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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피로야 두통아 가라!"… 코카콜라는 원래 강장제였다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오스카 파리네티 '세렌디피티(Serendipity)'

입력 2024-08-03 07:00 | 신문게재 2024-08-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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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용수 기자 kys404@viva100.com)

‘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무언가를 찾다가 실수로 다른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탈리아의 사업가이자 작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우연한 실수’로 생긴 ‘위대한 발명’에 관해 소개한다. 코카콜라, 커피, 샴페인 등 ‘우연’이 창조해 낸 48가지 성공 스토리가 흥미롭다. 특히 당초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만들어낸, 발명인들 특유의 집중력과 혜안, 창의력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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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오스카 파리네티|레몬한스푼

◇ 약에서 천상의 음료로 ‘코카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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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코카콜라는 원래 두통과 피로 치료에 탁월한 시럽으로 개발되었다. 애틀랜타의 약사였던 존 스티스 펨버턴이 1886년 5월 8일에 ‘와인 코카’ 제조법을 완성했다. 효과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맛이 있었다. 한 잔에 5센트를 받고 팔기 시작했다. 알코올을 못 받아들이는 이들을 위해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코카 잎과 콜라 너트 추출물에 탄산을 첨가한 것이 ‘신의 한 수’ 였다.

그의 회계 담당자가 두 재료의 이름을 합치고 두 단어의 첫 자를 따 두 개의 C를 대문자로 표기해 오늘날의 상표가 만들어졌다. 팸버턴은 1888년 죽기 직전에 코카콜라 제조법과 상표 등을 2300 달러에 한 사업가에게 팔았고, 이후 다른 세 명의 사업가가 코카콜라 병입 및 판매의 독점권을 단돈 1달러에 사 지금 모양의 코카콜라가 탄생하게 되었다.


◇ 악마의 검은 물로 배척받던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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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에티오피아 남서쪽 고지대 ‘카파’ 고원에서 염소를 방목하던 ‘칼디’라는 양치기가 있었다. 그는 ‘우연히’ 염소들이 붉은 베리를 먹는 것을 보고는, 이를 갈아 가루로 만든 뒤 뜨거운 물과 섞어 먹어보았다. 이것이 전설로 전해오는 역사상 첫 커피다. 이후 1300년대에 아시아와 페르시아,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예맨에 도착한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되는 분수령을 맞는다.

처음 이슬람 권에서 커피는 ‘선지자의 검은 와인’이라 불렸다. 예맨의 항구도시 ‘모카’는 최초이자 최고의 커피 생산지이자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는 ‘아라비카’의 주 생산지이자 커피의 수출기지가 된다. 유럽에선 ‘무슬림의 사악한 검은 물’이라며 한 때 배척당했으나 16세기 후반에 교황이 커피 맛과 향에 매료되면서 유럽 각지로 퍼져가게 된다.


◇ 몽골인 죽이려다 역효과낸 ‘요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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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요거트는 발효에서 파생되어 우연히 탄생한 특별한 제품이다. 오랫동안 이를 즐겨 먹어 온 몽골의 전설에서 유래했다. 칭기스칸의 병사 중 한 명이 긴 사막을 횡단하다 지쳐 한 마을에 들렀다가 적군을 만났다. 적군은 병사의 물병에 우유를 채워주며 친구인 척 위기를 넘기려 했다. 그는 더운 날씨에 우유가 상해 병사가 중독될 것을 기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우유가 발효되기 시작했고, 병사는 원시적인 형태의 이 요거트 덕분에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를 계기로 징기스칸은 요거트의 힘을 확신하게 되었고 직접 모든 병사들에게 요거트를 먹으라고 독려했다고 한다. 몽골 사람들은 요거트가 힘뿐만 아니라 아름다움까지 준다고 믿었다.


◇ 손님 골탕 먹이려다 대박 낸 ‘감자튀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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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이탈리아에서 ‘파타티네 프리페’는 프랜치 프라이 혹은 감자 칩이나 감자 크리스프를 의미한다. 감자는 유럽에 도입된 후로도 18세기까지는 애용되지 않았다. 익히면 별미인 감자를 생으로 먹었기 때문이다. 감자 칩이 처음 등장한 것은 1700년대 중반이었다. 노점상 중에 누군가 감자 슬라이스를 끓는 통에 넣어 익힐 생각을 한 것이다.

감자를 엷게 저며서 튀겨 포장한 감자 크리스프는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조지 크럼이라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요리사가 감자튀김을 맛 없다고 계속 되돌려 보내는 손님을 골탕먹이기 위해, 감자를 아주 얇게 썰어 튀김기에 넣고 소금을 듬뿍 뿌려 갖다 준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대박을 쳤다. 감자 칩의 탄생 배경이다.


◇ 부자의 전유물서 빈자들의 향신료로 바뀐 ‘고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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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고추는 원래 가난한 사람들의 향신료였다. 9000여 년전 멕시코와 페루에서 시작해 5000년 전부터 재배가 시작되었다. 아즈텍과 잉카, 마야 사람들에게 고추는 신성한 식물이었다. 화폐로 사용되기까지 했다. 1492년에 콜롬버스가 맛에 반해 스페인으로 가져간 특산품 중 하나가 고추였다. 유럽의 상류층 귀족들은 즉각 고추의 마력에 빠졌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화분에 씨앗 몇 개만 심어도 고추가 번성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런 쉬운 식물을 비싸게 대량 수입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자존심 강한 일부 부유층은 아예 부엌에서 고추를 금지시키기도 했다. 이후 고추는 가난한 사람들의 식재료가 되었고, 지금은 그 종류만 3000종에 이를 만큼 소금 다음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조미료가 되었다.


