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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사전] 취업난에 미래도 꿈도 잃어버린 무기력한 '달관세대'

[신조어사전] (16)달관세대

입력 2015-05-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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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끝은 절망도 포기도 아닌 달관이다. ‘달관세대’는 취업난에 시달리며 포기하다 못해 달관하게 된 이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그 기원은 일본의 ‘사토리 세대(さとり世代)’. 취업은 물론 돈이나 명예, 출세에 대한 욕심도 없이 현실에 만족하며 무기력한 상태로 살아가는 청년들을 일컫는다. 

 

‘사토리’는 일본어로 깨달음, 득도라는 뜻으로 ‘사토리 세대’를 한국어로 옮긴 말이 ‘달관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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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심화되기만 하는 취업난은 수많은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 여기에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5포 세대’, 점점 ‘포기’하는 것이 많아지는 시대를 사는 청년들에 따라붙는 수식어는 끊임없이 숫자를 늘려가고 있다. 

 

탁월한 외국어 실력, 다수의 자격증 등 뛰어난 스펙에도 불안한 고용형태로 근무하며 낮은 임금을 감내해야한다고 해서 ‘이케아(IKEA) 세대’라는 말도 생겨났다.

 

상황이 이러니 취업을 위해 필요한 스펙이 점점 늘어나면서 생긴 신조어들도 진화하고 있다.


학벌·학점·토익·어학연수·자격증으로 구성된 취업 5종 세트에 공모전 입상·인턴 경력을 더한 취업 7종 세트, 더 나아가 사회봉사·성형수술을 더한 취업 9종 세트까지 진화했다. 

 

이처럼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대학졸업을 미루는 ‘화석선배’, 경제적으로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하는 ‘빨대족’ 등 음울하기만 한 젊은 세대를 일컫는 신조어는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일본 역시 다르지 않다. ‘사토리 세대’ 이전에 ‘유토리 세대(ゆとり세대)’가 있었다. 일본 정부가 2002년부터 실시한 창의성 및 자율성 강화에 중점을 둔 유토리 교육으로 치열한 경쟁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이처럼 진화하는 신조어들 끝에 ‘달관세대’가 있다. 고난 끝에 달관. 하지만 말이 좋아 달관이다. 

 

취업난에 미래도, 꿈도, 활력도, 인간관계도 잃어버린 채 지내는 무기력한 상태를 ‘달관’이라 일컫는 것은 일종의 부조리이며 언어의 아이러니다. 

 

‘달관세대’는 놀랍도록 훌륭한 능력을 지닌 청년들이 양산되지만 그 능력을 발휘할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서글픈 사회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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