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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사전 ⑱] 메르스 사태 '아몰랑' 정부 '나몰랑' 할 수 없는 국민들!

입력 2015-06-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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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허미선 기자 = '아몰랑'은 '아, 나도 모르겠어'의 줄임말로 사랑스러운 여성의 애교 버전처럼 들리지만 주로 여성의 무지나 비논리, 무책임을 비하하는 데 쓰인다. 

 

쌍코(쌍화차코코아), 여시(여성시대), 소드(소울드레서) 등 여초사이트(여성들이 대부분인 커뮤니티)에서 주로 쓰이던 말이다. 

 

정확한 사실관계와 근거도 없이 특정 사안이나 사람을 비판하거나 동조하다가 지식의 바닥이 드러날 때 혹은 논리적 주장이 불가능해져 곤란해지거나 말문이 막힐 때 사용된다. 

 

예를 들어 양다리 연애를 하던 여성 회원이 이래저래 반박을 하다 궁지에 몰리자 "아몰랑! 둘 다 내가 좋다는데 어떻게 해?"라고 말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온나라를 뒤흔드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부에 수식어처럼 붙은 말이기도 하다.

 

 

◇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키는 평행이론


1년여 만이다. 나라에 재난상황이 발생했지만 정부의 말 바꾸기는 너무 잦다.“접촉이 없으면 감염이 되지 않으며 3차 감염 위험은 없다”더니 접촉 없이도 감염된 사례와 3차 감염자가 생겨난다. 

 

치사율이 매우 낮다고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확진 환자 중 한명이 사망한다. 정부 관련 부처의 입장은 발표되자마자 번복해야 할 상황이 발생한다. 


컨트롤 타워 부재에 대한 비판이 드높고 재난 국면을 진두지휘할 정부 책임자 역시 누구인지 혼란스러운 상태다. 

 

총리 후보의 자질 논란으로 연일 시끄럽고 공포에 떨고 있는 국민들을 두고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강행한다. 정부는 무엇하나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으면서 책임을 떠넘길 상대 물색에 열을 올린다. 

 

이에 유언비어와 괴담이 창궐하고 국민들은 정부를 믿지 못해 극도로 불안한 상태다. 낯설지 않은 현재의 메르스 정국은 지난해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 당시의 국면을 꼭 닮아 있다. 이 정도면 평행이론이다. 


메르스 감염이 의심되는 이의 수도, 확진자 수도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확진 환자 발생 병원이나 전담 병원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배려하면서도 국민들이 느낄 공포나 안위에는 “아몰랑”으로 일관한다. 

 

이런 가운데 감염 의심환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단체 골프 여행을 떠나거나 해외로 빠져나가 ‘민폐국’으로 낙인찍히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예방법이라며 “낙타와의 접촉을 피하고 멸균되지 않은 낙타유나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를 먹지 말라”고 권고해 조롱거리가 됐다. 첫 환자 발생 후 보름 남짓이 지난 6월 6일에서야 국가안전처에서 긴급재난문자가 서너통 날아든다.

서울에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하자 서울시장이 한밤의 기자회견을 강행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자 “과잉대응으로 불안감을 조성한다”, “정부 해당 부처가 엄연히 있는데 의논도 하지 않았다”며 책임 떠넘기기와 편 가르기로 바쁘다. 이에 국민들은 더욱 불안해지고 절망 속으로 빠져 든다.

하지만 아무리 정부가 메르스 사태를 ‘아몰랑’으로 일관해도 국민들은 ‘아몰랑’으로 맞받아칠 수가 없다. 스스로는 물론 사랑하는 가족의 목숨이 걸린 상황을 ‘나몰라’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정부와 대통령에게 국민은 사랑하는 가족이어야 마땅한 일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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