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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빙산에서 굶어 죽는 북극곰… 도시의 열섬에 갇힌 사람들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제프 구델의 '폭염 살인'

입력 2024-06-22 07:00 | 신문게재 2024-06-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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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2023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한 해였다. 올해는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쉴 새 없이 화석연료를 태우니 이산화탄소 농도가 더 높아졌고 엘니뇨 현상까지 지구온난화를 부채질했다. 뜨거워 지는 바다도 한 몫 했다. 더위와 가뭄에 전쟁까지 겹쳐 전 세계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 책은 참혹한 기후 재앙의 현장을 취재해 온 ‘기후저널리스트’가 현실과 미래에서 우리가 맞닥뜨릴 ‘폭염의 시대’를 조망한다. 폭주하는 더위가 어떻게 우리 삶을 파괴하는지, 그 미래가 어떨지,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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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살인|제프 구델|웅진지식하우스

  

◇ 여름의 낭만은 끝났다

‘기후위기의 피난처’ 대서양 북서부 연안도 이제는 ‘열돔’(heat dome) 현상에 포틀랜드의 경우 45.5℃까지 치솟는 등 폭염이 일상화되고 있다. 저자는 “이제 여름의 낭만은 끝났다”고 단언한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 온도는 1.2℃가 높아졌고, 21세기 말이면 3.3℃ 혹은 이상까지 우려했다.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머무는 시간은 수천 년이라, 당장 배출을 멈춘다 해도 대기는 좀처럼 식지 않는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해도 온난화 이전으로는 돌아가지 못한다. 추가 진행을 막을 뿐이다. 저자는 “더위야말로 지구를 아비규환으로 몰아넣는 재앙”이라고 말한다. 극단적인 더위는 사람과 동식물, 일자리와 부, 질병의 대이동을 부른다. 그 결과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가혹하지만 부자들도 한계가 있다. 저자는 “폭염이 더 강력하고 빈번해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평등하게 폭염의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말한다.


◇ 걷잡을 수 없는 죽음의 연쇄반응

인간은 몸을 데우고 식히는 기발한 방법들을 진화시켰고, 이것이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것이 무색할 정도로 최근 지구 온도는 계속 올라만 간다. 체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인간의 생리적 반응은 더 극적으로 진행된다. 체온이 40.3~41.1℃에 달하면 발작이 일어나고, 41.6℃를 넘으면 우리 몸의 모든 세포와 근육이 망가진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가 가속화하면서 ‘도시 열섬’ 효과가 기후변화 자체보다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지난 40년 동안 도시 지역에서 더위가 초래하는 위험은 3배가 늘었고, 그런 위험에 노출된 사람만 17억 명에 이른다. 기후변화는 더위와 홍수, 인프라 마비, 철거민 문제 등 도시에 내재한 위험을 더욱 가속화한다. 저자는 “이제 도시가 누구를 위해 지속되어야 하는지가 진짜 문제”라고 지적한다.


◇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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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0년간 과학자들이 추적한 4000종의 동물 중 생식과 먹이를 찾아 분포지가 바뀐 동물이 40~70%에 이른다. 육상 동물들은 10년마다 거의 20㎞를 이동하고, 해양생물은 이보다 4배가 빠르다. 저자는 사람들이 가장 위험하다고 말한다. 자신들의 ‘적응력’을 과도하게 믿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20~30년간 지구 온도가 1.5℃ 오르는 것과 한여름의 폭염으로 지금 당장 10~15℃ 오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더위를 피해 남동아시아에서 이주한 사람이 800만 명이 넘는다. 아프리카에서 2030년이면 7억 명이 고국을 떠날 것으로 전망된다. 식량과 물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더위를 피해 도망갈 곳이 없다. 이민 자체도 이젠 ‘목숨을 건 도박’이 되고 있다. 미국 국경순찰청은 ‘오를로브스키’라는, 가장 무더운 지역의 경계만 느슨하게 함으로써 더위를 ‘무기화’하고 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 폭주하는 더위… 인류 모두가 공범이다

1984년 과학자 린다 먼스는 “지구 평균 기온이 약 1.5℃ 오르면 35℃ 폭염이 5일간 지속될 확률이 3배나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1988년에는 ‘기후과학의 대부’ 제임스 핸슨이 지구 온도 상승의 가장 명백한 징후로 ‘폭염’에 초점을 맞추었다. 저자는 북극의 온난화가 4배나 빠르게 진행되면서 극지방과 열대지방 사이에 ‘기온 경사’가 나타나 제트기류를 변형시키는 것이 폭염의 큰 이유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그러면서 이런 사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묻는다. ‘누가 화석연료를 태우고 폭염을 일으켜 사람을 죽게 했는가’ 하는 질문은, 사람을 죽인 그 총의 방아쇠를 실제로 당긴 것은 누구인가 하는 질문과 같은 차원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말한다. 엑슨 모빌 같은 기업이 극단적인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에게 법적인 책임을 지는 모습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식량 공황이 불러올 참혹한 미래

 

폭염 2

 

