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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10대에게 스마트폰의 자유를 불허하라!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조너선 하이트 '불안 세대'

입력 2024-09-21 07:00 | 신문게재 2024-09-2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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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용수 기자 kys404@viva100.com)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 폰과 SNS 등 디지털 기기에 일상을 점령당했다. 이 책은 디지털 세계가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병들게 하고, 어른들은 상황이 이렇게 되도록 어떻게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지를 고발한다. 저자는 “부모들이 현실 세계에서는 자녀를 과잉보호하는 반면 가상세계에서는 과소 보호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일정 연령대까지는 스마트 폰이나 소셜 미디어 사용을 금지하고, 감독받지 않는 놀이와 독립적 행동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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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세대|조너선 하이트|웅진지식하우스

 

◇ ‘놀이 기반’에서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로

저자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많은 나라에서 Z세대 10대의 정신질환이 늘고 청소년 불안과 우울증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2007년에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 스마트폰 시대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2012년 또는 2013년 즈음부터 대다수 가정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10대들의 정신건강이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시기에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가 탄생하면서 반대로 ‘놀이 기반 아동기’가 완전히 종말을 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부터 2015년을 ‘아동기 대재편의 시기’라고 정의했다. 불과 5년 사이에 청소년의 사회적 패턴과 롤 모델, 감정과 신체활동, 심지어 수면 패턴까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마당에서 뛰어 노는 것보다 더 새롭고 흥미진진한 가상 활동이 폭증한 결과였다.

주변 사람들과 온전히 함께 하는 능력을 잃어버리면서 이 시기에는 불안과 우울증, 자해가 급증했다. 여자아이들, 특히 사춘기 직전의 여자아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저자는 “1990년대 후반에 태어난 아이들은 가상 세계에서 사춘기를 보낸 역사상 최초의 세대”라며 “2020년대 초에 그들에게 스마트폰을 준 것은, 아이들을 역사상 최대 규모의 통제 불능 상태 실험으로 몰아 넣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 불안 세대가 된 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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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저자는 “Z 세대는 포털을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면서 사춘기를 보내는 역사상 최초의 세대”라고 말했다. Z세대는 급진적인 새로운 성장 방식, 즉 인류가 진화한 소규모 공동체의 현실 세계 상호 작용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에서 성장하는 방식을 시험하는 대상이 되었다. 이것을 저자는 ‘아동기 대재편’이라고 불렀다. 기술변화에만 원인이 있는 게 아니라, 과잉보호와 자율성 제약이 주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저자는 밀레니얼 세대(1981~1995년생) 다음 세대인 1996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 이른바 Z세대를 ‘불안 세대’라고 정의했다. Z세대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2009년 경에 사춘기가 시작되었는데, 그 무렵은 여러 가지 기술 트렌드가 수렴되던 시기였다. 2000년대에는 고속 데이터 통신망이 급속하게 확산되었고 2007년에는 아이폰이 출시되었으며, 소셜 미디어가 매우 빠르게 퍼져나가는 새 시대가 열렸다.

그 가운데서도 2009년 ‘좋아요’와 ‘리트윗(혹은 공유)’ 버튼과 함께 시작된 디지털 시대가 온라인 세계의 사회적 역학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불안세대’가 된 주요 원인으로 ‘현실세계의 과잉보호, 가상세계의 과소보호’로 제시했다. 이를 극복하려면 네 가지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는 스마트폰을 금지한다. 둘째, 16세가 되기 전에는 소셜 미디어도 금지한다. 셋째, 학교에서 휴대폰 사용을 금지한다. 마지막으로, 감독하지 않는 놀이와 독립적 행동을 더 많이 보장하라. 저자는 이 네 가지 개혁을 모두 동시에 추진한다면, 2년 안에 청소년의 정신 건강이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 ‘아동기 대재편’과 Z세대의 황폐화

저자는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으로 옮겨가면서 나타난 대표적인 결과로 사회적 박탈, 수면 박탈, 주의 분산, 그리고 중독을 들었다. 우선, 친구와의 대면활동 시간이 급감했다. 2012년에 하루 122분이던 것이 2019년에는 67분으로 줄었다. 아동기 대재편은 Z세대를 세상의 모든 사람과 연결하면서 대신 주변 사람들과의 연결을 차단함으로써 그들의 사회생활을 황폐하게 만들었다.

