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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당신은 '무대 위' 몸을 보나요? 옷을 보나요? 영화 '라스트 나잇 인 소호'

[#OTT] 영화 '라스트 나잇 인 소호'
불편하지만 적나라한, 떡잎부터 달랐던 토마신 맥켄지,안야 테일러 조이의 '미친 연기'눈길

입력 2024-05-29 18:00 | 신문게재 2024-05-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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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국내 개봉후 웨이브, 왓챠에서 볼 수 있는 영화 ‘라스트 나잇 인 소호’의 한 장면. 두 배우의 앙상블이 일품이다.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처스)

 

일단 보는 눈이 즐겁다. 최근 박스오피스 1위로 떠오른 블록버스터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에서 주인공을 맡은 안야 테일러 조이가 1960년대의 빈티지 룩을 선보이고 넷플릭스 ‘파워 오브 도그’로 팬덤을 증명한 토마신 맥켄지가 패션디자이너로서의 매력을 더한다. 21세기 런던 소호(Soho)거리를 배경으로  한 만큼 자칫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기싸움을 연상하면 곤란하다. 

엄마의 부재로 시골 할머니 손에서 자란 엘리(토마신 맥켄지)는 꿈에 그리던 유명 패션 학교에 합격하지만 그 곳의 삶은 쉽지 않다. 또래들은 모두 패스트 패션 시장에 익숙하고 부유한 부모님의 영향력을 누리고 살고 있다. 함께 어울리지만 겉도는 주인공의 모습이 익숙할 즈음 영화 ‘라스트 나잇 인 소호’는 재빨리 호러 장르로 변신할 채비를 갖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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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할리우드의 대세배우로 안착한 안야 테일러조이와 토마신 맥켄지의 극과 극 연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사진제공=유니버설 픽처스)

 

늘 자신을 걱정하는 할머니를 속이고 네온사인이 반쩍이는 허름한 건물의 꼭대기에 방을 얻은 엘리는 꿈 속에서 샐리(안야 테일러 조이)가 된 자신을 발견한다. 금발에 화려한 미모의 그는 소심한 성격에 단정한 옷차림을 고수하는 앨리와는 전혀 반대의 성격이다. 무대 위에서 춤과 노래 그리고 옷을 선보이는 게 차이일뿐. 그렇게 영화 ‘라스트 나잇 인 소호’는 두 여성의 상반된 삶을 현실과 과거로 교차시킨다.

사실 앨리는 자살한 엄마의 환영에 시달리고 있었고 꿈에서 만나는 샐리의 존재가 두렵지 않다. 되려 영감을 받아 학교 과제에 클래식하면서도 레트로적인 향수를 녹여내 호평받는다. 문제는 점점 꿈 속에서의 삶이 현실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갈색 머리를 탈색하고 꿈에서 본 비싼 흰 코트를 입으며 점차 샐리처럼 사는 그는 생활비를 벌기위해  서빙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백발의 노인(테렌스 스템프)이 자신을 유난히 주목하기 전까지 앨리의 근면한 노동은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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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가 주는 빈티지 느낌이 영화의 기괴한 공포를 배가 시킨다.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처스)

 

스릴러 팬이라면 노인의 이상한 시선은 복선이다. 샐리가 무대 위에서 유난히 남성들의 시선을 즐길 때 앨리는 되려 거울 속 자신의 패션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안야 테일러 조이가 마를린 먼로를 연상시킨다면 토마신 맥켄지는 재키 케네디를 연상시킨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존.F 케네디가 있었지만 ‘라스트 나잇 인 소호’는 그런 기시감을 당당히 깨트린다.

사실 집주인인 콜린스 부인(다이아나 리그)은 시세보다 저렴하게 방을 내주면서 ‘남자출입 금지’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앨리는 샐리의 의상을 그리면서 같은 학교인 존(마이클 아조)과 연인이 된다. 그와 뜨거운 밤을 보내면서 남녀의 뒤엉킨 신체가 침대 위에서 난자되는 환영을 보게된 그는 묘하게도 “런던에 와서 죽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말을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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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굴곡도 이미지도 전혀 다른 두 배우의 욕망 배틀은 익숙하지만 전혀 다른 매력을 뽐낸다.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처스)

 

늘 조용하게 티비만 보며 한없이 다정한 콜린스 부인의 읊조림은 영화의 중후반부, 노신사의 끈적한 시선과 대립하는데 그게 바로 이 영화의 복병이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런던을 사랑하고 그 중 1960년대를 유독 좋아한다. 화려함 뒤에 공포가 숨겨져 있는 런던은 잔혹한 만큼 아름다울 수도 있는 도시”라는 연출의 변이 그 서늘함을 가늠하게 만든다. 

사실 소호는 런던의 지명으로 과거에는 환락가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식당과 패션 전문점이 들어선 곳으로 전세계 관광객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라면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소호의 밤거리를 거닐었다. 걷다 보면 이 건물은 무엇에 쓰였던 걸까 생각하게 되고 과거의 메아리를 느끼게 된다”며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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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할 때는 에드거 라이트 감독의 신작 미스터리 공포로 화제를 모았으나 충무로에서 다져진 정정훈 촬영 감독의 프레임이 마스터피스로서의 8할을 담당했다.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처스)

 

촬영 당시는 아니지만 사실상 할리우드 대세로 자리매김한 극을 이끌지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테렌스 스탬프와  영국을 대표하는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출신으로 대영제국 훈장을 받은 다이아나 리그의 열연은 화면을 가득 채운다. 힙한 후배들의 구멍을 선배들이 그저 웃으며 채워주는 느낌이 상당하다. 이에 배우들의 시너지를 담고 날 것으로 담고 싶었던 제작진은 디지털이 아닌 35mm필름으로 박제시켰다.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의 메가폰을 잡았던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한국의 ‘아가씨’를 보고 매료당해 촬영을 맡겼다는 후문이다. ‘박찬욱 감독의 소울메이트 정정훈 촬영감독 역시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제안을 받고 사전 작업을 위해 스케줄을 조정해 영국으로 떠날 정도였다고. 독창적인 촬영 기법에 안야 테일러 조이, 토마신 맥켄지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하니 안방에서나마 ‘라스트 나잇 인 소호’의 독특함을 확인해보길 권한다. 극 중 샐리의 설움과 한이 19금이라면 엘리의 광기와 결핍은 15세 정도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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