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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2015년은 '상실의 시대'… 소통 없는 세상 고통만 있었다

입력 2015-12-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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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은 '불통의 정치'가 경제를 울린 한 해였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연합)

 

공기나 건강처럼 잃은 다음에야 그 절대적인 중요성을, 대체불가함을 깨닫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소통’이다. 사전적 의미로,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또는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다.

2015년, 소통이 자취를 감추면서 한국 경제와 정치의 혈맥도 막혀 버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틈날 때마다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외쳤다. 야당은 줄기차게 “불통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소리는 상대의 귀에 가 닿지 못했다. 불신으로 굳게 닫힌 마음을 열 소리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어쩌면 소통의 부재, 불통의 만연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주변을 슬쩍 둘러보기만 해도 소통을 가로막고 불통을 강요하는 ‘절벽’을 목도한다.

청년실업률 8.1%(고용절벽), 갈수록 팍팍해지는 살림(소비절벽), 세계에서 네번째로 아이를 적게 낳는 나라(인구절벽), 날개가 꺾인 수출(수출절벽), 독불장군의 세상(정치절벽)……. 숱한 절벽들이 우리의 걸음을, 마음을 가두고 있다.

소통의 자리를 대립과 충돌이 차지했다. 일자리를 놓고 청년과 중장년이 으르렁대는 시대가 됐다. 아이를 낳아 제대로 기를 수 없으니 아이를 낳지 않거나 아예 고독을 선택해 버리는 시대다. 탈출구 상실을 욕설 배설로 채우는 시대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말마따나 우리 사회에서 ‘사다리’가 사라진 지 오래다. 네가 내가 되고, 내가 네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사라졌다. 그러자 ‘숟가락론’이 확산됐다. 금·은·동 수저 밑에 흙 수저가, 맨 위를 다이아몬드 수저가 차지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올해 우리는 우리 사회의 여러 기둥을 잃어버렸다.

1970년대 이후 단 한번도 우리를 실망시킨 적이 없는 믿음직한 수출이 휘청거리고 있다. 고 (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으로 상징되는 기업가 정신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한국 경제의 허리인 중산층이 한없이 얇아졌다. 일자리 없는 청년들이 거리를 방황하고, 50~60대가 발 뻗고 잘 수 없는 시대다.

그러니 2015년은 상실의 시대였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는 우리의 가슴에 결코 지울 수 없는 상실로 남아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상실이 너무 크고 많다 해서 체념에 빠질 순 없다.

상실의 원인과 해소방안을 찾아 나설 때다. 사다리를 다시 놓는 일은,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우리의 현 상황을 두려움 없이 바라볼 때 가능할 것이다.

이승제 금융증권부장 openey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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