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더불어 문화

[B그라운드] ‘알바트로스’ 라티파 에샤크 “풍경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업”

입력 2024-06-29 00:09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라티파 에샤크
개인전 ‘알바트로스’를 개최한 라티파 에샤크(사진=허미선 기자)

 

“오래된 버지니아 참나무들은 자랄수록 가지가 땅바닥을 향하지만 또 다시 땅바닥을 타고 자라나죠. 벽에 걸린 가로 8미터, 세로 3미터의 작품을 그릴 때 (버지니아 참나무의) 나뭇가지가 땅바닥으로 쳐지는 것처럼 아래쪽으로 오게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 자신이 마치 나무가 되는 느낌을 받기도 했죠. 결국 외부 풍경에서 소재를 얻었지만 결국 제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업이 된 것 같습니다.”

라티파 에샤크(Latifa Echakhch)는 전시명과 동명의 신작 ‘알바트로스’(Les Albatros, 6월 28~8월 17일 페이스갤러리 1층)에 대해 “풍경에서 출발했지만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업”이라고 표현했다. 

 

라피타 에샤크
라티파 에샤크 개인전 ‘알바트로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라피타 에샤크는 모로코 출신으로 스위스 브베를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2007년 그레노블의 르 마가잔에서 첫 개인전을 연 후 취리히의 쿤스트하우스, 파리 퐁피두센터, 몬테카를로의 신국립미술관, 로마 메모재단, 헨트의 키오스크, 리옹의 맥리옹, 로스앤젤레스의 해머 미술관, 프랑크푸르트 포르티쿠스, 런던 테이트 모던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지난해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해 이스탄불·베니스·샤르자·예루살렘 포커스 비엔날레, 볼차노의 마니 페스타7 등에 참여하며 주목받는 작가다.

그의 신작 ‘알바트로스’ 5점은 버지니아 참나무의 나뭇가지처럼 직물형태로 아래로 늘어뜨려 전시된다. 검은 벽면에 자연 풍경을 그린 캔버스의 정면이 아닌 불규칙하게 덧칠해진 검은 뒷면이 더 많이 보이는 방식으로 걸려 있다.  

 

개인전 ‘알바트로스’를 개최한 라티파 에샤크(사진=허미선 기
개인전 ‘알바트로스’를 개최한 라티파 에샤크(사진=허미선 기자)
“이 나무를 그릴 때 샤를 보들레르(Charles Pierre Baudelaire)의 ‘알바트로스’라는 시를 참조했어요. 높은 하늘에 떠 있을 때는 무척 아름답고 거대하지만 땅으로 내려오면 날개가 너무 길어 제대로 걸을 수 없어 이상하게 보이는 새에 대한 시죠. 이 오래된 버지니아 참나무가 마치 알바트로스와, 그리고 저와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저는 여러 감각들에 너무 민감하고 예민한 사람이기 때문”이라며 “그러다 보니 모든 것들이 너무 과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가끔은 너무 감정적으로 비쳐지곤 한다”고 털어놓았다.

“이 그림들은 평소와 같은 방식으로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작품들을 완성했을 때 검은색 벽면에 늘어뜨리는 방식으로 걸기로 했죠. 제가 그린 전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 작품들의 일부인, 제가 느끼는 감정들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전부를 제공하고 있지 않는 방식으로 작품을 전시함으로서 제가 느꼈던 점을 함께 느끼시기를, 더불어 이 뒤편에 무엇이 있을지 스스로를 투사해 보시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풍경회화 작품을 뒷면을 위주로, 검은색 벽면에 걸어놓음으로서 단순한 풍경화가 아닌 극장의 막처럼 보이는 효과를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아름답고 거대한 나무를 보여주고 싶은 동시에 지금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찾기란 쉽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싶었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