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Encore Career(일)

[비바 100] 전기차 캐즘 극복…무엇을 놓치고 있나

[테크리포트] 전기차 보급 확대 가장 중요한 건 '충전인프라'

입력 2024-10-07 06:30 | 신문게재 2024-10-07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2024082901001757800079631
올해 8월 인천 서구 한 공업사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벤츠 등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

 

이른바 ‘벤츠 청라 화재’ 이후 ‘전기차 포비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기차 시장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는 물론 관련업계까지 포비아 저지를 위해 팔을 걷어 붙이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그렇다면 혹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극복을 위해선 단연 충전인프라 확충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혔다. 이 이외도 전기차 가격이나 구매보조금보다는 지역 소득 수준, 인구구조 등이 전기차 판매량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분석실 임현진 선임연구원은 최근 ‘전기차 캐즘 극복을 위한 과제’라는 주목할 만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전국의 전기차 등록대수와 충전기, 전기차 가격 등을 비교 분석해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무엇인지 도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승용전기차의 보급은 전반적으로 확대 추이를 보였으나 시도 단위의 각 지역은 전체 시장과는 다른 차별적인 양상이 눈에 띄었다. 전기차 구매보조금 축소 기조에도 불구 국내 승용전기차 신규 보급대수 및 보급비율은 모두 증가 추세를 보였다.

승용전기차 신규 보급대수는 2018년 이후 꾸준히 늘다 코로나19 펜데믹 기간이었던 2022년 12만4000여대가 판매돼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듬해인 2023년에는 역성장으로 돌아서며 보급비율도 7.8%를 떨어졌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되는 것은 전반적인 전기차 판매량은 늘었지만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는 점이다. 

 

07_국내승용전기차_323

 

역성장을 기록했던 지난해의 경우 전북·전남 등은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던 반면 그간 계속해서 보급 대수가 증가해왔던 대전은 신규 보급율이 크게 감소했다. 전국 기준을 웃돌았던 광주와 울산도 하락세를 보였다.

충전인프라가 지역별 차이를 키웠다. 전년말 전기차 등록대수에서 전년말 지역 내 충전기 수를 나눈 것이 충전인프라 지표인데 이 지표가 1% 증가하면 승용전기차 보급은 1.8% 증가했다. 특히 지역내 1인당 총소득 및 경제활동인구가 1% 증가하면 승용전기차 보급은 각각 4%, 3% 증가했다. 이는 전기차는 구매보조금을 받아도 여전히 내연차보다 판매가격이 높아 소득 수준에 따라 차이가 컸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일례로 2018년 판매된 현대자동차의 코나 전기차는 세제혜택을 받아도 판매 가격이 4750만원으로 가솔린 모델(2160만원) 대비 약 120%가 비쌌다.

보고서는 “사치재의 특성상 소득수준 및 경제활동인구 증가는 전기차 신규 구매 확률을 더 큰 폭으로 증가시킨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향후 전기차 가격이 내연차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지면 전기차의 사치재 특성이 완화되고 전기차 구매의사에 대한 소득 및 경제력의 영향 또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기차 도입에는 관련 인프라, 소득수준 등의 특성도 중요하지만, 지역내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이웃효과’의 영향도 존재한다. 이웃효과는 이웃이 소비 등 개인 의사결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가정하는 경제 및 사회 과학 개념이다.

실제 한국교통연구원과 한국환경공단이 우리나라 전기차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약 97%가 향후 차량 추가 구입 또는 교체시 전기차 재구매 의사를 밝혔다. 전체의 73%는 전기차를 주변인들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당시 조사에서 전반적인 전기차 이용에 대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는 점도 주목된다. 전기차에 만족하는 전기차 구매자가 지리적으로 인접한 지역에 많이 분포할수록 신제품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지고, 이에 따라 전기차 신규 구매의사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나 보조금은 전기차 판매 확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보고서는 “국내 전기차 시장은 초기 성장 단계에 해당된다”면서 “가격적인 측면보다는 기술의 혁신성, 성능·디자인 등을 중시하는 소비자(얼리어답터 등)의 비중이 높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파악했다.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충전인프라의 확충이 효과적이며, 이외에도 전기차 및 충전 인프라 관련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셈이다.

