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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나만 빼고...' 카·페·인 우울증

[신조어사전] "나만 빼고 행복하네" 내 삶 불행하게 만드는 SNS 중독

입력 2015-07-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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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허미선 기자 = 커피에 많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진 카페인이 아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인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앞 글자를 딴 카·페·인으로 인한 우울증이다. 

 

습관처럼 SNS를 드나들며 보게 되는 타인의 일상. 그 일상들이 부럽고 스스로만 불행하다고 느껴지는 이들이 늘면서 생겨난 신조어다.

 

 

◇"나만 빼고" 다 행복해!!

 

멋진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와인을 곁들인 지인들과의 수다, 유치원에 첫 등교하는 아이를 위해 손수 바느질을 해 이름표를 만들어 주고 함께 텃밭을 가꾸는 아빠, 아내를 위해 만든 볶음국수, 먼 타국 땅에서의 럭셔리한 일상, 성공한 사업가….

“SNS를 들여다보고 있자면 나만 이게 뭔가 싶고 끊어볼까도 했지만 또 그게 쉽진 않고….”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의 금융기업에 근무하는 조모(45)씨는 최근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SNS에 올라오는 글과 사진들에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아직 싱글인 그는 일과 10년 전부터 암투병 중인 어머니를 돌보느라 지인들을 만날 틈은커녕 식사도 제때 못챙겨 ‘혼밥’(혼자 법먹기)이 일쑤다. 연애며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취미생활 등은 이미 포기한 지 오래다. 간혹 할머니를 보겠다고 방문한 조카들이 위안이 되지만 이들 역시 그때뿐이다.

하지만 아침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눈을 떼지 못하는 SNS 속 일상들은 화목하고 사랑이 넘친다. 처음엔 SNS 속의 행복한 순간들을 함께하며 대리만족 혹은 동경심을 느끼곤 했다. 

 

“나도 결혼하면 내 아내와 아이들에게 저런 아빠가 돼야지”라고 다짐하며 희망을 가졌지만 그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 그렇게 다짐하고 희망을 가지는 스스로가 비참하게 느껴졌다. 어느 순간부터 “나만 빼고”라는 수식어가 습관처럼 따라붙어 현실과 SNS의 괴리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대학교 연구팀이 페이스북 사용자 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페이스북을 오래 사용할수록 우울감을 쉽게 느끼고 자존감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조씨의 증상을 뒷받침한다. 더불어 외로움, 질투 등의 감정도 깊어진다. 

 

모두가 경쟁하듯 행복한데 자신만 불행하게 느껴지는 카페인 우울증은 커피나 카페인에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거나 에너지를 받는 듯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피곤해지고 보다 많은 카페인을 찾게 되는 ‘카페인 중독’과 닮았다.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다. 전문가들은 카페인 우울증이 심해지면 있지도 않은 일을 만들어 SNS로 공유하는 등의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고 조언한다. 

 

치부를 드러내기 보다는 긍정적인 면만을 드러내고 싶은 것이 사람의 기본심리다. 행복한 타인의 모습 뒤에는 분명 아픔도, 상처도 있다. 보이지 않는다고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글=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인포그래픽=이소연 기자 moomoo182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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