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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행복해지는 법을 모르겠습니다. 저는 55살 입니다"

입력 2015-12-2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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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강좌
한국의 5060세대는 노후준비가 전혀 안돼 퇴직 후 불안한 창업의 길로 뛰어들지만 이마저 녹녹치 않다. 사진은 지방자치단체의 창업강좌에 모인 5060세대들. (사진제공 = 서초구청)

 

대기업에 근무하던 김철수(가명·55)씨는 최근 희망퇴직으로 2년치 연봉을 받고 정든 회사를 떠났다. 김씨는 5060세대, 일명 베이비 붐 세대다.


대한민국 격동기를 겪으며 가파른 경제성장을 일궜지만 부모부양은 물론 취업난에 다 큰 자녀를 책임지며 샌드위치 세대로 살아온 탓에 변변한 노후 준비 없이 은퇴하게 된 김씨는 앞날이 막막하기만 하다.

김씨는 여전히 아침 6시면 눈이 떠진다. 오늘은 구청에서 열리는 5060세대를 위한 창업 강좌를 듣기 위해 서둘러 집을 나섰다. 그의 손에 쥐어진 노후자금은 남은여생을 편하게 보내게 해줄 돈이 아닌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야 할 부담을 짊어진 투자금이다.

김씨의 자녀는 올해 29살, 어느새 30대를 향해 달려가지만 아직 취업준비생이다. 소위 스펙을 쌓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자녀를 위해 김씨는 막대한 사교육비를 대신 감당하고 있다. 여기에 부모 부양비까지, 이제 격무에서 내려왔다고 생각했건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주변에서 들리는 창업실패담과 노후자금을 전부 투자했다가 날렸다는 소문에 불안하기만 하다. 귀농을 할까 알아봤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김씨는 망설여진다.

일생을 자신의 행복보다 가족과 사회를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아온 탓에 김씨는 은퇴 후 진정 자신이 원하는 노후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다. 휴식보다는 일정한 수입이 없다는 불안감이 더 큰지 김씨는 월급 150만원 안팎의 경비원 자리에 재취업을 알아보고 있다.

그와 같은 5060세대가 많은 탓일까. 56살 신입 경비원 자리도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박준호 기자 ju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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