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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애플 TV '팜 로얄: 신분 상승의 사다리', 부자가 되기 위해 감수해야할 희생?

[#OTT] 애플 TV '팜 로얄: 신분 상승의 사다리’ 시즌 2 돌입
막대한 유산, 가진 건 이름뿐 얼마나 희생할 가치가 있냐고요?
1969년 부유한 플로리다를 배경으로 '겉과 속'다른 부자들의 삶 조명

입력 2024-07-01 18:00 | 신문게재 2024-07-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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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자신감인지 자신이 이곳의 여왕이 될 거라 강조하는 맥신. 허풍임을 알아채고 클럽에서 내쫓기는 ‘팜 로얄: 신분 상승의 사다리’의 한 장면. (사진제공=애플TV)

  

딱 봐도 근성있다. 미국인 치고는 작은 체구지만 늘씬하고 게다가 금발이라 미인대회에서 가뿐히 1등 트로피를 품에 안은 여자. 대회 출신들이 당연하게도 부자와 결혼하지만 평범한 직장인(?) 파일럿 남편을 사랑해 속도위반을 감수하며 반대를 무릅쓰고 가정을 이뤘다. 그런 맥신(크리스틴 위그)은 타고난 사랑스러움으로 늘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인물이다. 하지만 일에 치여 바쁜 남편을 기다리는 것도 지쳤다. 최대한 빨리 집안의 유산을 상속받아 미국 최상류층만 모인다는 팜비치 최고 사교클럽인 팜로얄의 회원이 되는 것만이 자신의 길이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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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 던이 연기한 린다는 사회운동가다. 개명을 하고 자신의 과거를 묻고 싶어하지만 시즌 말미 아버지의 죽음으로 다시금 상류층에 복귀한다. (사진제공=애플TV)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남편은 그곳에 가는 걸 꺼려하며 “집안과 인연을 끊은 지 오래됐고 유일하게 고모만이 살아있다”는 말로 거리를 둔다. 하지만 맥신은 더 나이들기 전에 그 곳에서 여생을 마무리하고 싶다. 결혼과 동시에 유산한 상처를 딛고 부유한 시댁을 등지고 사는 세월이 고루했던 모양이다. 올 3월 방영을 시작해 최근 10개의 에피소드로 성공적인 시즌1을 마무리한 ‘팜 로얄: 신분 상승의 사다리’는 줄리엣 맥대니얼의 소설 ‘미스터&미세스 아메리칸 파이’(Mr. & Mrs. American Pie)를 원작으로 한다. 부자가 되기 위해 당신은 어떤 희생을 감수 할 것인가? 이 작품의 시작이 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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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화려한 패션만큼이나 시대적 고증에 충실해 보는 맛을 더한 ‘팜 로얄: 신분 상승의 사다리’의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애플TV)

 

인간이 달에 막 첫발을 딛음과 동시에 베트남 전쟁으로 골치를 앓고 있던 1969년 미국의 플로리다는 한없이 풍요롭다. 돈만 많아서도 안된다. 그렇다고 집안이 좋은 것만으로도 안된다. 졸부는 여기서 최하위층에 속하는 동네다. 돈자랑을 하면 그와 동시에 영원한 따돌림을 겪다 이사를 해야하는 팜비치의 서열은 노마(캐롤 버넷)가 정한다.

그곳에서 맥신은 타고난 적응력을 발휘한다. 가진 돈을 털어 네일샵에 가고 부자들이 식물상태로 누워있는 요양원에 들어가 그들이 숨긴 패물을 전당포에 맡기며 생활비를 번다. 누가 봐도 도둑에 가깝지만 그가 가진 특유의 발랄함과 사랑스러움에 다들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함정. 그렇게 팜비치 클럽에 들어가지만 정식 회원이 되려면 기존 회원 3명의 허가와 어마어마한 회원가입비가 요구된다. 에피소드 3까지는 맥신이 미국에서 가장 배타적이면서 세련된 팜비치 상류 사회의 무시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모습에 집중한다.

