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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한국경제 배 가르는 '상속세'

[브릿지경제 신간 베껴읽기] 서채종 <상속세를 폐하라>

입력 2024-07-20 07:00 | 신문게재 2024-07-1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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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효성그룹 상속인이 전 재산을 사회환원하겠다고 해 화제를 모았다. 그 이유가 거액의 상속세 때문일 것이란 보도가 뒤를 이어 더욱 주목을 끌었다. 그 만큼 상속세는 부자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다. 상속세폐지 범국민운동본부의 대표인 저자는 상속세가 ‘세금’이기 이전에 ‘형벌’이라 독설을 서슴치 않는다. 상속세는 또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이라고 비판한다. 낡고 빛바랜 ‘평등’에 대한 막연한 고정관념과 편견이 한국경제를 상속세의 저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고 일갈한다.

 

 

◇ 상속세는 ‘상속차단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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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다. OECD 회원국 가운데 55%인 일본에 이어 2위다. 그런데 우리는 ‘최대주주 할증제’가 있어 실질 최고세율이 60%로 세계 최고다. 상속세에 가산세를 붙이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래서 저자는 “한국의 상속세는 ‘상속을 차단하기 위한 형벌’에 가깝다”고 비판한다. 망자의 경제적 성과물을 국가가 합법적으로 약탈하는 ‘상속 차단세’라고 꼬집는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상속세 과세표준을 계산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은 상속받는 사람이 받는 만큼만 부담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인데 반해 우리는 죽은 사람의 재산 전체에 과세하는 ‘유산세’ 방식이라고 비판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유족이 약 12조 원의 상속세를 낸 이유다.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유족이 낸 3조 4000억 원에 비해 3배가 넘는다.

‘현물’로 상속받고 ‘현금’으로 세금을 내게 하는 상속세 정산 방식도 문제 삼는다. 어디 가서 현금을 구해오거나 주식 또는 집을 팔아야 하니 유족들에겐 엄청난 부담이다. 물납 제도가 있지만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 부동산과 유가증권 가액이 전체 상속재산가액의 50%를 넘어야 하고, 상속세 납부세액이 상속재산가액 중 금융자산 가액을 웃돌아야 한다. 물납 대상에 상장주식이 배제되니 실효성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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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상속세 설계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고 비판한다. 상속받는 재산은 자기 노력 없이 부모 잘 만나 공짜로 얻는 불로소득이니 국가가 좀 뜯어가도 상관없다는 그릇된 인식이 이런 ‘공적 약탈’을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공제한도가 약 300억 원에 이르고 공익재단을 통한 기업 승계를 허용하는 미국 등과 달리 우리는 상속과 경영권 승계 자체를 막으려는 취지가 분명하다고 성토한다.



◇ 상속세는 결국 징벌세

저자는 “상속세는 결국 부와 성공을 일궈낸 사람에게 주어지는 생애 마지막 징벌”이라고 말한다. 평생 열심히 일해 무언가를 남긴 사람이 마지막 가는 길목에서, 국가가 그의 유산을 약탈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상속세 부담을 이기지 못해 홍콩계 사모펀드에 매각된 ‘락앤락’ 등을 예로 들면서 “상속세가 갖는 이런 특유의 폭력성 때문에 국가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일갈한다.

저자는 우리 소득세 최고 구간이 현재 45%인 것을 언급하며 “생전에 45%를 꾸준히 뺏어가던 국가가 죽은 뒤에 60%를 추가로 뺏어가는 셈”이라고 비판한다. 소득세율과 상속세율을 단순 합계한 ‘합산세율’을 따져봐도, 한국의 합산 최고세율은 105%로 일본(100%)보다 높다고 지적한다. 명백한 ‘약탈적 이중과세’라는 것이다.

저자는 “상속세는 가정파괴세”라는 독설도 마다 않는다. 가족을 위해 뼈빠지게 일할 동기를 빼앗는 것은 물론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던 세대간 경제력 계승을 가로막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결국 약탈적 상속세는 경제행위 주체들에게 ‘번 돈을 한 푼도 남기지 말고 죽기 전에 다 써버려라’, ‘생전에 쓸 수 있는 돈 이상의 자본축적은 아예 생각도 말라’는 의미”라고 성토한다.

저자는 “근대 자본주의의 거대한 기초는 ‘사적 소유’”였다며, 상속세가 그런 소유권의 본질을 위협하고 억압하는 제도라고 날을 세운다. 상속세가 경제행위의 실체인 가족 내부의 경제력 이동을 방해하고, 약탈적인 세율로 유족들이 미실현 자산소득을 현금으로 부담케 함으로써 결국 ‘나누는 세금’이 아니라 ‘빼앗는 세금’이 되어 버렸다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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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것인가