우크라이나 사태로 밀 공급 등이 차단되면서 전 세계는 ‘식품 공황’에 빠졌다, 이미 2019년 이후 3억 4500만 명이 식량 불안전에 맞닥뜨려 있으며, 2022년에는 45개국에서 5000만 명이 기근 직전에서 근근이 생을 이어가고 있다. 2050년 거의 100억 명에 이를 인구를 먹여 살리려면 인도의 거의 2배에 맞먹는 숲과 초원, 습지가 새로운 농지로 개간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구 평균기온이 1℃ 오를 때마다 옥수수는 7%, 밀은 6%, 쌀은 3%씩 수확량이 줄어든다. 옥수수 생산이 줄면 수 많은 식료품에 고기 값도 크게 오를 수 밖에 없다. 2010년 ‘아랍의 봄’처럼 물가 상승이 정치화할 수도 있다. 변형작물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지만, 거대 종자회사들의 독점이 식량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저자는 “날이 더워지면 사실상 끝”이라고 말한다.


◇ 바다의 사막화, 가장 치명적인 시나리오

물이 뜨거워지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몰살하고 크릴 같은 작은 유기체들도 굶어 죽어 바다 전체의 먹이사슬이 교란된다. 그런데 바다가 너무 빠른 속도로 데워지고 있다. 표면에서 1.6㎞ 정도의 물이 데워지는 속도가 1960년대 이후 2배로 늘었다. 2022년까지 4년 연속 바다 기온이 최고치를 경신했다. 현재 바다에 더해지는 열의 양은 전 세계인이 밤낮으로 100대의 전자레인지를 돌리는 양과 맞먹는다고 한다.

앞으로 25년에 걸쳐 바다는 전례 없는 상태로 변화할 것이란 전망이 있다. ‘바다 속에 산불이 난 것과 같다’는 표현까지 나온다. 해양 폭염은 수많은 생물체가 더 차가운 물을 찾아 떠나게 만든다. 이런 이주는 수중 생태계는 물론 어업인의 삶까지 급격히 변화시킨다. 2100년에는 어획량이 절반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한 번 사라진 산호초를 다시 보려면 최소 1만 년은 걸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


◇ 에어컨의 안락함에 중독된 세계

 

폭염 3 KBS
KBS

 

저자는 우리가 폭염을 피하려 에어컨에 과하게 의존하는 문제를 지적한다. “에어컨은 절대 냉방 기술이 아니다. 단순히 열기의 위치를 바꿔주는 도구일 뿐”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에어컨은 에너지를 엄청나게 잡아먹는다. 온실가스 오염에서 에어컨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더 많이 가동할수록 전기가 더 필요해 화석연료를 더 태워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현재 전 세계에 설치된 1인용 에어컨만 10억 대가 넘는다. 에어컨 의존도가 심해질수록 절전과 정전의 위험도 갈수록 커진다. 저자는 “20세기 후반 삶이 풍족해진 사람들이 안락함에 목을 매게 되면서, 자신들의 안락함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나 다른 종 혹은 주변 세상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 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 우리의 행동 강령

저자는 “도시부터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극단적인 더위 속에서도 살 수 있도록, 도시 개조 프로젝트가 당장 시급하다고 말한다. 더 많은 녹지대와 나무, 물과 그늘, 그리고 열을 더 잘 인지하는 도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미 지어진 건물과 도시공간을 재배치할 해법도 절실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시내 건물의 80%가 함석지붕으로 덮힌 ‘뜨거운 도시’ 파리의 새로운 시도를 소개한다.

‘파리는 파리이기 때문에 변할 수 없다’는 파리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작업은 2014년 이달고 시장 취임 이후 시작되었다. 그는 센 강 옆 도로 3.2㎞를 폐쇄하고 도로가 있던 강기슭에 공원을 조성했다. 400㎞가 넘는 자전거 도로를 깔았다. 극단적인 더위에 맞춰 파리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지금 파리에 주어진 선택지는 세 가지다. 통째로 구워질 것인가,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행동할 것인가.”


◇ 폭염 시대의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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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북극의 배핀 섬에서 굶어 죽어가는 북극곰 동영상이 급속히 퍼졌다. 저자는 국제북극곰협회 수석과학자 스티븐 암스트럽의 말을 인용해 “우리가 북극곰이 보내는 경고를 귀담아 듣지 않으면 그 다음은 우리 차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북극이 온난화되면 영구동토층에서 엄청난 양의 메탄이 방출되어 지구 온난화가 더욱 가속화할 수 밖에 없다. 과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여기에 영구동토층에 갇혀 있던 오래 전의 바이러스와 병원체로 인해 전 지구적인 펜데믹에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이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최악의 사태를 방지하고자 태양광 지구공학 기술 등을 이용해 치열한 노력이 경주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당장은 전 세계의 산업화한 국가들이 여전히 매년 36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쏟아내고 있다. 인류는 곧 녹아 없어질 지구 끝에서 위험천만한 여행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어디를 향해 가든, 우리는 지금 다 같이 하나의 여정에 올라 있다”며 함께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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