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사전] 난해하지만 개성 있는 멋…'쿨하다' 업그레이드 '힙하다'

세련되고 현대적이라는 영어식 은어로 엉덩이라는 의미의 힙(Hip)에 ‘하다’를 붙여 ‘쿨하다’보다 더 쿨한 사람 혹은 상황을 일컫는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흔하게 회자되는 신조어로 ‘힙한’ 사람, ‘힙한’ 카페, ‘힙한’ 패션 등 어디에나 다양하게 붙여 쓰면서 점차 확산되고 있지만 그 의미는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

이스트 런던의 클럽보다 ‘힙하다’는 쇼디치 하우스(Shoreditch House), 이질적인 소재의 옷을 맞춰 입어 ‘힙한’ 느낌을 연출한다 등 곳곳에서 ‘힙하다’는 표현이 눈에 띈다. 그 뜻은 모호할 정도로 다방면에 쓰인다.

뜻은 모호하지만 ‘힙하다’는 표현을 끌어내는 것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대중적이진 않지만 자신만의 영역이 확실하고 독립적인 생각과 멋을 가지고 있으며 꾸밈이 없다.

때로는 난해하고 낯설지만 개성 있게 멋을 내거나 유행을 앞서가는 것들 모두를 수식하는 말로 영어 ‘힙스터(Hipster)’의 변형된 한국식 표현 정도로 추정된다. 힙스터는 아편을 뜻하는 속어 ‘Hop’에서 변형된 ‘Hip’에서 유래한 말이다. 1940년대에는 재즈광을 지칭하는 슬랭이었지만 현대에는 독특한 문화 코드를 공유하는 젊은이들을 이르는 말로 진화했다.

유행에 민감한 트렌드세터나 시즌마다 옷장과 화장대를 재정비하는 패셔니스타도, 최근 ‘핫한’ 걸그룹, 곷미남도 ‘힙하다’는 말을 듣기란 쉽지 않다. 느리게 사람들과 공유하고 나누며 사는 킨포크(Kinfolk)도, 언어의 재조합으로 희한하고 난해한 개성을 자랑하던 걸그룹 f(x)도 더 이상은 힙하지 않다.

어느 곳에나 쓰이는 듯하면서도 그 조건을 만족시키기 쉽지 않은 ‘힙하다’야 말로 ‘힙’하면서도 ‘힙하지 못한’ 신조어지 싶다. 어쨌거나 ‘핫하다’ 못해 쿨해지고 ‘쿨하다’ 못해 힙해지니 ‘힙하다’는 현재까지 나온 신조어 중 가장 멋지고 유니크한 것을 일컫는 표현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