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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 가계부채가 재정·통화·금융수장 한 자리에 모았다

코로나19·주택가격 급등에 부채 규모·속도 모두 위험
정부 인식 '안이' 지적…증가율 위주 관리는 "증가 방치"
상환 능력 따른 대출해야…실수요자 대책 마련도 필요

입력 2021-10-0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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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 가계부채 진정되나<YONHAP NO-3036>

지난 8월 26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붙은 대출 안내문(연합뉴스)

 

[정책탐구생활]은 정부의 정책을 조목조목 따져봅니다. 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 이유를 살펴보고 정부가 놓치고 있거나 마련하지 못한 대책을 점검·제시합니다. 그래서 기획 이름도 정책탐구생활로 정했습니다. 예전 초등학생들이 방학 때 진지하게 때론 흥미롭게 고민하며 풀어가던 [탐구생활]에서 이름을 빌려왔습니다. [탐구생활]을 풀어가듯 정책을 살펴보고 점검해 보려는 취지입니다. 매주 토요일 새로운 정책탐구 내용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 가겠습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고승범 금융위원장,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회동했다. 재정·통화·금융 당국 수장이 한 자리에 모인 경우는 지난 2월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이날 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 금융위원장, 금감원장의 회동은 홍남기 부총리가 주도했다. 홍 부총리가 이들을 한 자리에 부른 이유 중 하나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실제 이들은 가계부채의 빠른 증가 속도가 실물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올해 6%대 증가율을 목표로 상환능력 내 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대출을 규제하고 내년에도 이 같은 대출 규제 기조를 이어가 가계부채 증가율을 4%대로 관리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는 지난 7월말 기준 1710조3000억원으로 전년말(1631조5000억원) 대비 78조8000억원이 늘었다. 지난 2019년(1504조6000억원) 보다는 무려 205조7000억원이나 증가했다. 한국은 가계부채 규모도 크지만 증가율이 지난해 7.9%로 전년(4.1%)보다 두 배 가까이 크게 늘어 속도도 빨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한국은 2019년 4분기 95.2%에서 지난해 4분기 102.8%로 증가(7.6%포인트 증가)한데 이어 100%도 넘어섰다. 반면 미국은 같은 기간 74.7%에서 78.8%(4.1%포인트)로, 영국은 84.0%에서 91.4%(7.4%포인트)로, 프랑스는 60.9%에서 68.0%(7.1%포인트)로 각각 늘었다.

이처럼 가계부채가 급증한 배경에는 정부의 안이한 인식과 대처도 한몫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해 자체평가에서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 과제 부분에서 ‘다소 우수’라고 평가했다. 정작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율은 7.9%로 전년도 증가율의 두 배에 달했고 가계의 소득대비대출비율(LTI)는 10%포인트 이상 늘어 229.1%에 달했다. 장혜영 의원은 그럼에도 기재부는 성과지표를 가계부채 증가율에서 은행권 평균 DSR 비율로 바꿔 우수하다고 평가했다며 ‘자화자찬’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를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보는 것도 문제라는 시각이다. 기재부는 자체평가에서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율 상승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완화적 통화·금융정책에 기인하는 것으로 한국뿐 아니라 주요국에서도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라고 적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4월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서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 배경에 대해 코로나19 위기대응을 위한 확장적 금융·통화정책의 영향으로 불가피하게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됐고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민간부채 확대는 주요국 공통적 현상으로 일정 부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올 상반기 부채 증가율이 10%에 육박해 2017년 이후 최고치”라며 “정부가 부채 증가는 어쩔 수 없다라는 인식을 깔고 가는 것이 아니냐 생각한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증가는 가계의 소비 여력을 하락시켜 내수를 침체시키고 이는 다시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켜 고용 하락을 가져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또 금리 인상 시 가계의 상환부담 가중, 이로 인한 상환 지체 시 은행의 부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아 향후 주택가격이 내려가면 자산가치 하락으로 상환이 어려워 질 수 있는 등 큰 혼란을 불러 경제의 ‘뇌관’으로도 불린다.

한국은행은 유동성 회수를 위해 지난 8월 26일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올렸다. 앞으로 더 상향할 뜻도 내비쳐 대출금리도 따라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향후 가계의 대출 상환에 더 많은 부담이 생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달 29일 발간한 NABO 경제·산업동향 & 이슈(제21호)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이자상환부담 분석’에 따르면 가계 대출금리 1%포인트 상승 시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은 12조5000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6월 내놓은 국내 가계부채 리스크 현황과 선제적 관리 방안‘을 보면 저금리 상황에서 올 1분기 기준 가계대출의 변동금리대출 비중은 70.5%로 금리 인상에 더 취약했다.

이 같은 가파른 가계대출 증가세와 유동성 과잉 공급, 소득보다 부채가 더 빨리 증가하는 등의 문제가 생기자 재정·통화·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통한 리스크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 4월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서 부채를 줄이기 위해 총량관리 노력 강화와 차주 상환능력심사(DSR) 중심의 가계부채 관리체계 안착, 비은행권·비주택담보대출 등 취약부문에 대한 관리체계를 정비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가계부채의 관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28일 박주민·이수진(동작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배진교 국회의원(정의당), 참여연대 주최로 열린 ‘가계부채 1800조, 무엇을 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 발제를 한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가계부채의 GDP 대비 규모, 증가 속도가 글로벌 최대 수준인 점, 부채의 질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선제적 차원에서 총량과 속도, 질적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경제 여건에 부합한 수준으로의 부채 규모 및 속도 조절, 풍선효과 차단을 통한 질관리, 상환능력 범위 내 대출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의 부채 ‘증가율’ 관리에 초점을 맞춘 가계부채 대책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의 토론회에서 권호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변호사)은 발제를 통해 현 정부가 출범 당시 제시한 총량관리제는 가계부채 증가를 가계소득 증가 속도 안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으로 부채 절대 규모를 통제하겠다는 의미라면서 이 정책을 폐기한 채 가계부채 지표가 악화일로인 상황에서 증가율을 5%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은 부채 증가를 방치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권호현 변호사는 실효성 높은 가계대출 문제 해결을 위해 과잉대출규제 내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공정대출법제의 입법, 전월세보증금반환채무와 전세보증금대출, 할부·리스·카드론 등 모든 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기준에 포함해 상환능력에 따른 대출 심사 강화, 사회안전망 확충으로 과잉부채 동기 완화, 취약차주를 위한 다양한 정책 마련으로 안정적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자산 매각 또는 증자를 통한 부채 축소) 유도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편 대출 총량 규제도 필요하지만 실수요자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연세대 성태윤 교수(경제학부)는 “가계대출은 문제는 심각한데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물가 상승세도 그렇고 전반적인 유동성 회수 작업이 필요해 결국 금리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가 필요하다는 걸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하지만 아직 총량 규제에 머물고 있어 총량을 막는 형태로 가면 실수요자 타격이 크기 때문에 아예 대출을 막는 것은 곤란해 결국 소득하고 신용도에 따라서 대출은 해주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원배 기자 lwb2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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