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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아이 낳기만 하면 특별대우 받는다는 믿음 심어줘야"

[맘 with 베이비] 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입력 2024-06-18 07:05 | 신문게재 2024-06-1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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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59명, 우리나라 전체 합계출산율은 0.72로 추산된다.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아이 한 명을 채 낳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뛰어넘은 지도 오래다. 한국이 곧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말이 현실로 다가온다. 윤석열 정부는 합계출산율 1.0 회복을 목표로 설정했지만, 쉽지 않은 과제다. 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지금은 ‘국가비상사태’”라며 “국가 차원에서 인구 절벽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 출생의 원인으로 일과 육아 병행의 어려움, 육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들었다. 또 양성평등을 이뤄내는 데 필요한 것은 ‘남성의 참여’라고 강조했다. 허명 회장을 만나 저출생 문제의 원인과 대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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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저출생의 원인으로 일과 육아 병행의 어려움, 육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들었다. 또 양성평등을 이뤄내는 데 필요한 것은 '남성의 참여'라고 강조했다.(한국여성단체협회 제공)

 


 - 먼저 간단한 본인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허명입니다. 2021년부터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1975년 독일로 건너가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교육학 학사·석사학위를 받았고,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여성항공협회 회장, 사단법인 밝은미래 이사장 등으로 활동했습니다. 현재 서울시 명예시장, 서울시 탄생응원서울 정책자문단 위원장, 대한적십자사 특별자문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직능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 지난 8월 여성분야의 서울시 명예시장으로 위촉됐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 또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지 소개해 주십시오.

“감사함과 무거운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민선 8기 비전인 ‘동행 매력 특별시 서울’의 실현을 위해, 54개 회원단체와 500만 회원으로 구성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또한 ‘동행 메이트’로써 양성평등 가교에 충실히 임하려고 합니다.”



-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1959년 창립 이래 대한민국 모든 여성의 지위향상과 권익신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협의체입니다. 54개 회원단체와 17개 시·도 여성단체협의회로 구성된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단체입니다. 회원 수는 500만 명 정도입니다. 지난 65여 년간 여권신장과 여성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여성의 지위 향상, 여성 인력의 활용, 여권신장, 여성 교육의 중요성을 각성시키는 일에 매진했으며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여성 문제를 다루는 여성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탄생응원서울프로젝트’ 정책자문단 위원장도 맡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서울시 탄생응원서울 정책자문단 위원장으로서, 여성·가족 정책에 대한 전문적인 의견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출산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시민의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 제안을 하고자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지난 5월에 서울시민을 실제로 만나 결혼, 출산 및 양육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으며 서울시 저출생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6월에는 간담회에서 나온 서울시민의 의견을 바탕으로 전문가를 모시고 포럼을 진행해 더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저출생 대응 방안을 마련해보고자 합니다.”



- 여성단체에 대해 부정적 혹은 비판적인 시선이 많습니다. 일부 2030세대 청년들은 여성단체의 주장이나 건의를 ‘여성 우월주의’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2030세대의 여성 우월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해소하려면 여성의 권리와 평등을 논의할 때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성단체의 주장이나 건의가 사회 전체의 공정성과 직결되는 것으로 이해시키고, 남성과의 협력과 소통을 강조하여 더욱 포용적인 접근을 취해야 합니다.”



- 정부와 여성 단체 등에서 남녀 차별 해소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양성평등주간을 선포해 인식 개선을 한다거나 젠더 관련 범죄 예방을 위해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은 다소 부족해 보입니다.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까요.


“젠더 간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여성단체 간 협력 강화와 함께 육아휴직 및 유연근무제 확대와 같은 실질적인 제도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성차별적 관행과 인식을 교육과 홍보를 통해 변화시키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로 심각한 수준이지만 사람들은 잘 체감을 못하는 것 같습니다.

“국가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작년에 0.72명의 역대 최저치로, 2022년의 0.78명보다 더 낮아졌습니다. 작년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내려왔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인구 절벽에 대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 저출산의 원인으로 여성의 경력단절, 여성에게 쏠린 가사 노동 등이 있습니다. 저출산의 근본 원인과 해결 방안이 궁금합니다.

“저출생의 대표적인 원인은 일과 육아 병행의 어려움, 육아로 인한 경제적 부담입니다. 현재 청년은 결혼이나 출산보다 개인의 직업과 경제적 성취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취업 준비 기간 장기화, 고용 불안정성, 높은 주거비용 등으로 결혼·출산을 포기하게 됐습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성만이 아닌 국가와 사회 전체의 문제 인식 홍보와 교육이 필요합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국가와 사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는 인식을 홍보하고, 아이를 낳기만 하면 국가와 사회의 특별한 대우를 받게 된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제도 마련과 사회적 합의를 위한 지속적이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전개해야 합니다.”



- 일하고 싶은 여성을 위한 사회 시스템이 여전히 부족합니다. 30대 고용률은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30대 여성의 고용률이 낮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육아휴직, 유연근무제의 활용을 촉진하고, 직장 내 성차별을 근절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여성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원과 투자 또한 필요할 것입니다.”



- 엄마도 당연히 일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선배 엄마로서 경력 보유 여성들이 힘낼 수 있도록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엄마도 자유롭게 일하고 가정과 직장을 균형 있게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여성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고, 가족과 일의 균형을 잘 조절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희망합니다. 양성평등 인식의 전환도 절실합니다. 이를 이뤄내는 데 필요한 것은 ‘남성의 참여’입니다. 양성평등은 누군가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권한을 강화하면서 남성의 권한을 박탈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남성을 희생하거나 이들을 배제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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