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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팬心없이 봐도 재밌다… 팬이면? 더.할.나.위.없.고!

[#OTT] 웨이브 웹 예능 '나만 없어 ,카라', 멤버들의 속내
솔직당당, 당황, 요절폭통 여행기

입력 2024-06-26 18:30 | 신문게재 2024-06-2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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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사진제공=RBW)

엉덩이 춤으로 일본 열도를 사로잡았던 카라(KARA)의 팬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티빙, 왓챠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조폭인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이하 조폭고)의 한 장면. 주인공의 친구가 정답이 ‘소녀시대’인 그룹을 설명할 때 10대인 친구들은 “그런 그룹이 있었어?”라며 되묻는 걸 간과하면 안된다. 한 유튜브에서 아저씨와 오빠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원빈이 나오자 이나영과 결혼한 꽃미남 배우를 떠올리면 당신은 아재다. 하지만 그룹 라이즈를 떠올린다면 후자랄까.

걸그룹 카라는 최근 버닝썬 수사의 숨겨진 조력자로 다시금 회자되는 故구하라가 소속된 ‘왕년의 언니들’이다. 데뷔할 때 10대 중반과 20대 초반의 푸릇함을 장착했던 이들은 30대 중반이 돼서야 처음으로 함께 해외여행을 떠났다. 웨이브 ‘나만 없어, 카라’는 치솟는 인기와 더불어 멤버 각자의 활동으로 해외를 밥먹듯이 오갔지만 ‘완전체’로는 단 한번도 함께 하지 않았던 카라 멤버들의 첫 해외 여행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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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의 승부욕을 고스란히 드러냈던 수영장 신. (사진제공=웨이브)

 

올해 3월 공개된 이들의 여행기는 데뷔 15주년을 기념하면서 코타키나발루로 떠난 다섯 멤버들의 이야기다. 리더 박규리를 빼고는 여행을 가는지 모르고 한 식당에 모인 이들은 익숙한듯 자신들이 원하는 메뉴를 시킨다. 니콜이 하이볼을 시킨다면 막내뻘인 강지영과 허영지는 안주가 될 만한 걸 고르는 식이다. ‘걱정인형’인 한승연은 데뷔 후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사실에 모기와 각종 액티비티의 위험함을 강조한다. 다이어트를 의식해 새모이 만큼의 음식, 거기다 이슬만 먹고 카메라 앞에서 세상 예쁜 것만 보여줄 것 같은 걸그룹의 이미지를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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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휴가를 즐기는 방법도 다양했다. 진솔한 속내와 울음터지는 진부한 모습 대신 완전체 해외여행의 사랑스러움을 강조한 ‘나만 없어, 카라’. (사진제공=웨이브)

 

첫 만남부터 거칠 것 없는 알콜 욕구를 발산하던 이들에게 느껴지는 건 연예계 ‘짬밥’이 아닌 인간 본연의 모습이다. 일본에서 식지 않은 인기를 구가 중인 막내 강지영이 하루 늦게 도착하는 것만 빼고는 모든 게 완벽하다. 각자가 배정받은 방에 자신의 이름을 환영인사로 올려놓은 대나무 장식을 멤버들 저마다의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도 가감없이 담긴다.

소중하게 셀카로 남기는 멤버가 있는가 하면 자신이 쉬기 편하게 치우는 사람도 있다. ‘나만 없어, 카라’의 편집은 그 과정이 어떻든 카메라 앞에 익숙하고 또 가감없는 성격을 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쿠지에서 내일을 위해 몸을 담그는 사람, 자신의 메이크업 지우기 과정을 공개하는 사람, 기꺼이 내일 일정을 위해 꿀잠에 드는 사람까지 제각각의 모습을 고스란히 공개한다.

