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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에너지가 곧 국력이다

[브릿지경제 신간 베껴읽기] 히라타 다케오 '세계 에너지 전쟁 지도'

입력 2024-06-08 07:00 | 신문게재 2024-06-0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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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에너지 전쟁’의 시기다. 누가 얼마나 희소한 에너지 자원을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가 ‘국력’이 되는 시대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가 천연가스와 석유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대표적인 실증 사례다. 에너지를 어떻게 확보하고 운용할 것인가에 관한 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이 책은 세계 주요국의 에너지 전략을 다루면서 궁극적으로 미래 에너지 전쟁이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 지를 조망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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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에너지 전략의 ‘3E’

나라마다 우선순위는 다르지만, 국가 에너지 전략의 핵심은 세 가지 E의 균형을 찾는 것이다. 먼저, 에너지 안전보장(Energy Security)이다. 에너지 자급도와 통한다. 미국과 캐나다, 러시아와 중동 산유국들, 그리고 노르웨이와 호주가 자립도 100%가 넘어 ‘에너지 순수출국’이다. 중국도 80% 정도이며 영국과 프랑스도 75%, 55%로 무난하다. 낮은 에너지 자급률은 곧 그 나라의 리스크다.

다음은 경제적 효율성(Economic Efficiency)이다. 얼마나 에너지를 저렴하게 조달하느냐가 최우선 과제다. 마지막은 지구온난화 대책, 즉 환경(Environment)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통제하느냐가 중요하다.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 에너지를 무기로 세계를 농락하는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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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에너지 의존도가 매우 큰 경제구조를 가졌다. 수출액에서 화석연료 비중이 58%다.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은 세계에서 손꼽힌다. 석유 수출량은 사우디에 이어 세계 2위며, 점유율은 13% 수준이다. 천연가스 수출은 부동의 1위다. 전 세계 수출량의 23%를 담당한다. 석유는 주로 중국으로, 천연가스는 대부분 유럽으로 수출한다. 러시아에게 있어 에너지는 또 다른 강력한 무기다.

푸틴 정부는 이것으로 세계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가스프롬, 로스네프트 같은 국영기업을 앞세워 세계 에너지 시장을 쥐락펴락한다. 최근 러시아는 미국과 EU를 견제하려 중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시베리아와 베이징을 잇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시베리아의 힘1’과 2를 이미 개통했거나 개통 예정이다. 풍력이나 태양광, 원자력 발전 같은 재생가능에너지는 아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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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는 러시아로 인해 유럽을 비롯한 세계 천연가스 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 ‘탈 러시아’ 재생에너지 선진국 독일


독일은 에너지 자급률이 30%에 불과하다. 일차에너지 공급량은 석유가 35%, 천연가스가 26%, 석탄이 15%, 원전이 5%, 재생가능에너지가 18%다. 소비량은 석유와 천연가스가 압도적이고 다음이 재생가능에너지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러시아에서 각각 30%, 55%를 들여온다. 그렇게 수입한 천연가스를 절반만 사용하고 주변국에 수출해 수지를 맞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비축량을 늘리고 수입선을 다변화하면서 ‘탈 원전-탈 석탄-재생가능에너지 확대’라는 에너지 대전환을 추진 중이다. 2045년 탄소중립 달성, 2050년 온실가스 감소 시작을 법제화했고, 총 17기의 원전 중 14기를 이미 정지시켰다. 재생가능에너지의 절반을 풍력으로 조달하고, 태양광으로 4분의 1, 나머지를 바이오와 수력으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풍력이 북부 해상지역에 많아 초장거리 송전망 건설이 난제다. 석탄화력발전이 여전히 압도적이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유럽 내 최대라는 점도 문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정책이 변화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탈 러시아 정책이 어느 정도 진전되느냐,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얼마나 확대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 셰일 혁명으로 에너지 자립 이룬 미국


미국은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소비량이 세계 1위다. 석탄은 생산량 5위에 소비량은 3위다. 발전량에서는 수력이 세계 4위, 풍력과 태양광은 2위, 원자력은 부동의 1위다. 2020년에 이미 에너지 자급을 이뤄냈다. 지하 2000m 이상 깊이의 세일층을 개발하면서 파나마 운하를 통한 에너지 운송 리스크까지 벗어났다.

원자력 발전 비중이 압도적이다. 가동 중인 원전이 94기, 건설 중인 원전이 2기이며 3기가 추가될 예정이다. 발전량에서 단연 세계 1위다. 소형 원자로 부문에서도 중국과의 일전이 예상된다. 다만,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지구 온난화 관련 정책이 변한다는 게 치명적 약점이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은 ‘국제협력 노선’에 기초한 ‘미국 제일주의’다.

2022년 5월에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고 원유 수입을 재개하면서 석유 부족 문제를 해결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문제가 심각해 짐에 따라 향후 외교방침의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저자는 하지만 “미국은 국가의 안정이나 에너지 안전보장, 국가 독립, 국가 안정보장, 안정 공급의 측면에서 100점에 가깝다”면서 “미국은 3E가 모두 강력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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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석유 시추 설비. 미국은 셰일 혁명을 계기로 에너지 자립국이 되었다.

