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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최재림 "사이다 같은 포 기대하세요!"

[사람人]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최재림, 에너지를 극단적으로 발산하며 수많은 여성편력, 알콜 중독, 이상 성행위와 동성애, 가학증 등 무성한 소문의 중심에 섰던 포가 되다

입력 2016-06-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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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한때는 포 같던 시절이 있었어요.”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에서 포를 연기 중인 성악과 출신의 최재림은 독창적이고 기발했던 소설가이자 시인이며 비평가였던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처럼 자만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연습을 하지 않아도 교수님이며 선후배가 잘한다 잘한다 해주시니까…당시엔 졸업한 선배들이나 이미 활동 중인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더 잘할 수 있는데’라고 생각하곤 했죠.”  

 

시인이자 소설가로서 두각을 나타내던 포가 자신의 작품에 매혹되는 장면에서 최재림은 자만심 충만하던 스물셋의 자신을 떠올렸다. 

 

당시의 자만은 현장에 투입돼 “잘한다면서 왜 저기(무대 위) 못가고 여기 있어?”라고 무대 아래에 서 있는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으며 얻은 뼈저린 자각에 절로 사라져 버렸다. 

 

 

◇ 에릭 울프슨의 유작 “사이다 같은 포, 하얗게 불타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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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림은 일찌감치 박칼린 연출의 인정을 받은 애제자로 마이클리가 극찬할 정도로 ‘사이다 같은’ 가창력의 소유자다.(사진제공=SMG)

 

‘에드거 앨런 포’는 뮤지컬 ‘겜블러’, 한국 창작뮤지컬 ‘댄싱 섀도우’의 작곡가이자 ‘아이 인 더 스카이’ 등으로 잘 알려진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 멤버였던 에릭 울프슨의 유작이다. 

 

에릭 울프슨의 이름값과 그 음악의 힘에 지나치게 기대는 느낌이 강했던 ‘에드거 앨런 포’는 박영석 프로듀서, 노우성 연출, 김성수 음악감독 그리고 최재림을 비롯한 포 역의 마이클리·김동완, 포의 라이벌이자 비평가 그리스월드 역의 최수형·정상윤, 아내 버지니아의 오진영·장은아, 첫사랑 엘마이라 김지우 등 배우들의 열띤 토론으로 꽤 그럴 듯한 서사를 갖췄다.

 

섬세하고 예민한 문학가로서의 포를 연기하는 마이클리, 상처받기 쉬운 소년 같은 포를 표현하는 김동완과 트리플캐스팅된 최재림은 ‘강렬함’을 자신의 특징으로 꼽았다. 최재림은 일찌감치 박칼린 연출의 인정을 받은 애제자로 마이클리가 극찬할 정도로 ‘사이다 같은’ 가창력의 소유자이며 다양한 음역대를 소화하는 목소리를 지녔다.

 

“사실 저도 제가 얼마나 해낼 수 있을지 궁금해요. 1부 중반부터 포가 무너지기 시작해요. 실패하고 아내를 잃는 과정에서 삶의 모든 것을 포기할 정도로 무너지죠. 포는 극의 처음과 끝이 전혀 달라요. 공연시작하고 25~30분쯤 지나면 포 내면의 너무나 뜨거운 예술혼, 광기라고 하기에는 단편적인 그 열정들이 서서히 포를 잠식해가죠. 바늘처럼 뿜어내던 에너지들이 자기를 찔러 들어오죠. 자기 꼬리를 먹는 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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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불태워(?) 완성한 ‘매의 날개’.(사진제공=CMG)

 

그런 중에도 글쓰기를 놓을 수 없는 예술가의 열정, 남은 에너지가 없는 데도 생명을 쥐어짜내 글을 쓰는 포의 그 힘이 무엇일까를 고민 중이라는 최재림은 자신의 고민을 닮은 ‘함정과 진자’를 추천 넘버로 꼽는다. 

 

포의 단편소설 제목이기도 한 이 곡은 글을 쓰고 탈고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담고 있다. 후에 아내가 되는 버지니아를 돌보며 소설을 탈고해야하는 상황에서 마약에 기대 마지막 창작혼을 쏟아 붓는 이 장면에 대해 그는 “하얗게 불타오른다”고 표현했다. 그 역시 연습실 공개를 앞두고 ‘하얗게 불타오르는 순간’을 경험했다.

 

“시연을 앞두고 ‘매의 날개’를 연습하는데 동선이 너무 마음에 안드는 거예요. 어정쩡하고…하면할수록 답이 안나오는 거예요. 그 상황이 ‘함정과 진자’ 장면과 꼭 맞아 떨어졌죠. 글을 쓰다가 막혀 술을 마시고 약을 하고 환각에 빠져 고통스러워하다 결국은 토해내고….”

