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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허리없는 대한민국… 10명 중 8명 "나는 중산층이 아니다"

입력 2015-12-2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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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중산층입니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 중 곧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불행하게도 10명 중 8명은 ‘중산층이 아니다’라고 답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이다. 소비의 주체이자, 생산과 납세의 주체로 국가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중산층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

중산층의 비율은 갈수록 줄고 있으며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여기는 이들의 수 또한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통계개발원에 따르면 1990년대만 해도 중산층은 75.4%에 달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맞은 직후인 1998년 69.6%로 줄어들었고 2014년 기준 65.4%까지 하락했다. 중산층이 줄어들면서 빈곤층은 두 배 가량 늘었다. 빈곤층은 1992년 전체 인구의 6.5%에 불과했지만 10년 뒤인 2012년 기준 12.1%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중산층은 무엇으로 구분될까. 현재 우리나라 통계청이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중산층 기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동일한 지표인 균등화 중위소득의 50~150%에 해당하는 가구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가구의 균등화 중위소득은 187.8만원(월 기준)이다. 즉 4인가구가 중산층에 들기 위해서는 187.8만원(50%)~563.4만원(150%) 사이의 월 소득을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매년 생계지원 대상자의 선정기준으로 삼는 최저생계비는 166.8만원(4인가구 기준)으로 중산층 하위층의 구분과 큰 차이가 없다. 결국 차상위계층(최저생계비의 100~120%에 해당하는 계층, 잠재적 빈곤계층)조차 중산층에 편입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곧 정부의 중산층 구분 지표와 현실의 괴리감을 키우는 원인이 된다. 실제로 최근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조사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중산층은 자신이 저소득층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79.1%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산층이 현실적으로 느끼는 주관적 빈곤감이 상당히 크다는 의미다.

이같은 지표 이외에도 중산층이 느끼는 주관적 빈곤감을 키우는 요소들은 너무나 많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물질적인 영역으로 중산층을 판단하는 국내 정서 상 이상적인 중산층의 모습은 월 소득 515만원을 벌고 3.7억원 상당의 집을 포함한 6.6억원의 순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중산층은 평균적으로 월 소득 374만원을 벌고, 2억원 상당의 집을 포함한 2.3억원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산층 중위층 이상의 부류들도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느끼지 못한다.

더욱 큰 문제는 이들 중산층이 노후에는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100세시대연구소의 설문결과에서는 우리나라 중산층 10명 중 4명은 은퇴 후 중산층으로 살 수 없다. 현재의 팍팍한 경제 여건으로 중산층의 절반이 노후준비를 하지 않고 있으며 3명 중 1명은 아예 노후자산이 없다. 현재 65세 노인 빈곤율이 49.6%에 달하며 빈곤율이 계속 상승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 현재 중산층 중 상당수가 노후에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경제의 버팀목이 되어줄 중산층의 위기 신호는 결국 경제의 악순환을 의미한다. 빈곤층과 부유층만이 남은 계층간 양극화는 심화되며 상대적 박탈감과 괴리감은 누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윤학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현재 대한민국 중산층 10명 중 7명이 부채를 안고 있으며, 맞벌이는 절반 수준, 남성의 근무시간은 하루 평균 9.3시간으로 세계 최고수준인 멕시코를 넘어서고 있다”면서 “이러한 현실이 중산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히 현재 중산층의 노후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며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효주 기자 hj030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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