스마트폰 기반의 아동기에 전 세계 청소년들의 수면의 양과 질은 모두 떨어졌다. 10대는 하루 최소 8~9시간을 자야 한다. 그런데 밤 늦게까지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 수면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화면으로 인한 수면 감소가 2010년대 초반에 많은 나라를 휩쓴 청소년 정신질환 해일의 주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밤에 겨우 7시간 밖에 자지 않는 평균적인 10대는 깨어 있는 동안 한 시간에 약 11개의 알람 신호를 받는다고 한다. 3분당 1개 꼴이다. 집중력 성숙 과정이 방해받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저자는 대다수 10대가 소셜 미디어에 중독되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의 욕망은 해킹되고 행동은 조정될 수 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 소셜 미디어 피해의 남녀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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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여자 아이들이 소셜 미디어에 더 큰 피해를 받는 이유를 저자는 네 가지를 들었다. 시각적 비교에 더 민감하고, 다른 여자아이의 관계와 평판을 해치려는 시도로 공격성이 표출되는 경우가 많고, 남자들에 비해 감정을 더 쉽게 나누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남성이 접근하거나 나쁜 행동을 하기가 훨씬 쉬워졌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저자는 “소셜 미디어는 여자아이가 더 많이 걸려드는 덫”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에 전 세계적으로 우울증과 불안, 자해, 자살 비율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일본의 히키코모리 같은 은둔형 청년들의 비중도 덩달아 증가했다. 여자아이들과 달리 남자아이들은 좀 더 긴 시간에 걸쳐 피해 원인이 분산 전개되었다. 이들의 고통을 초래한 주요 원인으로 한 가지 특정 기술을 꼬집어 지적하기 어려웠다.

저자는 남자아이들이 특히 2000년대 후반에 온라인 멀티플레이어 비디오 게임, 그리고 2010년대 초반에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대규모 심리적 붕괴 징후가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특히 남자아이들을 집어삼키는 가상 세계로 포르노와 비디오 게임을 지목했다. 저자는 어린이들이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 계정을 갖는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더 건강한 아동기를 위한 정부·테크 기업·학교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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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저자는 자신의 제품을 사용해 줄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어린 사용자들을 필요로 하는 테크 기업들에게 “2020년 6월에 영국에서 제정된 ‘연령적합설계규약(AADC,Age Appropriate Design Code)’처럼, 아동의 최대이익을 위해 보호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방법에 1998년부터 13세인 ‘인터넷 성인 나이’를 16세로 높이고, 나이 확인 과정을 쉽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자녀에게 현실 세계의 자유를 누리게 했다는 이유로 부모를 처벌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 학교에서 더 많은 놀이를 장려하는 것은 물론, 공공장소를 설계하고 구획할 때 어린이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직업 교육과 수습과정, 청소년 개발 프로그램을 늘리면서 관련 투자를 계속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에 대해서는 ‘휴대폰 없는 학교’부터 만들라고 강조했다. 수업 시간은 물론 학교에 있는 시간 내내 금지할 것을 권고했다. 더불어 ‘놀이가 많은 학교’를 만들라고 강조했다. 어른의 간섭이 거의 없는 쉬는 시간을 늘리고, 일과 시작 30분 전에 운동장을 개방해 놀 시간을 주고, ‘플레이 클럽’ 결성을 지원하라고 조언했다. 쉬는 시간을 더 많이 주고, 더 나은 운동장을 제공하고, 규칙을 줄이라는 것이다.

 


◇ 무엇보다 중요한 부모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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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부모가 해야 할 일을 저자는 연령대별로 제시했다. 공통적으로는 현실세계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게 하고, 더 적은(하지만 더 나은) 화면 경험을 하게 할 것을 권고했다.

생후 18개월까지는 어른과의 영상통화, 18~24개월은 보호자와 함께 보는 교육 프로그램 시청으로 제한하라고 했다. 2~5세 아동은 교육 목적이 아닌 화면 사용을 주중에는 하루 약 1시간, 주말에는 3시간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아이들을 달래거나 돌보거나 짜증을 멈추게 할 목적으로 화면을 사용하는 것을 지양하고, 잠자기 30~60분 전에는 화면을 끄고 기기를 침실에서 치우라고 독려했다.

6~13세 초·중학생 자녀의 부모들에게는 디지털 기기의 자녀보호 기능과 콘텐츠 필터 사용법을 배우라고 권했다. 분명한 기기 제한 시간을 정하고, 특정 시간과 장소를 기기 사용 불가 구간으로 설정하라고 했다. 특히 문제가 있는 사용이나 중독의 징후가 없는 지 유심히 살필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아이들이 함께 모여 밤 새워 노는 것을 장려하고, 친구들과 함께 학교까지 걸어가도록 하고, 방과 후 자유놀이나 캠핑을 자주 즐기게 하라고 말했다. 16세가 될 때까지 소셜 미디어 계정 개설을 가능한 늦추고, 10대 초반의 자녀와 위험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자녀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라고 조언했다.

13~18세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는 자녀의 이동성이 높아지도록 제3의 장소에서 기간을 보내도록 권장하고, 집에서도 요리나 청소, 심부름 등 그들에게 의존하는 일을 늘려줄 것을 권고했다. 스스로 돈을 버는 파트 타임 일을 권장하고, 자신보다 더 어린 아이를 양육하고 이끌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자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라고 했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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