하지만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는 의외의 반전으로 스릴러와 코믹을 오간다. 겉과 속이 다른 팜비치 역시 배신과 비밀이 난무하는 것. 팜로얄은 지상 낙원이지만 그곳의 여성들은 모두 여왕자리를 두고 온갖 계략과 험담 그리고 일종의 담합으로 전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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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진정한 부자들은 보석과 패션으로 중무장한 맥신의 불안함과 결핍을 단번에 알아채고 곁을 주지 않는다. (사진제공=애플TV)

 

매년 비치 볼 파티를 성대하게 열어 여왕의 자리를 유지하던 노마의 유일한 조카며느리인 맥신의 등장은 그들에게 기회이자 또다른 갈등의 시작이다. 평소 노마의 오른팔로 군림했던 친구들은 사실 모두 각자의 비밀로 평화를 유지해 왔다. ‘팜 로얄: 신분 상승의 사다리’는 바로 그 인물들에게 때론 친구처럼, 혹은 딸처럼 다가가던 맥신의 변화에 집중한다.

전세계 시청자들은 주인공의 철부지 캔디같은 순수함을 응원하다가도 사실 누구보다 속물적인 그 이중성에 빠져든다. 코마 상태의 노마가 죽으면 전재산이 고양이 센터에 기부된다는 걸 알게 된 부부는 결국 대저택에 고모를 모셔 어떻게든 길게 생명을 유지하려 애쓴다. 그 상태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모든 고민을 나눴던 네일샵 직원 밋지(카이아 거버)가 모델 데뷔를 목전에 두고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막장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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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전화로 연락하던 애틋한 두 사람. 직업이 있는게 신기했던 남편이 결국 집안도 버린 개망나니 바람둥이 였다는 사실을 깨닫지만 그럼에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맥신의 모습이 아이러니하다. (사진제공=애플TV)

 

예상했겠지만 늘 근면했던 파일럿 남편이 은퇴 후 고향에서 ‘개 버릇 남 못 준다’는 한국 속담에 걸맞게 왕년의 바람기를 숨기지 않았던 것이다. 정회원이 되도록 추천해준 사회운동가 린다(로라 던)가 사실은 남편의 전 약혼녀이자 엄청난 재벌의 딸이라는 반전이 묻혀질 정도. 시기상으로는 자신과 바람 피우는 중에 린다에게 파혼을 당한 거였다. ‘팜 로얄: 신분 상승의 사다리’는 그렇다고 머리를 쥐어 뜯고 우는 진부한 전개는 따르지 않는다.

이들은 그런 비밀이 드러나기 까지 우정으로 충만했던 사이였기에 서로가 자신을 이용했다는 것을 쿨하게 인정하고 오해를 푼다. 극 중 남성들의 모습은 한없이 찌질하고 여자에 환장하지만 여성들은 그야말로 쿨하다. 그렇다고 마냥 우아하지만도 않아서 되려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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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의 부재로 사실상 사교계를 접수한 에벌린 역할은 ‘미국 영화계의 대모’ 앨리슨 재니가 맡았다. (사진제공=애플TV)

 

우아함의 극치였던 이들의 비밀은 하나같이 치졸하다. 연하에 유색인종인 테니스 코치와 바람을 피우다 “다 버리고 몸만 오라”는 진심어린 사랑고백에도 남편이 주는 부의 단맛을 끊어내지 못했던 맥신의 베프는 결국 또다른 돈많은 90대 할아버지와 재혼하면서까지 사랑과 돈을 모두 손에 쥐려고 한다.

알고 보니 그 테니스코치는 베프의 앙숙이자 나이가 훨씬 많은 린다의 양어머니인 에벌린과도 양다리 연애 중이었다. 되려 양어머니는 죽어가는 남편의 사망을 기다리며 육체는 즐겨도 결코 가정을 깨지 않겠다는 숭고한 약속을 지키고 있지만 결국 본처 딸에게 모든 재산이 상속되는 불운을 겪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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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시즌 2에서 진정한 존재감을 발휘할 거라 예상하는 카이아 거버. 모델 엄마와 갑부인 랜디 거버의 딸로 할리우드의 신성으로 활동 중이다. (사진제공=애플TV)

 

극 중 리키 마틴이 연기하는, 한국전쟁 참전 용사인 로버트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다. 그가 1990년대 라틴팝으로 세계를 휘어잡고 일찌감치 커밍아웃해 동성 연인과 가정을 꾸린 사실을 미리 알고 보지 않더라도 배우로서 보여주는 성장은 반갑다.

로버트 캐릭터 자체가 남성과 여성 그 중간의 위치에서 한없이 외롭지만 또 양쪽 모두에게 늘 필요한 설정이란 점이 할리우드의 변화를 만끽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밋지 역할의 배우는 세계적인 모델 클라우디아 쉬퍼의 유전자를 한몸에 받아 연기로 꽃피운다. 이래저래 모르고봐도 알고봐도 철철 재미가 넘치는 작품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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