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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이슬기 작가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구멍들", 저마다의 ‘삼삼’을 찾아서

입력 2024-06-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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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작가
개인전 ‘삼삼’에서 ‘현판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 중인 이슬기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홍송 통나무를 잘라 만든 현판 위 글씨들을 보고 있으면 무늬들이 겹쳐 보이고 나뭇결이 달라져서 재밌는 것 같아요. 계속 보고 있으면 나뭇결이 움직이는 것도 같거든요. 그래서 되게 마음이 편해지죠.”

개인전 ‘삼삼’(8월 4일까지 갤러리현대 신관) 기자간담회에서 이슬기 작가는 새로 선보이는 ‘현판 프로젝트’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현판 프로젝트는 홍송에 ‘부시시’ ‘스르륵’ ‘덕’ ‘쉬’ ‘쿵쿵’ 등의 글자를 하얀 단청으로 써 넣은 연작이다.  

 

이슬기 작가
이슬기 작가 개인전 ‘삼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덕수궁 대한문 현판에서 영감 받아 태초의 단어가 무엇일지를 탐구하는 현판 프로젝트 작업을 하면서 이 작가는 “나이테가 넓을수록 나무가 좋은 환경에서 편안하게 자랐다는 걸 알게 됐다”며 “너무 추운 환경에서 자란 나무들은 나이테가 줄어든다”고 부연했다.

“이 문살 같은 작품(‘홍송’)은 정면에서 보면 격자지만 조금이라도 시선을 움직이면 들쭉날쭉한 게 보여요. 앞에서 보면 정사각형이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 빛이 들고 그림자가 지면 또 달라지죠. 지금까지 남아 있지는 않지만 12세기 고려가요 가락을 ‘1 3 3 3 2 2 4 4’라고 상상했어요. 아래, 좌우로 문살이 겹치며 상상한 그 가락이 되거든요. 노래 안에 노래가 숨어 있는 콘셉트죠.” 

 

이슬기 작가
이슬기 작가 개인전 ‘삼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시선에 따라 다른 풍경, 저마다의 해석과 이해를 만들어내는 이슬기 작가의 작품세계는 ‘라쇼몽 효과’(羅生門)에서 기인한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1950년작 ‘라쇼몽’에서 기인한 것으로 같은 사건, 현상을 두고도 저마다의 입장, 경험, 이해관계 등 주관성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인식되며 사물, 사건 등의 본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꿰뚫는다.

3개 층으로 구성된 전시장 벽면을 관통하는 ‘모시 단청’ 역시 그렇다. 단청장인과 협업해 전통 기법 중 하나인 ‘긋기 단청’으로 표현한 ‘모시 단청’은 단순한 그리드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작가에 따르면 “가까이서 보면 그 굵기와 긋기가 달라 누구 작품인지를 알아차릴 정도”다.  

 

이슬기 작가
이슬기 작가 개인전 ‘삼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선사시대, 신석기시대 유물에서 발견한 여성 생식기 표현에서 영감받은 ‘쿤다리’ 연작도, 프랑스 플랑드르 지방에 여전히 남아 있는 나무 놀이기구로 미국의 핀볼게임, 일본의 ‘빠찡코’가 된 ‘바카텔’도 보기에 따라 다른 것들로 인식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현판 프로젝트와 ‘홍송’ ‘모시단청’ ‘쿤다리’ ‘바카텔’을 비롯해 누비 장인과 협업한 ‘이불 프로젝트: U’, 대규모 설치작을 재편성한 ‘느린 물’ 그리고 ‘K(계란코)’, 한강 물을 유리 볼에 직접 담은 ‘한 1, 2, 3’ 등 3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이슬기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구멍을 뚫어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결국 공간 얘기”라며 “문은 안팎을 연결하는 큰 구멍이고 단청을 벽에 그음으로서, 격자 문에도 구멍이 생긴다. 이는 그리드가 돼 누군가의 크고 작음 등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기도 하고 조명을 통한 그림자로 다른 풍경이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슬기 작가
이슬기 작가 개인전 ‘삼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이 또한 라쇼몽 효과의 일환이다. 문은 안과 밖 그리고 지금 우리가 있는 곳, 세 공을 위한 존재다. 문을 넘어서는 행위는 밖으로 나가는 것이기도, 안으로 들어서는 것이기도 하며 지금 서 있는 곳을 인지시키기도 한다.

그의 전시명이 ‘잊히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 듯 또렷하다’ ‘음식 맛이 조금 싱거운 듯하면서 맛이 있다’ ‘나무가 빽빽이 우거져 무성하다’ ‘사물이나 사람의 생김새나 됨됨이가 마음이 끌리게 그럴듯하다’ 등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는 형용사의 어근이자 ‘바둑판의 가로세로 각각 제3선이 만나는 네 귀의 점’을 일컫는 ‘삼삼’인 이유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이슬기 작가
개인전 ‘삼삼’에서 ‘K(계란코)에 대해 설명 중인 이슬기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이슬기 작가
이슬기 작가 개인전 ‘삼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이슬기 작가
이슬기 작가 개인전 ‘삼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이슬기
이슬기 작가 개인전 ‘삼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이슬기
이슬기 작가 개인전 ‘삼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이슬기 작가
이슬기 작가 개인전 ‘삼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이슬기 작가
이슬기 작가 개인전 ‘삼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이슬기 작가
이슬기 작가 개인전 ‘삼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이슬기 작가
이슬기 작가 개인전 ‘삼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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