 

전날 밤 늦게까지도 답을 찾지 못한 이 장면은 밤샘고민을 거쳐 연습실 공개 당일 아침에야 완성됐다. 


 

◇ 여성편력, 알콜중독, 이상 성행위와 동성애 등의 소문으로 얼룩진 포, “그는 순수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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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에서 최재림은 뜨거운 예술혼을 내뿜다가 점차 삶의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예술가 '포'로 강렬한 무대를 선보인다.(사진제공=SMG)

 

2살에 어머니를 잃고 4살에 아버지에게 버려져 사랑을 갈구하는 포는 첫사랑 엘마이라를 만나 사랑했지만 거부당한 후 본격적으로 애정결핍에 빠져 든다.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포는 이후부터 에너지를 극단적으로 발산하며 수많은 여성편력, 알콜 중독, 이상 성행위와 동성애, 가학증 등 무성한 소문의 중심에 섰다.  

 

“분명 소설인데 수필처럼 자신의 일상을 써내려간 작품들을 읽었어요. 언어력이 뛰어나고 자신의 몽환적인 세계를 글로 표현하는 데 탁월한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무대 위에서 그 모든 것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 장면과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리는 데 도움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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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힘이 넘치던 에너지는 형태를 바꿔 관객들을 숨통을 틀어쥔다.(사진제공=SMG)

죽음, 염세, 실패한 사랑, 배신 등 포와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된 감정들은 하나같이 어둡고 음울한 무채색이다.  

 

“인간의 본성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걸 보여주기 위해 극단적인 소재를 쓰기는 했지만 포는 너무 순수했던 사람이에요. 드러내는 방식이 잘못됐을 뿐이지 사람 자체가 비틀리고 추악한 성품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죠. 세상의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했고 그의 눈으로 봤을 때 평범한 이들에 맞추려고 애쓰기도 했어요. 생계를 위해 현실과 타협하는 등 이 모든 것들이 포의 생명을 갉아 먹은 거죠.” 

 

이같은 포의 삶을 다룬 뮤지컬이 밝을 리 만무다. ‘에드거 앨런 포’는 전체적으로 어둡고 무거운데다 폭발하는 넘버들로 꾸린 록 뮤지컬이다.  

 

“어둡지만 지루하거나 처지진 않아요. 밝고 힘이 넘치는 상태에서 시작해 에너지가 형태를 바꿔 관객 숨통을 꽉 틀어 쥐고 있는 작품이죠. 그 에너지를 잘 써서 다른 데로 새지 않도록 모아가는 게 저의 중요한 임무예요.”

 

그 에너지 응집의 무기는 에릭 울프슨의 록 넘버와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마마 돈 크라이’, ‘젊음의 행진’ 등의 김성수 감독이 새로 추가한 6곡이다.

 

“그리스월드의 ‘널 심판해’는 다양한 형태로 2, 3번 정도 반복돼요. 그리고 (김)성수 감독님이 포의 유명한 ‘더 레이븐’(갈가마귀)으로 음악을 만들었어요. 써 나가는 과정에서 중간중간 들려주셨는데 짜릿하고, 배우로서는 너무 불러보고 싶은 곡이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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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했을 때 후회나 의심이 없을 정도로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최재림.(사진제공=SMG)

극단적인 음역대, 읊조림으로 시작해 절규하다 속삭이듯 마무리되는 '갈가마귀'는 배우들이 한마음으로 한국 버전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곡으로 인정한 넘버기도 하다.

 

배우이기 이전에 인간 최재림이고 싶은 그는 책임감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 역시 인간 최재림이고자 하는 그의 책임감과 맥을 같이 한다. 

 

“인간으로 많이 성장했다 싶다가도 삶에 대한 책임감을 놓는 순간에는 아직 사람 구실 못하는구나 싶고 그래요. 연기며 노래는 기술적으로 무대에서 완벽하게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개인으로, 사회구성원으로 스스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선택했을 때 후회나 의심이 없을 정도로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옳든, 잘못됐든 선택까지는 많은 생각을 하고 결정을 내리잖아요. 그 뒤에 오는 대가들을 말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에드거 앨런 포’가 끝나자마자 휴학 중인 한국예술종합학교(연극원 연기과 석사과정) 대학원으로 돌아갈 목표를 세워두고 있는 최재림은 전통 마임, 전위예술 등에 대한 도전의 뜻을 비치기도 한다. 

 

“몸을 쓰는 예술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배우로서 좀더 확실하게 제 영역을 만들고도 싶고 더 나아가 원래 전공(성악)으로 회귀해서 팝페라나 세미 클래식 등 크로스오버 콘서트도 해보고 싶고 해외공연도 해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것도, 할 것도 많은 최재림의 2016년은 또 그렇게 분주해진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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