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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시면 취하고, 깨지면 흉기되고… 글은 소주병 같아"

[인터뷰] 소설 '날 버리면 그대가 손해' 작가 이형순

입력 2015-02-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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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물스러워서 좋아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아서 자신을 하찮게 대하는 남자에게만 마음을 여는 여자와 살 이유라고는 없는 남자의 개떡 같은 사랑 이야기죠.”

포털사이트 다음 ‘문학 속 세상’ 7인의 작가전에 연재 중인 소설 ‘날 버리면 그대가 손해’를 이형순 작가는 이렇게 소개한다.

2014년 11월 3일부터 독일 유명작가 한스 라트(Hans Rath), 북유럽 스릴러의 대가 요 네스뵈(Jo Nesbo), 이동형, 하성란, 최우근, 김봉석 등과 ‘7인의 작가전’이라는 타이틀 아래 연재를 시작한 이 소설이 3월 책으로 출간된다. 마감이 코 앞이다.


“하루에 원고지 2장? 많아야 16장 겨우 써요.”

책 출간에 대한 압박과 창작의 고통은 크지만 집필은 또 언제나 즐겁다.

 

 

이형순 작가는 ‘이건’이라는 필명으로도 유명하다. 국내 최초 대통령을 소재로 한 웹툰 ‘노공이산’의 스토리작가로 고(故) 노무현 전대통령을 인간적인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이 웹툰 연재 당시 그는 피부병에 시달렸고 그림을 그린 박운음 작가는 심장을 움켜쥐고 병원으로 달려가기 일쑤였다.

“그만큼 부담이 컸어요. 알려진 이야기는 피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사연을 뒤지고 취재하고…. 그 압박이 너무 컸죠. 게다가 정치적인 인물이잖아요. 저는 정치색이 명확하거나 식견이 뛰어난 사람도 아니었거든요.”

가고 없는 사람 혹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 생애와 정신을 서술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피카소, 로뎅, 세잔, 르누아르 등 예술가들의 삶을 돌아보는 시리즈도 두 권 썼고 원고지 200쪽짜리 영화 시나리오를 1000쪽짜리 영화소설로 만드는 출간작업도 했었다. 이처럼 아예 책 출간이 취소되거나 그의 이름으로 출간되지 못한 작품들이 꽤 여럿이다.

국문과를 졸업하고 미술전문잡지 기자와 여론조사기관 사보기자를 거치면서 이 길은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남들은 대학입학을 위해 공부에 매진하던 고 3때부터 책읽기에 빠졌어요. 생물교과서 겉표지에 읽은 책 제목을 깨알같이 적어 내려가는 재미가 쏠쏠했죠. 학력고사를 친 후에도 방에 틀어박혀 ‘문학사상’, ‘창작과 비평’ 등 문학잡지를 엄청 읽었어요.”

결국 1995년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장르 불문하고 많은 글을 썼다. 1998년 ‘마을버스’라는 단막극으로 MBC 드라마 극본공모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복날이 온다’는 단편드라마 극본을 집필하기도 했다. 

 

하지만 창작과 글쓰기의 길은 녹록지 않았다. 남의 이름으로 글을 쓰는 대필이며 필명을 내세운 작업들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경우들이 생겨났다.

“예술가로서의 작가가 있고 직업으로서의 작가가 있어요. 자기 글을 쓰느냐 안 쓰느냐로 나뉘는데 초창기엔 본의 아니게 직업으로서 작가 일을 많이 하게 돼요. 생활의 방편이죠. 그때나 지금이나 선입견을 버리려고 노력해요. 세상이 덧 씌운 걸 벗어버리는 순간 세상은 웃기고 신기해지거든요.”

이에 글 쓰는 사람은 세상의 편견에 좌지우지되기보다는 무심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는 이 작가는 “햇빛을 쬐며 아무에게나 말을 걸어보라”던 드라마 ‘서울의 달’ 김운경 작가의 말을 떠올리곤 한다. 

 

지식은 경험에서 나온다. 경험은 곧 편견을 만들기도 한다. 자신이 아는 것이 전부라고 믿는 작가들의 허영은 언제나 깨지게 마련이고 그만큼 위험하다는 의미다. 

 

이에 이 작가는 글을 소주병이라고 표현한다.

“사람을 취하게도 하지만 흉기가 되기도 하거든요. 소주병이 내용물을 마시면 취하고 깨지면 흉기가 되듯 글도 사람들을 취하게 하고 병들게 할 수 있죠. 하루에도 열 번은 반성을 해야 할 사람들이 작가예요.”

그에게 ‘작가’라는 직함의 무게는 그만큼 무거운 것이다.

글·사진=브릿지경제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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