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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메르스 청정지역으로 떠나자! '메르스 피난민'

[신조어사전] (19) 메르스 피난민

입력 2015-06-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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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허미선 기자 = 정부가 ‘비공개’를 고집하는 사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병원 내 감염을 통해 유래 없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코르스’(한국판 메르스)라는 신조어가 생겨나더니 ‘메르스 피난민’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말 그대로 메르스 격리자 및 확진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으로 피난을 떠나는 이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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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피난민'은 메르스 격리자 및 확진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으로 떠나는 이들을 일컫는 신조어다.(연합)

 

“이산가족이 따로 없어요.”


경기도 고양시 소재의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는 황씨(41)는 최근 8세 아들을 3일 동안 인천 시어머니 댁에 맡겨야 했다. 

 

황씨가 담임으로 있는 반 아이의 엄마가 정부 ‘비공개’로 메르스 확진 환자가 있는 줄 모르던 시기에 삼성서울병원에 다녀온 사실을 뒤늦게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세 자녀도 함께였다. 아이들은 서로 다른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다. 이에 아이들의 엄마는 그 사실을 알자마자 세 자녀를 데리고 보건소를 찾았고 37도가 넘는 열이 있음을 통보 받았다. 1차, 2차 검사 결과 음성 반응이 나오긴 했지만 그들은 스스로 자가격리 중이다.

반 아이 가족이 결과를 기다리는 2박 3일 동안 ‘혹시 몰라’ 아들을 피난시켰던 황씨는 “마음 같아서는 메르스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피난시키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 마음은 그녀 뿐 아니다. 무주 산골 시댁, 논산 친정 등 ‘현장학습’을 신청하고 아직은 청정지역인 곳으로 떠나는 피난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메르스 피난민은 비공개, 모르쇠, 늑장대응, 컨트롤 타워 부재, 우왕좌왕 등으로 일관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만들어낸 신조어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시작된 메르스 잠복기가 끝나는 12일, 1차 고비를 넘기면 진정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정부 발표가 무색하게 격리자 수는 물론 확진 환자 수, 치사율 모두 증가세로 돌아섰다. 

 

격리자 수는 4000명을 넘어섰고 확진 환자 역시 138명(14일 0시 현재)으로 늘었으며 치사율은 결국 두 자릿수를 기록 중이다.

4차 감염은 없을 것이라는 보건당국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133번(70·남) 환자가 지역사회 감염으로 밝혀지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는 곤두박질 중이다.

더불어 삼성서울병원 환자이송 직원인 137번(55·남)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9일 동안 근무하며 많은 이들을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또다시 메스르 확산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곧 내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웰컴 투 동막골’을 외치는 청정지역으로 피신하는 이들을 일컫는 신조어가 ‘메르스 피난민’이다. 이는 ‘골든타임’(사고가 발생했을 때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시간)을 놓치고도 여전히 갈피를 못 잡는 정부에 대한 불신의 또 다른 표현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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