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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 한국 경제 흔드는 제2 요소수 사태 막으려면

세계의 공장 중국 역할 ‘흔들’…언제든 제2 요소 사태 재발 가능
특정국가 의존도 80% 초과 품목 4000여개…중국이 절반
정부, 338개 관리품목 확대·개편…전문가, 전략물자 국내 생산·비축 늘려야

입력 2021-11-1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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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에 요소수 넣는 운전사<YONHAP NO-4614>

지난 11일 인천시 중구 한 주유소에서 트럭 운전사가 자신의 트럭에 요소수를 넣고 있다.(연합뉴스)

 

[정책탐구생활]은 정부의 정책을 조목조목 따져봅니다. 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 이유를 살펴보고 정부가 놓치고 있거나 마련하지 못한 대책을 점검·제시합니다. 그래서 기획 이름도 정책탐구생활로 정했습니다. 매주 토요일 새로운 정책탐구 내용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 가겠습니다.


최근 중국발 ‘요소·요소수 품귀’ 사태가 한국 경제를 흔들었다. 차량용 요소수가 부족해지자 화물차 등의 운행 중단으로 ‘물류대란’이 일어 경제 회복세가 둔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물류대란·경제 회복 타격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외교·통상 채널 등을 통한 전방위적 대응에 나서 통관에 묶인 중국 요소 수출 승인과 베트남·호주 등의 수입처 추가 확보 및 다변화를 통해 급한 불은 끈 상황이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국내 보유 차량용 요소수 물량은 5.3개월분이다.

정부는 물량 확보와 함께 매점매석 금지,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시행했다. 긴급수급조정조치에 따라 요소 수입·판매업자는 당일 수입·사용·판매량 및 재고량 등을 다음날 정오까지 신고해야 한다. 향후 두 달간의 예상 수입량도 신고의무에 포함하도록 했다. 국외 수출도 안 된다.

특히 공급량과 대상도 지정하는 첫 조정명령도 발동했다. 이에 대형마트 등을 통한 사재기 방지를 위해 차량용 요소수 판매처는 주유소로 한정했다. 주유소 판매 물량도 차량 1대당 최대 10리터로 제한했다. 화물·승합차·건설기계·농기계 등은 최대 30리터까지 구입할 수 있다.

한국을 흔들어 놓은 요소수 사태의 원인은 요소였다. 요소는 화학비료의 원료이기도 하지만 대기오염물질(질소산화물)을 줄이는 촉매제인 요소수의 원료이다. 경유 차량은 물론 건설기계, 산업분야에서도 필수적인 품목이다. 요소는 상당히 흔한 ‘범용물품’이었고 높은 기술이 필요한 품목도 아니어서 사태가 발생하기 전 누구도 ‘전략물자’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요소·요소수 품귀 사태의 원인은 중국의 요소 수출 통제이다. 지난달 15일 중국은 요소 등에 대해 반드시 검역을 통과해야만 수출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이에 요소의 중국 의존도가 매우 큰 한국 업계가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산업용 요소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지난 9월 기준 97%에 달했다.

요소수 사태의 원인은 일차적으로는 중국 내의 석탄 수급문제로 인한 요소 수출 통제이지만 더 들어가면 G2로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중 무역분쟁과 코로나19 이후 더 불안해진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세계의 공장’으로서 안정적인 공급을 담당해왔던 중국의 역할에 미·중 경쟁, 중국의 국제문제 등으로 인해 균열이 생겼다. 글로벌 공급망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은 세계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달 26일 내놓은 ‘최근의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중국의 호주산 석탄수입금지조치 시행 후 중국 내 에너지 원료의 수급 혼란과 가격 급등으로 중국 생산자물가상승률이 올 1월 전년 동기 대비 0.3%에서 지난 8월 9.5%로 크게 올랐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에 연간 약 2조6000억 달러를 수출하는 중국 제품의 가격 상승은 세계 인플레이션 위험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이 보고서는 이에 정치적인 문제가 원자재 공급망(중국의 수입)에 충격을 줘 국제물가를 상승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르게 말하면 중국의 공급망 변동은 인플레이션 요인도 있지만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동시에 공급(수출) 통제로 각국의 경제·산업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 6월 펴낸 한·중·일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GVC 연계성 연구를 보면 중국의 소부장 산업은 지난 20년(2000년~2018년) 동안 수출은 14배, 수입은 약 7배 증가했다. 특히 범용재 수출이 크게 늘었다. 중국 소부장 산업의 수출입에 있어서 전자제품, 전기장비부품,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이 상위 품목이다. 2001년 중국 소부장 산업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3.2%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14.4%로 증가했다. 세계 소부장 시장 수출입 점유율은 2018년 기준 중국이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이 연구 보고서는 “중국의 경우 규모의 경제로 세계의 소부장 시장을 장악하고 경쟁력도 높일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했다.

중국은 이처럼 막대한 인구와 이에 따른 저렴한 노동력, 풍부한 자원, 국가 주도 경제성장 추진 등으로 세계의 공급자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동맹국을 동참시켜 중국을 압박하고 중국이 무역 보복 등으로 맞서면서 기존과 같은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 역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최근 요소수 사태는 이 같은 압도적 중국의 공급망이 흔들릴 경우 한국 경제가 어떻게 영향을 받게 될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이 수입하는 품목(올 1~9월) 1만2586개 중 특정국가 의존도가 80%를 넘는 품목은 3941개(31.3%)에 달한다. 이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품목이 1850개(47%)로 가장 많았고 이어 미국 503개, 일본 438개 순이다. 자동차 차체와 항공기 부품 등의 제조에 필요한 마그네슘은 100%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어 의료기기 및 반도체 제조에 쓰는 산화텅스텐은 94.7%, 전자제품 경량화에 쓰는 네오디뮴 영구자석은 86.2%,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수산화리튬은 83.5%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이 전력난과 탄소배출 규제를 이유로 마그네슘 생산을 감축하자 가격이 두 달 사이 4배 정도 올랐다.

요소수 사태에 놀란 정부는 국내 요소 공급 대책은 물론 소부장 발전 전략을 새로 짜기로 했다. 국내 요소 생산설비 확보 방안과 조달청 전략비축 등 장기 수급안정화대책을 마련하고 요소수 없이 질소산화물을 분해하는 대체 촉매제 개발, 요소수 대체재인 암모니아수를 활용할 수 있는 시설 확대 등으로 수요 관리도 병행할 계획이다. 민간기업인 롯데정밀화학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요소수 제품 개발 및 판매를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특히 특정국 생산의존 비중이 높은 품목을 조사·선정해 수급 불안 가능성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필요 시 적기 대응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술난이도·대외의존도를 중심으로 선정했던 기존 338개 관리품목을 확대·개편하기로 했다. 제2 요소수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전략물자에 대한 수급처 다변화는 물론 최소한의 국내 생산과 비축, 품목별 위기 대응 시나리오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이사대우는 “이번 요소수 사태와 같은 일은 미·중 경쟁의 파편이 엉뚱한 곳으로 튄 경우로 또 없으리란 법이 없다”며 “기존 효율성 측면에서 100% 가깝게 (해외에)의존해 왔던 것들에 대해서 인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걸 다 생산할 수는 없지만 경제 사회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는 전략물자는 국내에서 최소한의 생산과 비축(저장시설)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정부와 공공기업의 지원과 역할이 있어야 한다”며 “또 정부가 물자별 위기 시 어떤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원배 기자 lwb2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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