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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2024서울국제도서전, ‘걸리버 여행기’ 속 완벽한 유토피아 후이늠을 꿈꾸며

[Culture Board] 제66회 서울국제도서전

입력 2024-06-24 18:30 | 신문게재 2024-06-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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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
2024 서울국제도서전 포스터(사진제공=서울국제도서전)

 

“개최 장소가 지난해까지와 다르다 보니 규모가 줄었나 보다 하는데 물리적인 행사장 면적은 같은 규모입니다. 예산 문제로 저작권 펠로십 같은 프로그램 운영을 못하게 되고 저작권 거래 규모를 늘려잡지 못해 부스나 참가 수가 좀 줄기는 했지만 오히려 관람객들 숫자는 늘었습니다. 걱정이라면 3층에서는 처음이라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는 적지 않은 관람객들 입장 줄을 어떻게 잘 관리할까죠.”


주일우 서울국제도서전 대표의 전언처럼 제66회 서울국제도서전(6월 26~30일 코엑스 C & D1 홀) 사전예매 관람객만도 4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현재는 줄어든 예산에 맞춰 줄일 수 있는 데서는 줄이되 관객들을 만나는 일이나 행사는 줄이지 않고 진행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올해는 긴축해 수입을 늘려 가능한 적자를 내지 않는 데 집중하고 있죠. 내년부터는 실제로 부스를 차리지 못하더라도 저작권 거래를 할 수 있는 것들을 훨씬 더 늘려보려고 합니다. 한국 콘텐츠가 가진 매력들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외국에서 사람들이 올 수 있게 하는 등 대책을 강구 중이죠. ”
 

서울국제도서전
2024 서울국제도서전 포스터(사진제공=서울국제도서전)

다양한 축제를 비롯한 문화이벤트의 지속가능성은 늘 무언가에 발목이 잡히곤 하고 생존의 고민은 깊어진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이 후원하는 서울국제도서전 역시 수익금 정산과 관련해 지난해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갈등을 빚어오고 있다. 결국 문체부 지원이 일절 없는 도서전을 개최하게 된 데 대해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도 “걱정한 것에 비해 아직은 순조롭다”고 밝혔다.


국내외 출판인들과 작가, 독자 등이 한데 모여 드는 국내 최대 도서 축제에는 19개국 452개사(국내 330, 해외 122)가 참가하고 185명(국내 151, 해외 34)의 작가 및 연사가 참여해 450개 프로그램을 꾸린다.

올해 도서전 주제는 ‘후이늠’(Houyhnhnm)이다. 영국작가 조너선 스위프트(Jonathan Swift)의 1726년작 ‘걸리버 여행기’ 제4편에 등장하는 말 종족이다. 걸리버가 네 번째 여행지에서 만난 후이늠은 “질서정연하고 합리적이고 현명하며 정확하게 말하고 공정하게 행동하는”, 거짓말, 불신, 전쟁, 침략, 약탈, 살인, 심술, 무지, 고집, 야비, 잔인, 사악, 교활 등 인간의 부정적인 측면이 전혀 없는 종족이다.

주일우 대표는 “우크라이나에서도, 중동에서도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2, 3년씩 이어지고 있고 전쟁을 비롯해 이 사회에 존재하는 위기들을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는 의미에서 ‘걸리버 여행기’의 네 번째 나라를 끌고 왔다”고 밝혔다.

“1700년대에 조너선 스위프트가 이성적인 어떤 생물들이 사는 네 번째 나라라면 좀 다른 해법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하면서 고민했던 데서 착안했습니다. 후이늠의 세상을 만들면 전쟁을 그칠 수 있을까? 유능한 인공지능은 우리 미래에 후이늠이 되어 줄 것인가? 후이늠의 세계가 해법이 아니라면 우리는 어떤 미래를 그려야 할까? 등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습니다.”

 

걸리버 표지1
김연수 작가가 새로 쓴 ‘걸리버 유람기’ 표지(사진제공=서울국제도서전)

 

책을 통해 ‘세계의 비참’을 줄이고 ‘미래의 행복’을 찾는 여정을 떠나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주제에 따른 주제도서는 김연수 작가가 새로 쓰고 강혜숙 작가가 그린 ‘걸리버 유람기’다. 1909년 육당 최남선이 한국 현실에 맞게 쓴 1, 2부 소인국과 거인국 이야기에 3, 4부를 붙여 완성했다.

김연수 작가는 “이번 도서전에서 소개하는 ‘걸리버 유람기’는 원작을 그대로 옮긴 것이라기 보다는 2024년 한국의 시점에서 다시 쓴 여행기”라며 “걸리버와 홍길동이 만난다는 상상을 했다. 홍길동이 염원하던 이상사회가 ‘걸리버 여행기’의 마지막 부분을 새롭게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서울국제도서전
2024 서울국제도서전 포스터(사진제공=서울국제도서전)

“300년이 지난 시점이지만 ‘걸리버 여행기’에서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인류의 문제를 보고 있으면 지금의 문제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굉장히 문제적으로 다가왔죠. 지금도 이대로라면 우리 시대에서 세상이 끝날 것이라고 말들을 합니다. 300년 전 조너선 스위프트도 그랬지만 그 절망을 이겨내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세상은 존재하고 있음을 보고 오히려 희망 같은 게 생겼습니다. 우리에게 절망을 이겨내는 힘이 있구나 깨달았죠. 책이라는 존재가 인간이 경험할 수 없는 긴 시간을 경험하게 해줌으로서 협소한 시공간에 갇힌 우리의 시간을 좀 넓게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후이늠’을 주제로 한 ‘걸리버 유람기’, 리미티드 에디션 ‘후이늠-검은 인화지에 남긴 흰 그림자’ 출간을 비롯해 주제 전시 및 강연, 세미나를 진행한다. 더불어 주빈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스포트라이트 컨트리 오만·노르웨이 문화 프로그램 및 강연, 모리 카오루 특별전 ‘신부이야기’, 일러스트레이터스 월 ‘여름의 드로잉’ 그리고 매년 진행하는 ‘BBK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과 출판사에서 직접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이 즐비하다 .

그렇게 2024 서울국제도서전은 완벽한 절제와 조화 속에 살고 있는 ‘걸리버 여행기’ 속 유토피아 후이늠을 통해 전쟁과 불평등이 지속되고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는 지금에 질문과 고민할 거리를 던진다. 인간인 우리가 한계를 극복하고 좀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이런 존재인 인간의 모습으로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사회·나라·미래를 만들 수 있을까, 좀 덜 바꾸고 더 많이 이해하면서 긴 평화와 생존을 향해 갈 수 있을까…300년 전 조너선 스위프트가 그리고 걸리버가 괴로워하며 고민했던 물음들이 지금 우리 앞에 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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