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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日가격·中기술 공세에 '샌드백 신세' 한국수출산업

입력 2015-12-2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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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내수 경기가 좀처럼 활기를 되찾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수출마저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이 가지지 못한 기술력과 일본에겐 없던 가격 경쟁력을 장점으로 삼았던 우리 수출기업들이 샌드백 신세가 됐다. 중국은 인수합병을 통해 기술을 통째로 흡수하고 있는데다가 자체적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질적 성장까지 꾀하고 있다. 일본은 양적완화를 통해 엔저를 무기로 가격경쟁력을 갖췄다.

특히 한국 철강업은 중국산 저품질 철강재 공세와 가격을 낮춘 일본 철강재의 펀치를 맞는 샌드백 신세가 됐다. 국제 철강시장에서의 입지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국내시장에서의 변화도 심상치 않다. 중국산 철강제품 잠식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 우리나라 전체 철강수입 가운데 중국산 철강제품은 2013년 51.2%에서 2014년 58.9%로, 2015년 3분기 66.0% 비중을 차지하며 상승 추세에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유가 하락으로 조선업 수요가 줄어들면서 연쇄적으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국내철강업계는 안방시장마저 중국 업체들의 위협을 받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국의 주력업종이라 할 수 있는 전기·전자업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 ‘대한민국 주력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비교’에 따르면 한국의 전기·전자업은 중국이나 일본보다 매출증가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기준 한국의 매출증가율은 4.10%였지만 중국과 일본은 각각 9.84%, 6.68%였다.

완성차 매출증가율도 중일에 뒤진다. 중국이 작년 2013년 대비 14.09% 매출증가율을 보였고 일본도 7.15% 증가율을 보이는 사이 한국(-0.36%)만 유일하게 후퇴했다.

난국을 헤쳐 나갈 대안은 있을까. 역으로 중국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LG경제연구원 조사결과 2005년 연구·개발 지출이 가장 많은 세계 1000개 기업 중 중국 기업은 8곳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114곳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8곳에서 114곳까지 늘어나는 사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누른 샤오미가 탄생했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3위 자리에 오른 화웨이가 급부상했다. 화웨이는 연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철강업계의 고(高)기능성 강판처럼 불황에도 제값 받고 팔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 개발이 타개책이 될 수 있다. 경쟁 우위에 있는 상품 생산에 주력해야 주력 업종에서의 중국과 일본의 가격 공세에 맞설 수 있다는 지적이다. 7조원대에 이르는 신약 대박을 터뜨린 한미약품과 ‘설화수’로 화장품 한류를 일으키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연구·개발에 투자해 결실을 맺은 좋은 사례다. 업황부진을 이유로 경쟁의 원천을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정호 기자 map@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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