충전인프라는 현재 전기차 등록대수 대비 충전인프라가 적은 편은 아니지만, 국내 거주환경 특성 및 향후 전기차 수요 증가 전망 등을 고려해 공공 충전인프라 확대가 필요하다.

2024082501001451100065681
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 (현대차 제공)

 

지난해 기준 국내 충전기-누적 전기차 등록대수 비율은 0.64로 중국(0.16), 유럽연합(0.09), 미국(0.05) 대비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거주 비율이 높아 공공 충전인프라 중요성이 더욱 크게 작용할 가능성 있다.

운행 및 충전에 대한 기존 전기차 이용자의 긍정적인 경험을 확대하고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신뢰성·수용성을 제고하면 전기차 신규 보급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

아울러 정부의 공공 충전기 보급 전략을 중심으로 한 충전인프라의 양적 확대와 더불어 충전기 신뢰성 및 충전 서비스의 개선·혁신이 수반된다면, 기존 전기차 이용자의 만족도가 증가하고 나아가 전기차 신규 구매 유인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의회 등의 조사에 따르면 전기차 사용자들은 전기차 충전인프라 부족 외에도 충전소 위치정보 불충분, 긴 충전시간, 충전기 고장, 비용 결제 방식 등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기차 판매 확대를 위해서는 기술 향상도 중요하다. 낮은 외부기온 및 난방·공조 시스템 가동에 따른 배터리 성능·주행거리 감소 등은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수용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및 통합열관리 등 전기차 기술 관련 연구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당부한다. 

2024081301000791400035281
충전 중인 전기차. (게티이미지)

 

전기차 사용자는 전기차 주행 성능 및 사양, 디자인 등에 만족도가 높은 것과 달리 배터리 성능·주행가능거리 및 충전 편리성 등과 관련해서는 상대적으로 불만족하는 경향이 짙다.

정비나 수리에 있어서도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실제 정비 비용 부담 및 정비업체 부족 등에 대한 소비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전기차 보급확대 속도에 맞춰 전기차 정비·수리 관련 교육 및 전문장비 확보 등에 대한 정부·기업의 지속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3년 6월 기준 전기차 정비가 가능한 정비소 대비 전기차 수는 306.5대(전체 정비소 대비 내연차 수는 527.4대)로 차량 대비 정비업체의 수가 적은 편은 아니지만, 전기차 전문 정비업체가 1517개소(전체 4만5000개소)에 불과해 낮은 지리적 접근성 및 전기차 이용자의 불만족을 야기하고 있다.

이른바 ‘벤츠 청라 화재’가 보여줬듯 안전성 측면도 중요하다. 전기차 및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경험 또한 전기차 확산에 주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량 및 충전시설에 대한 안전성 인증 및 검사에 대한 확대·강화가 필요한 지점이다. 

2024082901001757800079632
정비사가 현대차 아이오닉 5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아직까지 크게 작용하지는 않지만 초기시장과 달리 전기차 시장 캐즘을 극복하고 대중 소비자의 신규구매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가격도 중요하다.

국내에 비해 높은 전기차 신규 보급 비율을 나타내고 있는 중국 및 유럽 국가들은 전기차 가격 프리미엄이 더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신규 보급 비율(9.3%) 대비 높은 보급률을 보인 중국(25%), 독일(18%), 프랑스(17%), 영국(17%) 등은 전기차의 상대가격이 우리나라보다 더 저렴한 것으로 분석됐다.

코나 전기차의 경우 국내에선 가솔린 모델에 비해 약 78% 높은 가격에 판매된 반면 2022년 중국에서 판매된 전기차의 가격은 보조금을 제외하고도 내연차 대비 14% 낮았으며, 독일, 프랑스, 영국도 각각 전기차 가격이 내연차 대비 14%, 39%, 44% 높게 나타났다.

국내 시장도 초기 단계를 넘어 전기차의 대중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충전인프라 확대 및 소비자 신뢰성·수용성 제고뿐 아니라 전기차와 내연차간 가격차이를 줄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초기 소비자는 제품의 혁신성, 성능·디자인 등이 구매 동기로 작용하지만 대중소비자는 가격적인 측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전기차 시장이 점차 성숙됨에 따라 초기 구매 수요가 완결되고, 향후 대중소비자의 수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가격의 중요성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천원기 기자 1000@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