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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아이 공부는 아이의 문제, 부모가 선 넘으면 안되죠"

[맘 with 베이비] 조윤성 호주 PGA 정회원·56만 골프레슨 유튜버
"오늘 하루를 의미있게 살면서, 늘 근사한 도전을 꿈꾸세요"

입력 2024-06-25 07:00 | 신문게재 2024-06-2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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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씨는 호주 PGA 정회원이자 KPGA 챔피언스투어 멤버, 그리고 56만 30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이다. 최근에는 <인생의 방향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라는 에세이를 출간했다. 프로골퍼와 유튜버로 모두 성공했지만, 사실 그는 인생의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수학강사로 일하다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가 난데없이 프로 골퍼가 되기로 다짐하고 독학을 시작했다. 그렇게 10년을 준비했지만 계획대로 안 돼 절망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선택을 신뢰하고 매진한 결과, 목표한 바를 이뤄냈다. 

 

 

- 수학 강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계기가 궁금합니다. 유학은 왜 갑자기 떠나셨는지요.

“수학강사는 사실 봉사활동으로 시작했습니다. 교회 누나가 복지관에서 아이들 함께 가르치자고 권하기에 흔쾌히 수락했어요. 한 달 후 수고했다며 보수를 주셨는데 생각보다 괜찮더라고요. 그렇게 복지관에서 가르치다 보니 보습학원에서, 또 입시학원에서도 강의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인기도 많고 돈도 괜찮게 벌 수 있었지만, 정작 제 삶의 목표와는 맞지 않았습니다. 제가 원하는 걸 하면서 살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호주로 떠나게 됐습니다.”


- 5년 정도를 예상하고 떠난 호주에서 20여 년을 지냈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으로 골프를 공부했다고 들었습니다.

“한 달쯤 지났을 무렵부터 골퍼의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무모해 보일 수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분석한 결과였습니다. 적성에 맞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예체능 계열을 좋아하는데 음악, 미술은 경제적으로 성공하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렇게 골프가 떠오른 것입니다. 호주는 골프 비용이 한국보다 저렴하고 50대 프로 골퍼도 많으니 20대 후반인 제가 도전해 볼 만하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가진 것도, 이룬 것도 없었던 제가 스스로 인생의 방향을 크게 바꿀 만한 무언가를 간절히 찾은 결과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 적지 않은 나이에 갑자기 프로 골퍼가 되겠다고 했을 때, 주위 반응이 좋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 포기하지 않도록 주변 사람들에게 계획을 알렸습니다. 당시 주변에선 ‘하고 싶은 걸 하고 사는 사람이네’라는 말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30대 정도 되면 꿈은 포기하고 처자식 부양하는 게 당연한데, 뭐 잘났다고 프로 골퍼를 한다고 설치느냐’ 라고요. 당시엔 주변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서 그런 말을 듣지 못했나 봅니다. 그들이 내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저를 전적으로 믿고 의지하는 아내에게 만큼은 ‘포기한 사람’이라고 기억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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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 독학을 하면서도 학교 졸업 후 가족을 부양하려고 다양한 일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학생비자로 호주에 갔기에 일주일에 20시간만 일할 수 있었습니다. 부부가 식당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일식당에서 주방 보조로, 아마추어 골퍼로 활동할 때는 골프장 프로숍에서 일했습니다. 한국 청소년 대상의 단기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어 아이들을 돌보기도 했고, 골프 유학생들을 맡기도 했습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해 부동산 중개소를 개업하기도 했어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하는 그 외의 시간에만 제 꿈을 추구했습니다.”


- 포기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을텐데,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골프에 재능이 있다고 느낀 적이 없습니다. 훌륭한 체격에 재능이 뛰어난 프로 지망생을 보면서 ‘나는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기도 했습니다. 골프가 너무 안 돼 절망한 날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절망의 밤을 보낸 다음 날 아침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할 수 있다’, ‘해 보자’ 생각하며 하루를 힘차게 시작했습니다. 절망감을 오래 끌고 가지 않았던 걸 보면, 저는 회복탄력성이 높은 편인 것 같습니다.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초등학교 5학년 때 시골의 할아버지 댁에 맡겨졌습니다. ‘왜 이렇게밖에 살 수 없나?’, ‘내 인생이 이대로 묻혀 버리면 어떻게 하지’ 하는 두려움이 늘 있었습니다. 고시원에서 재수하고 돈도 벌면서 어렵게 공부한 끝에 동국대학교에 진학했습니다. 제게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처음 맛보게 해 주었습니다.”


- 56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입니다. 아내, 딸을 가르쳐 주는 콘셉트로 인기인데,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가 있었을까요.

“봉사활동을 위해 필리핀에서 1년 가까이 지내다 브리즈번으로 돌아왔을 때, 골프 레슨을 시작한다는 광고를 해야 했는데 광고비가 너무 비쌌어요. 고민 끝에 유튜브에 알리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해 구독자가 18만 명쯤 됐을 때부터 아내를 가르치는 영상을 올리게 됐습니다. 골프장에서 2시간 가량 영상을 찍고, 10분 정도 남는 시간에 아내에게 레슨을 했습니다. 그 때 찍은 영상은 편집도 않고 일상 브이로그나 가족들을 찍은 영상을 올리던 계정에 올렸습니다. 그 영상이 화제가 돼 관련 콘텐츠를 메인 채널로 가져오게 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내와 딸을 어떻게 가르칠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저도 처음엔 울컥 화가 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 심리를 들여다보니, 제가 선을 넘고 있었습니다. 골프 레슨을 해 주고 있지만, 잘하고 못하는 것은 아내의 문제였습니다. 부모와 자녀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치더라도 이걸 배워서 잘하고 못하는 것은 아이의 일입니다. 아이가 해 나갈 일인데 부모가 답답해하고 개입하고 화까지 내는 것은 부모가 자녀에게 갖춰야 할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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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는 어떻게 하면 잘 칠 수 있을까요.

“저는 기술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부분을 이야기합니다. 자기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인 스윙이 괜찮은지 꼭 확인받으려는 분들이 있습니다. 골프는 함께 하는 운동이라 ‘내가 스윙을 이렇게 하는 걸 남들이 어떻게 볼까’, ‘내가 잘 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며 남의 평가에 신경을 씁니다. 그 두려움을 털어 버릴 수 있다면 골프를 잘 칠 수 있습니다. 그런 불안감을 잘 이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잘하지 못한다면 망신을 당하니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느 분야에서도 다 적용이 됩니다. 연습을 열심히 할 수 있게 되겠지요.


- 최근 에세이집을 출간하셨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요.

“‘아직 늦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면, 이루고자 하는 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가 되길 바랍니다. ”


- 앞으로 어떤 미래를 꿈꾸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인생은 높은 정상을 정복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넘어야 할 산을 직면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래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오늘 하루를 의미 있게 사는 게 좋습니다. 제 앞엔 언제나 근사한 도전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지금 당장은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저는 매일 운동하고 골프연습하고 책 읽고 강연 자료 준비하며 하루를 보람 있게 삽니다. 매일매일을 꽉 차게 사는 것이 제 인생의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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