◇ 사회적 평등의 상징 ‘콘·막대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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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수 세기 전 로마제국 귀족들은 눈과 꿀, 과일을 사용해 ‘젤라또’를 만들어 먹었다. 이후 피렌체 귀족들이 우유·버터와 달걀을 추가했고, 파리에서 초콜릿 아이스크림이 만들어진다. 당시엔 부자들의 특식이었다. 하지마 19세기 말에 작은 핫프레이트에 구워낸 웨이퍼가 출현하면서 큰 전기를 맞는다. 누군가가 이를 원통형으로 만들 생각을 했고, 아이스크림 콘이 탄생했다.

막대 아이스크림은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 살던 프랭크 에퍼슨이라는 11세 소년이 만들었다. 1905년 겨울에 컵에 든 물과 소다를 작은 막대로 젓다가 깜박 잊고 있다가 순식간에 막대 아이스크림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이동하면서 먹을 수 있는’ 자유를 주었다. 그는 이 발명품을 1923년에 특허출원하면서 ‘팝시클’이라고 이름 붙였다.


◇ 끓인 과일과 식초의 만남 ‘발사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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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발사믹’은 과일을 끓여서 얻은 시럽 ‘사바(saba)’가 자연발효해 만들어진다. 과일을 끓이는 것은 수 천년이 되었지만 사바와 식초를 섞으면 달콤 소스는 물론 훌륭한 보존재가 된다는 사실은 유연히 발견되었다. 훌륭한 발사믹 식초를 만들려면 온도가 최고 50도까지 올라야 하고, 오랜 시간동안 점점 줄어드는 용량에 맞춰 다양한 크기의 통들이 필요했다.

‘발사믹’ 식초의 역사에는 나폴레옹이 등장한다. 그는 1805년 모데나에서 공작들의 웅장한 식초 저장고를 철거케 하고 지역의 부유한 가문들에게 팔게 했다. 보다 낮은 사회계층으로 발사믹이 확산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이어 150여 년 전에 제조법이 한 발사믹 전문가의 편지를 통해 처음 밝혀지면서 대중화 시대를 맞게 된다.


◇ 옥수수 스프 실패로 탄생한 ‘켈로그 콘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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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1894년 미시간주 한 요양소의 의사 겸 관리자였던 존 켈로그는 동생인 윌과 함께 환자들을 위한 옥수수 스프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실수로 옥수수가 딱딱해져 버렸고, 부서진 다량의 익힌 옥수수 조각들만 남게 되었다. 형제는 이를 불에 구워보았고, 이 ‘플레이크’를 따뜻한 우유가 담긴 큰 컵에 넣어 환자들에게 먹여 보았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동생은 이 제품의 미래를 확신했다. 당장 형에게 특허를 내고 대량판매하자고 설득했다. 하지만 형은 반대했고, 윌은 콘플레이크를 만드는 ‘켈로그’라는 회사를 만들고, 설탕을 추가한 제품으로 특허출원을 했다. 형에게는 50%의 회사 지분을 제안했지만, 형은 이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갔다. 결국 동생의 승리로 소송은 끝났고, 형제는 죽을 때 까지 화해하지 않았다.


◇ 와인의 치명적 결함에서 탄생한 ‘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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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샴페인도 일련의 사고들이 탄생했다. 프랑스 최북단의 상파뉴는 ‘테루아(terroir)’ 지역이다. 토양과 기후, 노하우 등 좋은 와인의 삼박자를 갖춘 곳이다. 4000만 년에서 8000만 년 전 해양 생물이 퇴적하면서 형성된 백색 석회암이 와인에 독특한 성격을 부여한다. 해양과 대륙의 경계에서 여름이 짧고 뜨거워 포도가 늦게 익고 수확도 늦어진다.

그런데 당시 와인에는 해동되자마자 또 한번 발효를 일으킬 수 있는 잔류 설탕과 효모가 종증 들어 있었다. 오래된 17세기 지하 저장소의 통에서 부분적으로 발효된 와인이 봄이나 여름에 온도 상승과 함께 이중 발효가 이뤄졌다. 이중 발효는 수 백년 동안 ‘결함’으로 간주되었지만 병 안에서 일어난 거품의 결과물은 ‘샴페인’이라는 이름으로 큰 인기를 끌게 된다.


◇ 불탄 맥아로 대히트를 친 ‘기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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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아일랜드의 명물 기네스는 흑맥주로, 가벼운 크림 거품과 강렬한 맛이 특징이다. 설립자이자 양조 장인이던 아서 기네스가 1759년에 더블린에서 양조장을 만들었는데, 그의 창고 중 한 곳에서 화재가 발생해 보관중이던 맥아의 일부가 불에 타버렸다. 의도치 않게 로스팅 된 맥아를 이용해 즉흥적으로 만들어 본 것이 기네스의 시작이었다.

찰스 2세가 불에 칸 맥아로 만든 맥주를 항만 노동자들에게 공짜로 제공하라고 명령하면서 기네스는 대중의 맥주가 된다. 기네스는 1941년에 세계 최대의 양조장을 확보했고, 오늘날에는 연간 20억 파인트의 맥주를 판매한다. 현재 기네스 그룹은 전 세계에 약 50개의 공장을 보유중이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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