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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사전] 뭐 먹을까? 어디 갈까? 우유부단 결정장애 '햄릿증후군'

[신조어사전] ⑬햄릿증후군

입력 2015-04-2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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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의 동명 주인공은 우유부단한 인물의 전형으로 해석되고 있다. 

 

'햄릿증후군'은 정보의 홍수,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 등으로 스스로 결정을 하지 못하는 현상을 이르는 신조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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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왕자 햄릿의 복수와 인간적 고뇌를 담은 비극의 이 대사에서 유래한 말로 ‘결정장애’, ‘결정고자’ 등과 같은 의미다. 

 

“뭐 먹을까?”, “어디를 갈까?”, “어떤 영화를 볼까?”….

메뉴부터 진로, 수억원을 움직이는 업무까지 그 무게는 다르지만 삶은 결정과 선택의 연속이다. 

 

네트워크의 발달은 너무 많은 정보를 공유하게 했고 1초 사이에도 셀 수 없는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다. 똑같은 물건인데 온라인 스토어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누구는 찬사를 하는데 또 누군가는 혹평이다. 


주관적인 취향을 타는 맛집은 더욱 심각하다. 똑같은 식당의 같은 메뉴를 두고 맛있다·없다부터 싸다·비싸다, 친절하다·그렇지 않다까지 극명하게도 엇갈린다. 

 

결국 정보는 개인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햄릿증후군은 경험의 결과만을 공유하면서 발생한 역효과다. 물론 맛있다와 없다, 싸다와 비싸다, 이익과 손해 등 결과는 결정을 하는 데 주요한 원인이다.

 

하지만 개인과 조직이 처한 상황, 취향과 목표점, 동반한 이들의 상태는 고려 혹은 공유하지 않은 채 결과와 평가만을 중요시하면서 생긴 현상이기도 하다.

 

맛없다고 하면 어쩌나, 실패의 모든 책임을 혼자 져야 하면 어쩌나 고민도, 걱정도 많아진다. 어느 하나 포기하거나 버릴 수 없어 끌어안기만 하다 보니 결정은 지상최대의 난제가 돼버리고 만다.

결국 정체성과 위상정립의 문제다. 어느 하나를 취하면 다른 하나는 버려야 하는 이치를 망각한데다 자신의 심리상태와 취향, 현실, 목표와 업무에서의 자기역할 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결정도 내릴 수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복수를 목표로 하던 햄릿은 ‘복수’라는 목표에 확신을 잃어버리면서 결정이 어려워져 오늘날까지 우유부단의 전형으로 낙인 찍혔다.

선택과 집중, 버리고 취해야 할 것을 추리는 행위 역시 결정의 과정이다. 그리고 그 결정의 결과와 책임은 오롯이 스스로의 몫이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선택과 결정의 무한반복, 아는 게 힘이라지만 다정도 병이 되는 시대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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