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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100] ‘햄릿’에 ‘지금 대한민국’을 더해! 공주가 된 국립극단 ‘햄릿’

[Culture Board] 연극 '햄릿'

입력 2024-06-24 18:00 | 신문게재 2024-06-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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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국립극단 햄릿(2024) 홍보사진01
연극 ‘햄릿’(사진제공=국립극단)

 

손진책 연출, 배삼식 작가, 이호재, 전무송, 박정자, 손숙, 김재건, 정동환, 김성녀, 길용우, 손봉숙, 남명렬, 박지일, 정경순, 길해연, 이항나 등 베테랑 배우들과 젊은 햄릿 강필석·이승주, 오필리어 에프엑스(fx) 루나, 호레이쇼 박윤희와 정환, 레이티즈 이충주·양승리 등 젊은 배우들이 함께 꾸리는 ‘햄릿’ 공연이 한창인 때 또 하나의 ‘햄릿’(7월 5~29일 명동예술극장)이 무대에 오른다.

2001년 정진수 연출의 원작 그대로의 ‘햄릿’, 2007년 독일 만하임 국립극장 예술감독을 역임한 옌스-다니엘 헤르토크 연출로 칼 대신 총을 든 ‘테러리스트 햄릿’에 이은 국립극단의 세 번째 ‘햄릿’이다. 

[사진1] 국립극단 햄릿(2024) 홍보사진01
연극 ‘햄릿’(사진제공=국립극단)

 

이번엔 공주 ‘햄릿’이다. 마냥 착하고 아름답기만 한 공주가 아닌 악에 받쳐 미쳐가는 청춘이다. 2020년 국립극단 창립 70주년 기념작으로 제작됐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상으로만 관객들을 만났던 작품으로 햄릿 공주 역의 이봉련이 2021년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손진책 연출의 2022년 ‘햄릿’에서 호레이쇼로 출연했던 김수현이 표현하는 클로디어스도 볼거리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정진새 작가가 각색하고 부새롬 연출이 윤색까지 도맡았다. 지금 시대에는 이해할 수 없지만 대단한 원작이기 때문에 그대로 수용하기 보다는 동시대 관객들과의 소통을 위해 파격적으로 각색된 ‘햄릿’이다.

지금과는 맞지 않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적 요소 등은 왕위계승자 햄릿을 ‘공주’로 설정하면서 변주된다. 검투에 능한 해군 장교 출신의 당연한 왕위계승자 햄릿 공주와 선왕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조사위원회를 거쳐 왕위를 계승한 클로디어스(김수현), 그와의 재혼으로 딸 햄릿을 광기로 몰아넣는 거트루드(성여진), 햄릿이 사랑하는 오필리어(류원준), 충신이자 친구 호레이쇼(김유민) 등 같은 등장인물이지만 복수극 보다는 청춘의 기록에 집중한다.

[사진1] 국립극단 햄릿(2024) 홍보사진01
연극 ‘햄릿’(사진제공=국립극단)

 

극은 클로디어스와 햄릿을 통해 국가 개발과 경제 발전을 주도했던 기성세대와 그들이 다진 선진국 주역으로 살아가는 동시에 그들이 만들어지고 심화된 부조리에 부서져 가는 젊은 세대의 간극을 부각시킨다. 더불어 선과 악의 명백한 경계도 없다. 햄릿과 갈등한다고 무조건 악인으로 그려지기 보다는 그들의 선택과 결단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인물들 저마다가 추구하는 명분과 사리를 통해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심리와 본성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편향된 진상조사로 진실을 왜곡하거나 일면만을 부각시키며 반복되는 진상조사위원회, 그에 미쳐가는 젊은 세대 햄릿과 스스로가 계획한 음모에 파국을 맞는 클로디어스 등을 통해 혐오와 갈라치기로 얼룩진 ‘지금 대한민국’을 담는다. 
극 중 연극배우의 대사처럼 “시대의 거울”로서 “예나 지금이나 본성을 거울에 비쳐 옳은 것은 옳은 대로, 어리석은 것은 어리석은 그대로 보여주면서 시대의 본질을 생생하게 나타내는 일”인 연극 ‘햄릿’은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세종예술의전당(8월 9일~10일), 대구 수성아트피아(8월 16일~17일) 등 전국투어에 나선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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