약 없이 시청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청소년을 5만49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소년 흡연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청소년 흡연율은 4.4%다. 청소년 흡연율은 해마다 줄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청소년 100명 중 4명은 담배를 피우고 있어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흡연 장면이 나오는 콘텐츠를 법적으로 규제할 방안은 없는 실정이다. 현재 복지부는 콘텐츠 제작·송출자의 자율 규제 환경을 조성하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자 ‘흡연조장 미디어 환경 개선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지만 ‘자율 규제’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

윤석범 복지부 건강증진과 사무관은 이와 관련해 “정부에서 제도적으로 규제하는 부분은 아직 없다”며 “규제하려면 우선 입법이 필요하고, 표현의 자유도 고려해야 하므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실제로 청소년들이 유튜브 등 미디어를 통해 흡연장면에 노출되는 건 심각한 상황”이라며 “(흡연 장면 노출이) 흡연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센터장은 “영화 산업이 발전한 인도는 청소년이 관람할 수 있는 영화에 흡연 장면이 나올 경우 흡연은 건강에 해롭다는 문구나 흡연 장면이 나오므로 시청에 주의해달라는 경고를 넣도록 규제하고 있다”며 “자율적인 자정 작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부 차원에서 자율 규제보다는 강도가 높은 개선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전소연 기자 jsyb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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