단체카톡방에 올리는 미션은 그저 단체 일정을 위한 모임 시간 뿐이다. 그 사이에 멤버들은 어색했던 사람과 아침을 먹거나 평소 로망이었던 새벽 등산에 나선다. 사실 카라는 데뷔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데뷔 당시 같은 소속사였던 핑클의 후광을 이어나갈 거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무명의 세월이 길었다. 과거 한 예능에서 한승연이 공식 스케줄로 인해 출석부 서류를 낼 때 받았던 설움은 지금도 회자될 정도다. 가수인지 몰랐던 학교에서 여러 번 확인하며 무시를 받았던 것. 메가히트곡 ‘미스터’ 이후 치솟은 팬덤은 교내 캠퍼스를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 였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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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과 흥 모든 것이 빠지지 않았던 카라의 모습.민낯과 파자마 모습도 공개해 몰입도를 높였다. (사진제공=웨이브)

 

‘나만 없어, 카라’에서 의외의 멤버는 니콜이다. 인형같은 외모의 박규리가 활동 내내 여러 이유로 혼자 활동했음을 이해하고 사전에 “이번 기회에 친해졌으면 좋겠다”고 손을 내민다. 시리즈 초반 조식을 나눠먹기 위해 만났으나 뭔가 어색한 기류는 연출이 아니다. 10년 넘게 활동했지만 곁을 내주지 않던 언니에 대한 서운함 그리고 쉽게 다가가지 못한 자신에 대한 반성이 교차하는 부분이다.

다른 멤버들에게도 기꺼이 손을 내민다. 교포 출신에 영어가 능숙하고 깍쟁이 같던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다. 다들 스노쿨링에 빠질 때 바나나보트를 타고 싶은 멤버를 챙기고 다들 잠든 새벽에 일어나 기꺼이 산에 함께 올라주는 배려가 돋보인다.

시리즈 말미에 게임으로 인해 빈익빈 부익부로 나뉜 선물찬스는 이 프로그램의 백미다. 각자가 받은 봉투에는 한화로 약 2000원부터 30000원 사이의 금액이 들어있다. 이 돈을 마니또로 뽑은 상대방에게 선물해야 하는 찰나 각자의 MBTI가 돋보이는 선택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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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 멤버들 중 숨겨진 매력 발산은 오롯이 니콜의 몫이다. (사진제공=웨이브)

 

무엇보다 왕성한 이들의 활동은 ‘나만 없어, 카라’를 보게 만드는 치트키다. 2세대 K팝 걸그룹을 대표하는 그들은 내달 신곡을 발매할 예정이다. 다섯 멤버는 지난 2022년 11월 데뷔 15주년을 기념하는 스페셜 앨범 ‘무브 어게인’(MOVE AGAIN)으로 7년6개월 만에 다시 뭉쳐 활동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이로서 카라는 2000년대, 2010년대, 2020년대 음악방송에서 모두 1위에 오른 최초의 걸그룹이 됐다. 

친근함과 귀여운 이미지로 큰 인기를 끌었던 카라는 2013년 1월에는 한국 여성 가수 중 처음으로 도쿄돔에서 콘서트를 열었고 오는 8월 도쿄와 오사카에서 콘서트 ‘카라시아’(KARASIA)로 무대에 선다. 그 끈끈함을 담은 ‘나만 없어, 카라’의 하이라이트는 각자가 가져온 보물상자다. 

여기에는 활동초기 한 팬에게 받은 500원짜리 앨범도 있다. 배고플 때 뭐든 시켜먹으라는 뜻으로 소중히 담긴 동전의 빈 자리는 이들이 얼마나 알차게 팬들의 마음을 만끽했는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지금은 하늘의 별이 된 구하라의 존재는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각인된다. 여전히 아름답고 장난 잘 치는 모습으로 구하라를 멤버들은 펑펑 흘리는 흐느낌 대신 즐거웠던 순간으로 추억한다. 한 두 방울의 눈물이 더욱 진하게 가슴에 박히는 건 그래서다. 

나만 없어, 카라
털털한 멤버들의 성격을 고스란히 담은 연출력이 돋보이는 ‘나만없어, 카라’의 한 장면. (사진제공=웨이브)

 

동시에 ‘나만 없어, 카라’는 그 어떤 걸그룹도 하지 못했고 가려졌던 K팝의 위대함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멤버들은 여전히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길을 간다. 생활이 궁핍하고 관심이 아쉬워 완전체로 컴백한 모양새가 아니다. 작금의 트와이스, 뉴진스가 도쿄돔을 장악하기에 앞서 카라의 팬덤이 있었음을 보는 내내 감사하게 만든다. 그들은 빛나고 여전히 아름답다. 그 어떤 것도 대체 할 수 없는 오롯한 사랑스러움으로.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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