 

◇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 중국

중국은 최대 에너지 수입국이다. 급속한 성장을 지탱하려다 보니 자급률이 75%까지 떨어졌다. 석탄 58%, 석유 19%, 천연가스 8% 등 화석연료 비중이 85%에 이른다. 실제 발전량도 화력이 68%로 압도적이다. 수력과 원자력이 각각 18%, 5%까지 올라왔다. 가동 원전이 50기로 세계 3위지만 건설 중인 원전이 16기로 단연 1위다. 외자 유치 덕분에 풍력발전에서는 51%로 압도적 세계 1위다. 태양광발전도 1위다.

문제는 천연가스 공급 루트다. 천연가스 대외의존도가 45%가 넘고, LNG 수입 비율도 46%로 매우 높다. 호주와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석탄 수입국에서 빠진 것도 걸린다. 이에 서부의 천연가스를 동부 해안지역으로 운송하는 ‘서기동수’ 프로젝트와 함께, 사할린의 천연가스를 연결하는 ‘사할린1’과 시베리아의 가스를 몽골을 경유해 운송하는 ‘시베리아의 힘2’ 파이프라인 등을 추진 중이다.

시진핑 주석은 2030년까지 화석 에너지 소비 비중을 대폭 낮추고, 풍력과 태양광 발전의 설치 용량을 극대화할 것을 공언했다.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시장에도 적극 뛰어들었고, 그린 본드 발행액이 세계 2위일 정도로 ‘녹색금융’도 강화 중이다. 중국은 재생가능에너지 설비 제조의 대국이기도 하다. 수력발전 설비의 70%, 풍력발전은 50%를 도맡아 두 부문 설비제조와 운영에서 세계를 석권하고 있다.

◇ 성장 뒷받침할 에너지가 시급한 인도


2050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대국을 꿈꾸는 인도는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 안정확보가 필수다. 하지만 인도의 에너지 자급률은 매년 떨어지고 있다. 전력 송배전에서는 30% 가까이나 로스가 발생한다. 석탄과 석유 수입 및 공급량은 급증하는데, 바이오매스 비율은 감소하며 ‘친 환경’에 역행 중이다. 화석연료 비중은 75%인데, 수력 풍력 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은 3%에 불과하다.

그나마 태양광발전량이 세계 4위(7%)일 정도로 태양광 잠재력은 평가를 받는다. 라자스탄주 사막에는 1000만 개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이 설비를 국경 문제로 적대적인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문제다. 풍력도 전 세계 생산량의 5%로 세계 4위지만 공급망과 인프라 부족이 걸림돌이다. 수력발전도 비슷한 처지다. 인도 정부는 바이오매스 혼합연료를 의무화하는 등 바이오매스 에너지 확대에 적극적이다.

이란과 오만에서 해저 가스 파이프라인을 연결할 구상과 함께 총 전력의 50%를 2030년까지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하고, 2070년까지 ‘넷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저자는 하지만 “인도에서 지구온난화 대책이 우선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아마도 탈 중국이나 급격한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 에너지 경제성의 우선순위를 높게 잡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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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라자스탄주 사막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사진=사진=utoimage

 

◇ ‘자립’이 목표인 세계최대 유전지대 ‘중동’

전 세계 석유 매장량 및 생산·수출량 톱 10 국가의 절반이 중동에 있다. 사우디와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다. 이란과 카타르, 사우디는 천연가스 매장량과 생산량에서도 톱 10에 포함된다. 반대로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단연 중동이다. 이란이 6위, 사우디가 9위다. 1인당 배출량은 1위 카타르부터 2~4위인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 바레인까지 톱 10 중 7곳이 중동국가다.

이란은 서방세계의 제재 탓에 풍부한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을 갖고도 애를 먹고 있다. 카타르 국경지역의 대형 가스전이 개발된다면 카타르만큼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와 가까와 우려를 낳는다. 세계 석유 매장량 3위의 이라크는 2003년 후세인 사망 후 석유 생산을 크게 확대 중이다. 이라크 수익의 99%가 석유에서 나올 정도라고 한다.

카타르는 이란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사우디 등으로부터 국교 단절을 당했다가 2021년에야 간신히 국교를 회복했고 이후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으로 자리매김 했다. 사우디는 석유 수출은 세계 1위지만 LNG는 수출 않고 있다. 이것마저 이뤄진다면 그 여파가 상당할 전망이다. 석유 의존도를 낮추려 원자로도 16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미국과 거리를 두면서 러시아, 중국과 가까와질 조짐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중동 에너지 이슈 중에는 늘 ‘초크 포인트 리스크’가 뒤따른다. 호르무즈 해협과 수에즈 운하,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야 에너지 수송이 가능하다. 언제든 공급이 끊길 위험이 상존한다는 얘기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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