저자는 “상속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행위”라며 성토한다. 가만히 놓아두면 법인세와 직원들의 소득세, 그리고 경제활동 과정의 부가가치세를 모두 지속적으로 부담해 줄 국가경제의 주요 기반을, 세금 조금 더 걷겠다고 국가가 스스로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위의 배를 가르기 보다는 거위가 낳는 알을 영속적으로 받는 것이 훨씬 현명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저자는 기업들의 다양한 상속세 회피 전략이 매우 불가피하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평생 일궈낸 재산의 60%를 갑자기 국가가 가져간다면, 누구나 전력을 다해 세금을 줄이려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그는 “만약 기업가들이 상속 전략에 정신을 팔지 않고 사업 확장에 더 매진했다면, 한국 기업들은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 기업 회장들은 아무 때나 죽을 수도 없는 운명”이라고 꼬집었다. 갑자기 죽으면 경영권이 뿌리째 흔들리기 때문이다. 국내 1위 종자기술 보유기업 ‘농우바이오’는 대주주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1000억 원이 넘는 상속세를 부과받아 결국 회사 매각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고령의 대주주가 혼자 많은 지분을 가진 회사는 자칫 상속세를 무느라 국가소유가 될 것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문제는 힘 없는 중소기업, 특히 비상장 중소기업이 덤터기를 쓴다는 사실이다. 사전에 승계 전략을 준비 못했다가 대주주 사망으로 경영권을 정부에 빼앗길 수 밖에 없다. 저자는 국가는 상속세를 폐지하고 기업은 옥상옥 지배구조를 청산하는 ‘사회적 대합의’를 제안했다. 이를 통해 보다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를 건설하고, 본격적인 밸류 업 시대를 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세대간 부의 이전을 막는 또 다른 악법 ‘증여세’


저자는 “노노상속이 경제를 망친다”고 일갈한다. 노노상속은 자식 세대가 50~60대가 되서야 노부모에게서 재산을 상속받는 것으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초래한 원인으로 꼽힌다. 민간 재원이 고령층 안에만 머물러 소비 등을 통해 돈이 돌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최근 상속 받는 자녀 가운데 50대와 60대가 다수가 되고 있다.

저자는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생전 증여를 촉진하는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소비성향이 높은 젊은 세대로 소득이전을 강력히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도 증여 장려 정책을 적극 펼쳤다. 2013년부터 교육비에 대해 증여세 비과세 혜택을 부여했고, 2015년부터는 주택 구입이나 결혼출산육아 비용 등에 대해서도 증여세 비과세를 실시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증여세 역시 상속세를 회피하는 우회로를 차단하기 위해 만든 차단규제가 되고 있다. 증여세율이 상속세율과 동일하니, 생전에 자식 대로 구매력을 이전하려고 해도 할 수 없다. 민간자본의 대부분을 60대 이상이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여세라는 또 다른 악법이 자본의 세대 간 이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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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속세 70%였던 스웨덴의 상속세 폐지 이유

기업 오너들은 주가 상승을 바라지 않는다. 상속 국면에서 경영권 승계에 치명적인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상장주식은 대주주 사망일 기준으로 직전 2개월과 직후 2개월의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주식 가액이 산정된다. 주가가 높을수록 상속세 부담이 커지니 악착같이 주가를 끌어내랄 수 밖에 없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원인이 상속세에도 있다는 얘기다.

대주주들은 많은 배당도 원치 않는다. 주가가 오를 위험이 커 오히려 불리하기 때문이다. 배당을 포함한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 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까지 부과되고, 대주주의 배당 소득에는 49.5%의 고율 세금이 부과된다. 저자는 상속세가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야기해 우리 국민 전체가 손해를 본다고 말한다. 상속세가 폐지되어야 진정한 밸류 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스웨덴 상속세 폐지의 교훈을 강조한다. 1984년까지 스웨덴의 상속세율은 70%로 세계 최고였다. 아스트라 설립자의 부인 사망을 계기로 그녀 소유 부동산과 주식이 매각될 것이란 소문에 주가가 폭락했고, 결국 자녀들은 파산을 선언했다. 이에 유족은 물론 다른 창업주 가문들의 국외 탈출 러시가 이뤄졌다. 결국 스웨덴은 2005년에 상속세와 증여세를 폐지할 수 밖에 없었다.



◇ 우리나라 상속세 폐지운동의 방향


스웨덴은 상속세 폐지 당시 이미 30%까지 상속세율이 낮아진 상태였다. 그런데도 스웨덴 국민들이 상속세 완전 폐지를 택한 것도, 세율 인하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강력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스웨덴은 대신 양도소득세와 다를 바 없는 ‘자본이득세’를 도입했다. 해당 유산을 양도해 소득이 발생할 때마다 건 별로 소득 규모에 맞춰 세금을 내도록 한 것이다.

저자는 상속세 폐지에 앞서 증여세부터 먼저 폐지하자고 제안한다. 상속세 폐지 대신 소득세 혹은 법인세의 최고 세율을 1%포인트 정도 올리는 방안도 제시한다. 일각에서는 스웨덴처럼 양도소득세로 전환할 경우 예·적금이나 현금 등이 과세대상에서 누락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현금 과세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측면도 있고, 누락 규모가 전체 상속자산의 5% 이내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상속세 폐지를 위한 자발적 국민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상속세 폐지는 ‘진격의 코스피’를 만들 수 있으며 대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충돌 구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업가 정신을 만발하게 만들 수도 있고, 내수를 진작시켜 경제성장을 부추길 수 있을 것이라고 확언한다. 상속세 폐지는 한국경제의 ‘린치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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